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편이 2주 출장에서 돌아왔는데... 나까지 성병에 걸렸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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헤르페스 감염 시기, 항체 검사로 알 수 있을까?
출장 후 나타난 성병, 부정행위 증거 될 수 있나
남편이 2주간의 미국 출장을 마치고 돌아왔다. 열흘쯤 뒤 그의 성기에 물집이 잡혔다. 검사 결과는 성기 헤르페스로 불리는 헤르페스 2형이었다. 뒤이어 아내에게서도 같은 바이러스가 검출됐다. 남편은 결백을 주장하지만 장거리 출장 직후에 증상이 나타난 탓에 아내의 의심은 가시지 않는다.

8일 블라인드에 올라온 글에 따르면 남편은 선후배들과 함께 미국 출장을 다녀왔다. 같은 숙소를 썼기에 부정을 저지르지 않았다고 밝혔다.
A씨의 고민은 감염 경로에 있다. 그는 "출장 때 정말 나쁜 짓을 한 것인지, 원래 보균자였는지, 아니면 내가 옮긴 것인지 알 수 없는 게 맞느냐"고 물었다. A씨는 성병 검사에서 헤르페스가 검출된 적이 한 번도 없었지만 헤르페스 항체 혈액검사를 받은 것은 이번이 처음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이전부터 보균자였다면 괜찮은데 출장 가서 바람을 핀 걸까 의심이 들어 견디기 힘들다"고 적었다.
A씨는 산부인과와 비뇨기과를 여러 곳 찾았지만 명확한 답을 얻지 못했다고 했다. 그는 "산부인과에 가봐도 알 수 없다고만 하고, 비뇨기과에서는 한 곳은 헤르페스가 맞는다고, 다른 곳은 아니라고 했다"고 밝혔다. 이어 "산부인과 두 곳에 갔지만 수치로 확인하는 것도 의학적으로 정확하지는 않다고 했다. 즉 정확한 시기는 알 수 없다고 했다"고 밝혔다. A씨는 남편이 되레 화를 내고 있다고 전하고 "차라리 잠복기가 명확한 병이면 이렇게 괴롭지는 않을 것"이라고 했다.
댓글은 남편을 의심하는 쪽과 기존 보균자일 수 있다며 두둔하는 쪽으로 갈렸다. 한 이용자는 "헤르페스 2형인데 어떻게 믿느냐. 믿기를 바라면 스스로 증명해줘야 한다"며 "이런 걸 옮기고 믿기를 바라는 건 염치없는 것 아니냐"고 적었다. "화내는 게 오히려 의심스럽다"는 반응도 있었다. 반면 "면역력이 떨어지면 기존 보균자도 증상이 올라올 수 있다. 장거리 출장 피로로 발현됐을 수 있다"며 신중론을 편 이용자도 있었다.
의학적으로 이 사례는 어떻게 볼 수 있을까. 헤르페스 2형은 단순포진 바이러스(HSV-2)에 의한 감염이다. 주로 성접촉을 통해 전파된다. 한 번 감염되면 바이러스가 몸속 신경절에 잠복해 평생 남는다. 평소에는 증상이 없다가 면역력이 떨어지거나 피로, 스트레스가 쌓이면 물집 등으로 재발할 수 있다. 감염자의 상당수는 뚜렷한 증상 없이 지내는 무증상 보균 상태다. 특히 남성은 자신이 보균자라는 사실을 모르는 경우가 적지 않다.
다만 언제 감염됐는지는 검사로 어느 정도 좁힐 수 있다. 감염 시점을 추정하는 데 쓰이는 것이 두 종류의 항체다. 초기 항체인 IgM은 감염 후 약 10일이 지나면 검출되기 시작해 1~2주 지속되다 사라진다. 후기 항체인 IgG는 감염 후 약 20~40일에 형성돼 평생 유지된다. 따라서 IgM이 양성이면서 IgG가 아직 음성이거나 낮다면 비교적 최근에 감염됐을 가능성을, IgG가 이미 높게 형성돼 있다면 과거에 감염됐을 가능성을 시사한다.
A씨 남편의 경우 출장에서 돌아온 지 열흘쯤 지나 물집이 생겼다. 헤르페스 2형의 잠복기는 대체로 2~12일로 알려져 있다. 시점만 보면 출장 기간 중 감염됐을 가능성과 들어맞는 구석이 있다. 다만 잠복기는 개인차가 커 몇 주에서 드물게는 몇 달 뒤 증상이 나타나기도 한다. 물집이 생긴 것이 곧 최근 감염을 뜻하지는 않는다는 의미다. 기존 보균자가 출장이라는 장거리 이동과 피로로 잠복해 있던 바이러스가 처음으로 발현했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증상이 있을 때 가장 정확한 검사는 혈액검사가 아니라 물집 부위에서 검체를 채취하는 PCR 검사다. 다만 이 방법은 병변이 있을 때만 신뢰할 수 있고, 감염 시점까지 알려주지는 못한다. 혈액 항체검사 역시 한계가 있다. 실제로 보균자인데도 혈액검사에서 음성으로 나오는 경우가 있어 A씨가 과거 성병 검사에서 헤르페스가 나오지 않았다는 사실만으로 비보균자였다고 단정하기 어렵다. A씨가 항체검사를 이번에 처음 받았다는 점도 이런 불확실성을 키운다.
정리해보자. A씨 남편이 출장 중 새로 감염됐는지, 원래 보균자였는지, 혹은 A씨가 먼저 보균자였는지는 지금 시점의 검사만으로 100% 가려내기는 어렵다. 다만 IgM과 IgG 수치를 함께 확인하면 최근 감염인지 과거 감염인지에 대한 단서는 얻을 수 있다. 댓글에서도 "IgG 음성에 IgM 수치가 높으면 최근 감염"이라며 두 항체 수치를 확인하라는 조언이 여러 차례 나왔다.
헤르페스 2형은 완치가 불가능하지만 항바이러스제로 증상을 완화하고 재발 빈도를 줄일 수 있다. 증상이 나타난 뒤 이른 시일 안에 치료를 시작할수록 효과가 좋다. 재발이 잦으면 저용량 장기요법을 쓰기도 한다. 죽을병으로 여길 질환은 아니지만 성접촉으로 옮길 수 있는 만큼 가볍게 넘길 병은 절대 아니라는 것이 의료계의 일반적 설명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