XRP 레저, “기밀 전송”으로 토큰 금액 암호화 첫 도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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XRP 레저, 잔액·금액 암호화하는 첫 프라이버시 기능 검증자 투표 개시
RLUSD 제외 5억3000만달러 토큰화 자산 시장서 실제 채택 여부 주목

XRP 레저, “기밀 전송”으로 토큰 금액 암호화 첫 도입 / AI 생성 일러스트(삽화)
XRP 레저, “기밀 전송”으로 토큰 금액 암호화 첫 도입 / AI 생성 일러스트(삽화)

리플(Ripple)이 운영하는 블록체인 XRP 레저(XRPL)에 계좌 잔액과 결제 금액을 암호화하는 첫 프라이버시 기능이 등장했다. XRPL 버전 3.3.0이 8월 6일(현지시각) 공개되면서 검증자 투표에 부쳐진 6개 개정안 가운데 하나인 ‘기밀 전송(Confidential Transfers)’이 핵심이다. 이 기능은 리플이 펀드·채권 등 금융상품용으로 밀고 있는 멀티퍼포즈토큰(MPT)을 대상으로, 계좌 주소와 토큰 종류는 그대로 노출하면서 잔액과 거래 금액만 감춘다. XRPL 파운데이션의 후세인 잔가나(Hussein Zangana, 활동명 Vet)는 8월 7일(현지시각) 소셜미디어에 “XRP 레저가 첫 프라이버시 개정안을 투표에 부쳤다”며 “별도의 폐쇄형 체인 없이도 토큰의 잔액과 전송량을 암호화할 수 있게 됐다”고 밝혔다. 현재 XRPL에는 5억3000만달러가 넘는 토큰화된 실물자산(RWA)이 이미 발행돼 있어, 이번 기능이 실제 채택될지가 관전 포인트로 떠올랐다.

계좌는 공개, 금액은 암호화…‘기밀 전송’의 작동 구조

기밀 전송은 코인데스크(CoinDesk)에 따르면 암호학적 증명 방식을 활용해 거래 유효성을 검증하면서도 실제 숫자는 공개하지 않는 구조다. 원장은 잔액을 직접 읽지 않고도 입출금 합계가 맞는지 확인할 수 있다. 유투데이(U.Today)는 좀 더 구체적으로, 이 기능이 EC-ElGamal 암호화와 영지식증명(ZKP, 데이터를 노출하지 않고도 진위를 증명하는 방식)을 결합한 기관용 프라이버시 기술이라고 전했다. 개정안의 정식 명칭은 ‘프라이버시 보존형 멀티퍼포즈토큰 전송(XLS-0096)’이다.

다만 발행자·감사인 등 권한을 가진 당사자는 여전히 총발행량을 확인하고 규제 요건을 충족할 수 있는 검증 장치가 함께 마련됐다는 게 유투데이의 설명이다. 초기 버전은 적용 범위가 좁다. 보유자가 직접 암호화 형식을 선택(옵트인)해야 하고, 계좌 간 직접 결제에만 적용된다. XRPL 내장 거래소에서의 매매나 에스크로, 체크(check) 거래에는 아직 적용되지 않는다.

함께 투표에 오른 5가지 개정안 / AI 생성 이미지
함께 투표에 오른 5가지 개정안 / AI 생성 이미지

함께 투표에 오른 5가지 개정안

기밀 전송 외에 3.3.0에는 5가지 개정안이 더 담겼다. ‘배치(Batch)’는 최대 8개 거래를 하나로 묶어 처리하는 기능으로, 전부 성공하거나 전부 실패하는 올오어나씽 모드를 포함한다. ‘스폰서(Sponsor)’는 한 계좌가 다른 계좌의 수수료와 예치금(리저브)을 대신 부담하게 해, 신규 이용자가 거래 전 XRP를 미리 보유할 필요를 없앤다.

