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플링, R&D 인건비 40% 삼킨 AI 토큰값에 놀라 지출관리 도구 출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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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플링, AI 토큰 지출 R&D예산 40%→15%로 줄인 ROI 추적 도구 출시
월 5만달러 쓴 직원 적발…우버 등 업계 전반 ‘토큰맥싱’ 경고음

리플링, R&D 인건비 40% 삼킨 AI 토큰값에 놀라 지출관리 도구 출시 / AI 생성 일러스트(삽화)
리플링, R&D 인건비 40% 삼킨 AI 토큰값에 놀라 지출관리 도구 출시 / AI 생성 일러스트(삽화)

HR·급여관리 소프트웨어 기업 리플링(Rippling)이 자체적으로 겪은 AI 지출 폭증 사태를 계기로 새 상품을 내놨다. 테크크런치가 8월 7일(현지시각) 보도한 데 따르면 리플링은 이번 주 AI 스펜드 콘솔(AI Spend Console)을 공개했다. 기업의 AI 지출을 추적·통제하는 이 도구는 직원·팀·직무별 지출액과 함께 그만큼 생산성이 실제로 올라갔는지, 아니면 이른바 ‘AI 슬롭(AI slop, 질 낮은 산출물)’만 늘렸는지를 보여준다. 리플링은 자사 블로그에서 “AI 지출이 높은데도 동료들이 코드 리뷰에서 재작업을 자주 요구하는 엔지니어가 누구인지도 알 수 있다”고 소개했다. 이 도구는 리플링이 올해 초 ‘토큰맥싱(tokenmaxxing, 토큰 사용량을 무작정 늘리는 것)’에 뛰어들었다가 뒤늦게 지출 폭증을 발견한 경험에서 탄생했다.

3월 임원회의를 뒤흔든 숫자

리플링 최고제품책임자 맷 매키니스(Matt MacInnis)는 3월 임원회의에서 최고재무책임자 애덤 스비에치키(Adam Swiecicki)가 제시한 숫자에 경영진 전체가 충격받았던 순간을 지금도 기억한다고 말했다. 당시 리플링은 R&D(연구개발) 인력 예산의 40%를 AI 토큰 구입에 쓰는 속도로 지출하고 있었다. 해당 조직 전체 인건비의 40%에 해당하는 금액을 토큰값으로만 태우고 있었다는 뜻으로, 수백만 달러 규모였다.

지출 증가 속도는 전월 대비 80%에 달했다. 이 추세가 이어지면 이듬해에는 R&D 인력 인건비의 90%에 가까운 금액을 AI 토큰에 쓰게 될 상황이었다. 매키니스는 “우리는 믿을 수 없었다”고 당시 반응을 전했다. 경영진은 즉시 지출 실태와 그 대가로 무엇을 얻고 있는지 파악하는 ‘긴급’ 프로젝트에 착수했다. 이번 제품 출시 광고에는 스비에치키가 의자에 앉아 있는 동안 직원들이 지폐 뭉치를 파쇄기에 넣는 장면이 담겼다.

상위 10~15% 직원이 지출 60% 차지 / AI 생성 이미지
상위 10~15% 직원이 지출 60% 차지 / AI 생성 이미지

상위 10~15% 직원이 지출 60% 차지

실태 분석 결과 리플링 직원의 약 10~15%가 전체 AI 지출의 약 60%를 차지하고 있었다. 한 엔지니어는 한 달에 5만 달러를 AI에 썼다. 스타트업포춘(StartupFortune)에 따르면 파커 콘래드(Parker Conrad) 창업자 겸 최고경영자는 이 콘솔을 만든 계기가 “누가 AI로 실제 성과를 내고 누가 AI 슬롭만 만들어내는지 구분할 방법이 없었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대시보드는 앤트로픽 사용 로그, 깃허브(GitHub) 풀리퀘스트 데이터, 리플링 내부 성과 평가를 한데 모아 나란히 비교한다. 지출은 많은데 동료들이 코드를 자꾸 다시 써달라고 요청하는 패턴이면 위험 신호로 분류되고, 지출이 많아도 배포 속도가 빠르고 리뷰가 깨끗하면 문제로 보지 않는다.

콘래드는 “단순히 많이 쓰는 사람을 잘라내는 게 답은 아니다”라고 말했다. 실제로 고성과자일수록 AI 도구에 돈을 많이 쓰는 경향이 있었다는 것이다. 콘솔이 걸러내려는 대상은 코드 리뷰에서 아무 성과도 보여주지 못하면서 큰돈을 쓰는 엔지니어다. 테크크런치 보도에 따르면 콘솔 시험 과정에서 발견한 사례 중에는 클로드(Claude)에게 자신의 일정과 이메일을 읽혀 하루 계획을 짜게 하는 데 연간 약 3만 달러를 쓴 직원도 있었다.

