‘건축탐구 집’, 서울에 이런 집이…1961년 지어진 ‘회장님 댁’ 공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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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0년 넘은 이화동 빨간 양옥, 주방부터 옥상정원까지 취향대로 재탄생
1961년 지어진 성북동 최초 양옥에는 28개 창문과 옛 회장님 댁 흔적

서울 한복판에서 수십 년 된 양옥집을 허물지 않고 자신만의 방식으로 되살린 두 집이 공개된다. 노래 한 구절에 이끌려 찾은 동네에서 40년 넘은 빨간 양옥을 발견한 집주인과 1961년 지어진 성북동 최초의 양옥을 작업실이자 가족의 집으로 이어가고 있는 예술가의 이야기가 펼쳐진다.

EBS1 ‘건축탐구 집’은 오는 11일 방송되는 ‘서울에서 오래된 양옥집에 산다는 것’ 편에서 서울 종로구 이화동과 성북구에 자리한 오래된 양옥 두 채를 찾아간다. 세월의 흔적을 지우기보다 원래 집이 가진 구조와 재료를 살리면서 현재의 생활 방식과 취향을 덧입힌 공간들이다.

노래 ‘이화동’ 따라갔다가 만난 40년 넘은 빨간 양옥

EBS1 ‘건축탐구 집’ 예고보기 페이지에서 제공하는 자료 사진. / EBS 제공
EBS1 ‘건축탐구 집’ 예고보기 페이지에서 제공하는 자료 사진. / EBS 제공

첫 번째 집은 서울 종로구 이화동에 있다. 1950년대 조성된 우리나라 최초 서민주택 단지와 1980년대 지어진 양옥집이 함께 남아 있는 동네다.

강 미 씨를 특별한 연고도 없던 이화동으로 이끈 것은 가수 에피톤 프로젝트의 노래 ‘이화동’이었다. ‘하늘과 맞닿은 그곳’이라는 가사에 끌려 이화동 벽화마을 꼭대기까지 올라간 강 씨는 그곳에서 내려다본 서울 풍경과 오래된 골목 분위기에 매료됐다.

이후 차까지 처분하고 집을 찾아다니던 끝에 운명처럼 만난 것이 40년 넘은 빨간 양옥이었다. 무려 4층 규모인 이 집은 층마다 역할을 달리해 새롭게 구성했다. 1층은 상업 공간, 2층은 홈 스튜디오, 3층과 4층은 주거 공간으로 사용한다.

집 밖에서는 빨간 벽돌과 공사를 하다 멈춘 듯 거친 외벽이 먼저 눈에 들어온다. 원래부터 이런 모습이었던 것은 아니다. 리모델링 과정에서 외벽을 덮고 있던 고급 대리석을 하나씩 떼어내고 그 아래 숨어 있던 기존 벽돌을 일부러 드러냈다.

새것처럼 반듯하게 만드는 대신 오래된 양옥이 가진 흔적을 살린 셈이다. 여기에 집주인의 감각을 더하면서 이화동 골목 풍경과 어우러지는 독특한 외관이 완성됐다.

냉장고가 안 보이는 주방…창밖 은행나무 때문에 숨겼다

EBS1 ‘건축탐구 집’ 예고보기 페이지에서 제공하는 자료 사진. / EBS 제공
EBS1 ‘건축탐구 집’ 예고보기 페이지에서 제공하는 자료 사진. / EBS 제공

집 안에서도 예상 밖의 공간 구성이 이어진다. 강 씨는 원래 방으로 사용하던 곳에 크게 난 창문을 보고 아예 주방 위치를 바꾸기로 결정했다.

요리를 즐기는 생활 방식에 맞춰 집 중심에 주방을 두고 레트로 분위기의 가스레인지와 가구를 배치했다. 그런데 주방을 둘러봐도 일반적인 집에서 가장 큰 가전 가운데 하나인 냉장고가 눈에 띄지 않는다.

답은 아일랜드 아래에 있다. 창밖으로 보이는 은행나무 풍경을 가리지 않기 위해 냉장고와 냉동고를 아일랜드 하부에 숨겨 넣었다. 가전 배치보다 창밖 풍경을 우선한 설계다.

기존 주방이 있던 자리는 다이닝 공간으로 바꿨다. 해외 출장길마다 하나씩 구입한 서로 다른 디자인의 의자와 러그도 함께 배치했다. 제각각인 가구가 한 공간에 모였지만 오히려 하나의 세트처럼 어우러진다.

3층과 4층의 분위기도 완전히 다르다. 3층이 화이트 톤을 중심으로 깔끔하게 꾸며졌다면 4층은 강한 흑백 대비가 특징이다.

강 씨는 도시재생 성공 사례로 알려진 미국 ‘에이스 호텔’에서 영감을 받아 4층을 꾸몄다. 벽 아래쪽은 어두운색, 위쪽은 밝은색으로 나눠 칠하면서 공간이 더욱 넓어 보이도록 만들었다.

미국 드라마에 등장할 법한 욕실과 별도의 리스닝 공간도 마련했다. 리스닝룸 벤치에 앉으면 음악을 들으면서 동시에 창밖 풍경을 바라볼 수 있다.

3월부터 11월까지 꽃 피는 옥상정원

EBS1 ‘건축탐구 집’ 예고보기 페이지에서 제공하는 자료 사진. / EBS 제공
EBS1 ‘건축탐구 집’ 예고보기 페이지에서 제공하는 자료 사진. / EBS 제공

집의 마지막 공간은 옥상이다. 단순한 옥상을 넘어 계절마다 식물이 이어지는 정원으로 만들었다.

