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택시에 쓰레기 버리고 신발 벗고”… 중국인 없인 안 돌아가는 제주 관광의 그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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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인 158만명이 압도적 1위, 제주 관광객의 70% 차지

제주국제공항에서 택시를 타면 기사들 사이에서 자주 나오는 말이 있다. "요즘 제주시는 중국인 관광객이 정말 많다"는 얘기다. 최근 제주를 방문해 택시를 이용하는 동안 만난 기사들도 기자에게 이구동성으로 이렇게 말했다.

외국인 단체 크루즈관광객들이 버스로 향하고 있다. / 연합뉴스
외국인 단체 크루즈관광객들이 버스로 향하고 있다. / 연합뉴스

그런데 이들의 반응은 단순한 반가움이 아니었다. 한 기사는 "중국인 관광객이 없으면 택시업계도 사실 힘들다"면서도 "한국 사람들은 웬만하면 렌터카를 빌려서 다니니까, 택시를 자주 타는 건 오히려 외국인 관광객"이라고 말했다. 좋게도, 나쁘게도 제주 택시업계가 중국인 관광객에 상당 부분 기대고 있다는 뜻이다.

문제는 이 과정에서 불편함도 함께 감수해야 한다는 데 있다. 실제로 제주에서 택시를 이용하는 동안 차 안에 쓰레기를 버리거나, 신발을 벗고 좌석에 발을 올리는 승객들의 모습을 직접 목격했다. 매번 반복되는 이런 상황은 택시기사들에게도 적잖은 스트레스로 작용하는 것으로 보였다. 관광객 유치가 곧 매출로 이어지는 구조 속에서, 기사들은 이런 불편을 감수하면서도 손님을 받을 수밖에 없는 처지에 놓여 있는 셈이다.

이런 현장의 체감은 실제 통계로도 뒷받침된다. 제주도관광협회 집계에 따르면 지난해(2025년) 제주를 찾은 전체 관광객은 1386만1748명이었고, 이 가운데 외국인 관광객은 224만2187명으로 전체의 16.2%를 차지했다. 외국인 관광객 수는 전년보다 33만6491명 늘어 17.7% 증가했다. 반면 지난해 제주를 찾은 내국인 관광객 수는 1161만명으로, 1년 전보다 20만명 넘게 줄었다. 내국인은 줄고 외국인은 늘어나는 흐름이 통계에도 그대로 나타난다.

중국인 158만명, 압도적 1위

국적별로는 중국인 관광객이 158만8107명으로 전체 외국인의 70.2%를 차지해 압도적 1위에 올랐다. 중국 관광객은 전년 대비 14.8% 증가했다. 이어 대만이 23만3590명(10.4%), 일본 8만2140명(3.7%), 미국 5만5449명(2.5%), 홍콩 4만9729명(2.2%), 싱가포르 4만7130명(2.1%) 순이었다. 택시기사들이 유독 "중국인이 많다"고 체감하는 배경에는 이런 압도적인 비중이 자리한다.

대만·홍콩 관광객 증가세도 눈에 띈다. 제주~타이베이 직항 노선이 이어지면서 대만인 관광객 수는 2024년 처음 10만명을 넘어섰고, 티웨이항공에 따르면 제주~타이베이(타오위안) 노선 탑승객의 약 80%, 제주~가오슝 노선은 90%가 대만 국적이다. 홍콩 익스프레스는 제주~홍콩 노선을 지난해 12월 주 5회에서 일 2회로 증편했고, 올해 4월부터는 진에어까지 이 노선에 주 7회로 신규 취항했다. 결국 중국뿐 아니라 대만·홍콩까지 중화권 전체가 제주 관광의 핵심 수요로 자리 잡은 셈이다.

무비자 확대해도 흔들리지 않는 이유

정부가 지난해 9월 29일부터 3인 이상 중국인 단체관광객에 한해 전국 무비자 입국을 한시적으로 허용하면서, 중국인 관광객이 제주 밖으로 분산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왔지만 실제로는 오히려 늘었다. 이유는 간단하다. 제주를 찾는 중국인 관광객의 90% 이상이 개별관광객(FIT)인데, 전국 무비자 확대는 단체관광객에 한정된 조치였기 때문이다. 제주도는 애초 전국 확대 이전부터 중국 관광객에게 개별·단체 구분 없이 30일 무비자를 적용해왔다. 다시 말해 제주는 무비자 정책의 수혜를 가장 먼저, 가장 오래 누려온 지역이라는 뜻이고, 이는 곧 다른 지역보다 중국 자본에 대한 의존도가 구조적으로 더 깊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택시기사들의 말처럼 제주는 내국인과 외국인의 이동 수단이 뚜렷하게 갈리는 지역이다. 내국인 관광객 대부분은 공항에서 렌터카를 빌려 자유롭게 섬을 도는 반면, 렌터카 이용에 익숙하지 않거나 국제운전면허 절차가 번거로운 외국인 관광객들은 상대적으로 택시나 대중교통, 투어 상품에 의존한다. 택시기사들이 "중국인 관광객이 줄면 우리도 어렵다"고 말하는 배경에는 이런 구조적 차이가 있다. 다만 그 이면에는 승객 매너 문제처럼, 매출 증가와 함께 감수해야 하는 불편도 뒤따르고 있다.

제주도의 대응, 그리고 남는 물음표

제주특별자치도는 제주관광공사와 함께 중국 관광객 개별관광객을 겨냥한 온라인 홍보를 확대하고, 서울·부산 등 수도권을 거쳐 방한하는 중국인 관광객 수요 확보에도 나서고 있다. 중국 최대 생활정보 플랫폼 '다중뎬핑(大衆点評)'과 손잡고 원도심 활성화 프로모션도 진행 중이며, 광저우·선전 등 중국 남부지역에는 '미식' 상품을, 동북 3성 지역에는 '가족·교육여행' 상품을, 베이징 등지에는 '실버층 공략' 상품을 각각 홍보하고 있다.

문제는 이런 노력이 결국 '중국 시장 확대'라는 한 방향으로 수렴한다는 점이다. 관광업계 일각에서는 중국인 관광객 의존도가 지나치게 높다는 우려가 꾸준히 제기된다. 여행사·호텔·전세버스·관광지 등은 중국인 관광객이 줄어들 경우 타격이 클 수밖에 없는 구조인 반면, 농어촌민박 업계 등에서는 중국인 관광객 감소가 오히려 내국인 관광객의 제주 방문 심리를 안정시킬 수 있다는 상반된 시각도 나온다. 택시업계처럼 매출을 외국인 관광객에 기대는 업종과, 승객 매너 같은 현장의 불편을 감내해야 하는 현실 사이에서, 제주 관광이 '중국 없이는 안 되는 구조'로 굳어지고 있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