리플링은 커서(Cursor)·오픈AI·앤트로픽 등 사용 중인 도구마다 최대 지출 한도를 협상했다. 이 과정에서 직원들이 모든 작업에 가장 최신·최고가 프런티어 모델을 기본값으로 쓰고 있다는 문제가 드러났다. 매키니스는 “앤트로픽이나 오픈AI 같은 추론 제공업체는 고객의 지출을 통제하도록 도와줄 인센티브가 전혀 없다. 오히려 지출이 계속 늘어나야 그들에게 이득이고, 실제로 그렇게 하고 있다. 제대로 된 사용 인사이트도 제공하지 않고 서로 협업도 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AI 게이트웨이로 비용 3분의 1 수준으로

리플링은 여러 모델을 상황에 맞게 골라 쓰는 전략으로 방향을 잡았다. 콘래드는 지난달 자사 내부 벤치마크 결과 스페이스X(SpaceX) 산하 그록(Grok)이 전반적으로 가장 뛰어났지만, Z.ai의 GLM 5.2는 프런티어 모델과 성능이 거의 동일하면서 비용은 85% 더 낮았다고 밝혔다. 스페이스X는 현재 커서를 소유하고 있으며, 커서를 통해 그록을 비롯한 다양한 모델에 접근할 수 있다. GLM 5.2는 코딩 작업에서 기술기업들이 즐겨 쓰는 중국산 모델로 자리 잡았고, 데이터브릭스(Databricks)도 이 모델을 적극 지지하고 있다.

이런 흐름에서 기업들은 프롬프트를 가장 효율적인 모델로 자동 분배하는 ‘AI 게이트웨이’가 필요하다는 결론에 도달했다. 리플링도 자체 AI 게이트웨이를 구축해 이번 제품에 포함시켰다. 매키니스는 다른 게이트웨이를 이미 쓰는 기업도 AI 스펜드 콘솔을 사용할 수 있지만, 지출을 실제로 통제하는 기능을 쓰려면 리플링의 게이트웨이가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이 조치로 리플링의 토큰 지출은 R&D 인건비 예산의 40%에서 약 15%로 낮아졌다. 그런데도 사용량 자체는 줄지 않았다. 최고재무책임자가 경고를 던진 그 달 토큰 사용량은 6,050억 개로 정점을 찍었고, 7월에도 다시 6,000억 개 수준을 기록했다. 매키니스는 “7월 토큰 지출 비용은 4월 지출 비용의 37% 수준이었다”고 말했다. 그는 “이제는 더 효율적인 모델로 요청을 분배하고 있기 때문”이라며 “영업팀이 문법 교정 작업에 페이블(Fable)을 쓰게 하지는 않는다”고 농담했다. 리플링은 기술적 해법만으로는 부족하다고 보고, AI를 효과적으로 쓰는 직원을 찾아 다른 직원을 돕는 ‘AI 캡틴’ 역할을 맡기기도 했다.

엔지니어링 밖으로 확장하는 작업은 아직 진행 중이다. 매키니스는 소프트웨어 엔지니어가 지금까지 주된 사용자였다고 말했다. 리플링은 고객 온보딩팀이 메일링 데이터와 데이터 정합 작업을 자동화하도록 지원하는 작업을 진행 중이며, 대시보드는 이를 온보딩 고객 수 증가로 측정할 계획이다. 매키니스는 “일반관리(G&A) 업무와 고객 대응 업무에서의 토큰 소비를 생산성과 연결할 수 있어야 한다. 그렇지 못하면 이런 기능을 전체 직원에게 열어주는 건 물 건너간 이야기다”라고 말했다.

우버도 같은 함정에…업계 전체의 숙제로

리플링만의 이야기가 아니다. 스타트업포춘에 따르면 우버 최고기술책임자 프라빈 네팔리 나가(Praveen Neppalli Naga)는 이번 주 자사가 앤트로픽의 클로드 코드(Claude Code)에 배정한 2026년 예산 전체를 4월까지, 연초로부터 4개월 만에 다 써버렸다고 밝혔다. 우버는 이 도구 사용을 적극 독려하며 사용량 기준으로 엔지니어 순위를 매기는 리더보드까지 운영했다. 나가는 예산이 소진된 뒤 “처음부터 다시 검토했다”고 말했다.

업계는 이런 현상에 ‘토큰맥싱’이라는 이름을 붙였다. AI 사용량이 늘어나면 자동으로 가치도 늘어난다고 가정하고 측정 없이 지출부터 늘렸다가, 청구서가 이미 감당하기 어려운 수준이 된 뒤에야 문제를 인식하는 패턴이다. 나가는 우버가 이제는 이 단계를 지났다고 말했다. 프런티어 AI 도구를 쓰는 우버 직원 수는 연초 이후 4배로 늘었지만, 토큰당 비용은 오히려 낮아졌다. 더 나은 프롬프트 캐싱, 더 현명한 기본 모델 선택, 비용이 덜 드는 오픈 웨이트 모델 실험 덕분이다. 우버는 다음 단계의 핵심이 ‘누가 가장 많이 쓰느냐’가 아니라 ‘누가 가장 효율적으로 쓰느냐’라고 본다.

리플링과 우버는 정반대 경로로 같은 결론에 도달했다. 한쪽은 지출이 더 커지기 전에 ROI를 측정하는 내부 도구를 먼저 만들었고, 다른 한쪽은 예산이 먼저 터진 뒤 사후적으로 규율을 되돌리고 있다. 한 업계 보도에서는 가트너(Gartner) 조사를 인용해 기업 AI 구독의 최대 40%가 제대로 쓰이지 않거나 방치되고 있다고 전했다. AI 지출은 더 이상 아무도 확인하지 않는 항목이 아니라 이사회 차원의 의제로 떠오르고 있다.

리플링은 AI 스펜드 콘솔을 다른 기업에도 판매하고 있다. HR 구독 고객에게는 기본 제공되며 AI 사용량에 따른 추가 요금이 붙는다. 단독 제품으로 구매해 다른 HR 시스템과 연동하는 것도 가능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