조경 전문가의 도움을 받아 3월부터 11월까지 서로 다른 꽃과 식물이 계속 피어날 수 있도록 구성했다. 오래된 양옥 옥상에 정원을 올리는 만큼 방수와 하중 문제도 꼼꼼하게 챙겼다.

누수를 막기 위해 3중 방수를 하고 일반 흙보다 가벼운 옥상정원용 경량토를 사용했다. 자동 관수 장치까지 설치해 식물을 관리하는 부담도 줄였다.

차가 드나들기 어렵고 엘리베이터도 없는 오래된 동네의 집이지만 강 씨는 이곳에서 자신이 원하는 생활을 만들어가고 있다. 오래된 양옥이라는 틀을 유지하면서 내부에는 집주인의 생활 방식과 취향이 촘촘하게 들어갔다.

1961년 지은 ‘회장님 댁’…성북동 1호 양옥의 변신

EBS1 ‘건축탐구 집’ 예고보기 페이지에서 제공하는 자료 사진. / EBS 제공
EBS1 ‘건축탐구 집’ 예고보기 페이지에서 제공하는 자료 사진. / EBS 제공

두 번째 집은 서울 성북동에 자리한다. 조선시대 누에 신에게 제사를 지내던 선잠단지 바로 옆에 65년째 자리를 지키고 있는 주택이다.

1961년 지어진 이 집은 성북동 최초의 양옥 주택으로 알려졌다. 한옥 기와집 사이에 들어선 당시로서는 보기 드문 대저택으로, 1960년대 한 건설사 회장이 지은 집이었다.

현재 집주인은 2017년 베니스비엔날레 한국관 대표 작가로 선정됐던 이 완 작가다. 오래된 사물과 기록을 통해 개인과 사회를 들여다보는 작업을 해온 이 작가는 집 자체가 품고 있는 역사에 끌려 이곳을 선택했다.

결혼 후 줄곧 아파트에서 살던 이 작가가 성북동으로 돌아온 데에는 가족도 중요한 이유가 됐다. 둘째 아이가 태어난 뒤 예술가로서 작업하면서 동시에 두 아이를 돌볼 수 있는 공간이 필요해졌다.

몇 년 동안 여러 집을 둘러본 끝에 도착한 곳이 성북동이었다. 이 작가가 어린 시절을 보낸 동네이기도 해 골목 곳곳에 남아 있는 기억이 새로운 집을 결정하는 배경이 됐다.

대리석·전등 그대로…28개 창문도 남겼다

EBS1 ‘건축탐구 집’ 예고보기 페이지에서 제공하는 자료 사진. / EBS 제공
EBS1 ‘건축탐구 집’ 예고보기 페이지에서 제공하는 자료 사진. / EBS 제공

리모델링의 원칙은 원래 집의 모습을 최대한 보존하는 것이었다. 현재 생활에 반드시 필요한 부분은 고치되 1961년 지어진 집이 가진 흔적은 가능한 한 남겼다.

두 번 구워 도자기처럼 단단하게 만든 빨간 벽돌 외벽을 비롯해 당시 부잣집의 상징처럼 사용되던 천연 대리석과 일부 전등도 그대로 유지했다. 다만 자동차를 세울 공간이 필요해 옛 담장과 대문은 철거했다.

난방은 큰 공사가 필요했다. 보일러가 본격적으로 보급되기 전 지어진 집이어서 기존 난방 장치는 라디에이터가 전부였다. 아이들과 함께 생활해야 하는 만큼 보일러 시설을 새로 설치하면서 내부 일부는 대대적으로 손봤다.

반면 이 집만의 독특한 구조는 그대로 남겼다. 대표적인 것이 모두 28개에 달하는 창문이다.

창문은 크기와 모양이 제각각이고 집 사방에 자리한다. 일반적으로 작품 보존이나 집중을 위해 창을 많이 내지 않는 예술가의 작업실과는 정반대에 가깝다. 이 완 작가는 오히려 창밖으로 시시각각 달라지는 풍경을 바라보면서 작업의 영감을 얻는다.

주방 옆 수상한 계단…내려가니 옛 운전기사 공간

EBS1 ‘건축탐구 집’ 예고보기 페이지에서 제공하는 자료 사진. / EBS 제공
EBS1 ‘건축탐구 집’ 예고보기 페이지에서 제공하는 자료 사진. / EBS 제공

과거 ‘회장님 댁’이었던 흔적은 집 안 곳곳에 남아 있다. 주방 옆에는 아래층으로 이어지는 별도의 계단이 있다.

계단을 따라 내려가면 과거 운전기사가 생활하던 공간과 자동차를 보관했던 지하 차고가 등장한다. 1960년대 대저택의 생활 방식이 그대로 남은 구조다.

방송에서는 오랫동안 차고지로 사용됐던 이 지하 공간이 현재 어떻게 달라졌는지도 공개된다.

이 작가는 이전 집주인이 사용하던 책상과 일부 소장품까지 그대로 보관하고 있다. 새 주인이 들어오면서 집의 시간을 초기화하기보다 이전 세대가 남긴 흔적 위에 자신의 생활을 이어가는 방식을 선택했다.

한 집은 40년 넘은 빨간 양옥을 자신의 취향이 담긴 주거·작업 공간과 옥상정원으로 바꿨고, 또 다른 집은 65년 된 성북동 최초 양옥의 모습을 최대한 보존하면서 예술가 가족의 새로운 삶을 담았다.

‘건축탐구 집’은 두 집을 통해 빠르게 변하는 서울에서 오래된 양옥을 허물지 않고 살아간다는 것이 어떤 모습인지 들여다본다.

EBS1 ‘건축탐구 집’ ‘서울에서 오래된 양옥집에 산다는 것’ 편은 11일 오후 9시 55분 방송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