‘권한 위임(Permission Delegation)’은 한 계좌가 다른 계좌에 특정 유형의 거래만 대신 제출할 권한을 넘기는 기능이다. 펀드 운용사가 전체 통제권을 넘기지 않고도 관리자에게 제한된 권한만 줄 수 있다. ‘다이내믹 MPT(Dynamic MPT)’는 발행 이후에도 토큰의 일부 속성을 바꿀 수 있게 한다. 여기에 버그 수정 묶음인 ‘fixCleanup3_3_0’이 더해졌다. 볼트(Vault)와 자동시장조성(AMM) 관련 입출금 거래에서 프리즈(동결) 검사를 통일하고, 권한형 도메인 접근을 잃은 계정의 주문이 호가창에서 잘못 남는 문제 등을 손질했다. XRP 레저 운영팀(XRP Ledger Operations)에 따르면 이번 업데이트로 노드 메모리 사용량이 최소 10~15% 줄고 네트워크 동기화 속도도 빨라졌다. 3.3.0은 또 클로백(Clawback) 등 기존에 활성화돼 있던 개정안 5개를 원장 프로토콜에 영구 반영해 확정했다. 같은 주 별도로 온체인 다중서명 기능인 ‘온체인 코사이너(On-Chain Cosigner)’ 제안도 새로 제출됐다.

5억3000만달러 토큰화 자산 시장, 실제 채택이 관건

온체인 데이터 업체 RWA.xyz에 따르면 XRPL에는 약 13억8000만달러의 토큰화 실물자산이 유통되고 있다. 이 중 가장 큰 비중은 리플의 스테이블코인 RLUSD로 8억4570만달러에 달한다. RLUSD를 제외하면 온도(Ondo)가 2억1260만달러, 버트캐피털(VERT Capital)이 1억1610만달러, 아크스(Archax)가 5540만달러, 소시에테제네랄(Societe Generale)이 1160만달러 규모로 뒤를 잇는다. 이렇게 RLUSD를 뺀 나머지가 5억3000만달러를 넘는 규모다.

시장은 아직 소수 발행사에 집중돼 있지만 확장세는 이어지고 있다. 아비바 인베스터스(Aviva Investors)는 2월 리플과 협력을 발표한 뒤 7월 29일(현지시각) 자사 미국 달러 유동성 펀드의 토큰화 지분 클래스를 XRPL에 출시했다. 크립토뉴스(crypto.news)에 따르면 이 상품은 블록체인 기록을 활용하면서도 기초자산은 BNY멜론이 계속 보관하는 구조다. 리플은 펀드 관리, 토큰 발행, 2차 거래, 담보 도구 확장을 위해 질로(ZILO)와 리쿠이도(Licuido)에도 투자했다.

앞서 5월에는 JP모건, 마스터카드, 리플, 온도가 토큰화된 미 국채 펀드의 상환을 시험한 바 있다. 온도의 OUSG가 XRPL에서 이동하고 JP모건의 키넥시스(Kinexys) 네트워크가 이에 대응하는 달러 결제를 처리했는데, 자산 이동 단계가 5초 이내에 완료됐다고 알려졌다. 기밀 전송이 활성화되면 이런 기관 간 직접 이동 과정에서 포지션 규모를 가릴 선택지가 추가되는 셈이지만, 초기 버전의 제한 때문에 발행·거래·상환 전 단계를 다 덮지는 못한다.

모든 XRPL 개정안은 신뢰 검증자의 80% 이상 찬성을 2주 연속 유지해야 활성화된다. 유투데이는 잔가나가 이번 릴리스를 “역사적이고 거대한” 변화라고 평가했다고 전했다. 투표를 통과하더라도 진짜 시험은 그 다음이다. 아비바나 온도처럼 이미 XRPL에서 자산을 발행 중인 기관들이 실제로 잔액 암호화 기능을 쓸지가 이 기능의 성패를 가를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