XRPL 메모 1200배 확장안에 “정말 나쁜 생각”

작성일

XRPL 메모필드 1200배 확장안, 리플 전직 임원 “정말 나쁜 생각”
파일 직접 저장 시 원장 비대화·탈중앙화 위협 우려, 파일코인 연계 대안 제시

XRPL 메모 1200배 확장안에 “정말 나쁜 생각” / AI 생성 일러스트(삽화)
XRPL 메모 1200배 확장안에 “정말 나쁜 생각” / AI 생성 일러스트(삽화)

XRP 레저(XRPL)의 트랜잭션 메모(Memo) 필드 용량을 1200배 늘리자는 제안을 놓고 커뮤니티에서 기술 논쟁이 벌어지고 있다. XRPL 파운데이션 소속 벳(Vet)등이 내놓은 이 제안은 메모 필드 상한을 현재 1KB에서 약 1.3MB까지 확장해, 이미지·PDF·음악·짧은 영상·소스코드 등 파일을 원장에 직접 올릴 수 있게 하자는 내용이다. 일부 블록체인 애호가들은 이를 두고 “무한한 가능성”이라며 반겼지만, 리플에서 개발자 관계 이사를 지낸 맷 해밀턴(Matt Hamilton)이 이 계획을 “정말 나쁜 생각(a really bad idea)”이라고 정면 비판하면서 논란이 커졌다. 그는 모든 노드가 거래 데이터를 영구 보관해야 하는 XRPL 구조상 대용량 파일 업로드가 허용되면 원장 크기가 기하급수적으로 불어날 수 있다고 경고했다.

메모 필드 1200배 확장안, 무엇을 담자는 제안인가

이번 제안의 핵심은 XRPL 트랜잭션에 첨부할 수 있는 메모 필드의 용량 제한을 대폭 풀어주는 것이다. 현재 1KB에 불과한 상한을 약 1.3MB까지, 무려 1200배 늘리는 방안이 논의되고 있다. 상한이 이만큼 커지면 이미지와 PDF 문서, 음악 트랙과 짧은 영상 클립, 소프트웨어 소스코드와 압축 파일까지 XRPL 트랜잭션 안에 직접 담을 수 있게 된다.

제안자들은 ‘선택의 자유’ 원칙을 근거로 든다. 네트워크 참여자가 자신의 콘텐츠를 저장하는 데 필요한 수수료를 지불할 의사가 있다면, 프로토콜이 그 옵션을 막을 이유가 없다는 논리다. 이런 홍보성 인포그래픽이 X(엑스)에 공개되며 확장안의 잠재력을 부각한 것도 이런 맥락에서다.

“정말 나쁜 생각”…해밀턴이 짚은 구조적 문제 / AI 생성 이미지
“정말 나쁜 생각”…해밀턴이 짚은 구조적 문제 / AI 생성 이미지

“정말 나쁜 생각”…해밀턴이 짚은 구조적 문제

해밀턴은 이 제안이 XRPL의 근본 설계를 무시한 발상이라고 지적한다. 그의 논리는 명확하다. XRPL은 분산형 결제 원장이지 파일 공유 서비스가 아니라는 것이다. 네트워크가 안전하고 동기화된 상태를 유지하려면 모든 검증자와 노드가 전체 거래 이력을 저장해야 하는데, 여기에 대용량 미디어 파일이 계속 쌓이면 데이터베이스가 감당할 수 없는 속도로 커진다는 게 그의 주장이다.

해밀턴은 자신의 소셜미디어 계정에서 8월 9일(현지시각) “모든 노드가 그것을 영원히 저장해야 하기 때문이다. 정말 나쁜 생각이다. 파일코인 같은 실제 스토리지 네트워크를 쓰고 그것과 연결하는 방법을 찾는 게 낫다”고 밝혔다. 블록체인 프로토콜 개발 경험을 근거로 그는 이미 존재하는 더 효율적인 엔지니어링 접근법을 강조한 셈이다.

노드 운영비 급증과 탈중앙화 위협

해밀턴이 우려하는 것은 단순히 저장 공간 문제만이 아니다. 원장에 대용량 파일이 쌓이기 시작하면 노드를 운영하는 데 필요한 하드웨어 요구 사양이 크게 늘어난다. 이는 곧 개인이나 소규모 참여자가 독립적으로 노드를 운영하는 비용을 지나치게 끌어올리는 결과로 이어질 수 있다.

장기적으로는 네트워크의 탈중앙화 자체가 흔들릴 수 있다는 게 핵심 우려다. 노드 운영 부담이 커질수록 소수의 대형 사업자만 검증자 역할을 맡을 여력이 생기고, 그만큼 XRPL이 원래 지향했던 분산 구조와는 거리가 멀어질 수 있다는 논리다. XRPL은 최근 기밀 전송 등 새로운 기능 도입을 놓고 검증자 투표를 진행하는 등 여러 업그레이드 논의가 이어지고 있는데, 이번 메모 필드 확장안 역시 그런 흐름 속에서 나온 제안이다.

파일코인 연계한 하이브리드 대안 제시

해밀턴이 제시한 대안은 파일코인(Filecoin) 같은 전문 분산 저장 네트워크를 활용하는 방식이다. 이런 네트워크는 애초에 대용량 파일을 다루도록 설계돼 있어, XRPL이 직접 파일을 원장에 담는 것보다 훨씬 효율적이라는 설명이다.

그가 말하는 하이브리드 접근법은 XRPL과 파일코인 같은 스토리지 네트워크를 연결하는 방식이다. 이렇게 하면 이용자는 어떤 형태의 미디어 콘텐츠든 다룰 수 있으면서도, XRPL은 원래 설계 목표였던 빠르고 가볍고 확장 가능한 결제 도구라는 정체성을 유지할 수 있다는 것이다. 메모 필드 확장안이 실제 개정안으로 채택될지, 아니면 커뮤니티 반발 속에 수정될지는 아직 정해지지 않았다. 다만 이번 논쟁은 XRPL이 결제 원장으로서의 본래 역할과 새로운 활용 가능성 사이에서 어떤 선택을 할지를 보여주는 시험대가 될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