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이비트, 북한에 15억달러 소송…탈취자금 90%는 추적불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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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이비트, 15억달러 해킹 배후 북한·라자루스 상대 미국 법원에 소송 제기
법원은 자산동결·신속 증거조사 승인했지만 추적 가능 자금은 9.8%뿐

바이비트(Bybit)가 지난해 15억달러 규모 해킹을 저지른 것으로 지목된 북한과 정찰총국, 라자루스 그룹(Lazarus Group)을 상대로 미국 연방법원에 소송을 제기했다. 소송은 워싱턴DC 연방지방법원에 제기됐으며 신원이 확인되지 않은 피고 20명도 함께 이름을 올렸다. 법원은 바이비트에 신속한 증거조사(디스커버리) 권한과 자산 동결을 위한 예비적 금지명령을 승인했다. 세계 2위 거래소인 바이비트는 탈취 자금 반환과 함께 15억달러 상당의 손해배상, 징벌적 배상, 미국 라이코법(RICO, Racketeer Influenced and Corrupt Organizations Act)에 따른 3배 배상까지 청구하고 나섰다. 그러나 정작 추적 가능한 자금은 전체의 10%도 되지 않는 것으로 나타났다.
소송 제기 배경과 청구 내용
바이비트는 지난 6월 18일(현지시각) 이 소송을 봉인 상태로 제기했다. 피고는 북한과 정찰총국(Reconnaissance General Bureau), 라자루스 그룹, 그리고 신원이 확인되지 않은 피고 20명이다. 법원은 다음 날인 6월 19일(현지시각) 바이비트의 신속 증거조사 요청을 승인했다.
신속 증거조사 승인으로 바이비트는 미국 내에서 사업을 운영하거나 인프라를 두고 있는 거래소들로부터 계정 소유자 신원, 잔액, 거래 내역을 요청할 법적 근거를 확보했다. 소장에 따르면 탈취 자금 중 추적 가능한 일부는 미국에서 운영되거나 인프라를 유지하는 거래소로 흘러갔다. 일부 플랫폼은 법원 명령을 받으면 협조하겠다는 뜻을 이미 밝혔다고 바이비트는 설명했다.
법원은 같은 날 신원불명 피고들이 추적 가능한 자산을 이전하지 못하도록 임시 제한명령(TRO)도 내렸다. 이 명령은 7월 16일(현지시각) 갱신됐고 7월 30일(현지시각)에는 예비적 금지명령 신청도 일부 승인됐다. 관련 기록 일부는 여전히 봉인된 상태다. 이번 소송 관련 법원 문서는 목요일(현지시각) 봉인이 해제되며 알려졌고, 바이비트는 금요일(현지시각) 낸 보도자료를 통해 소송 제기와 예비적 금지명령 획득 사실을 공식 확인했다. 바이비트는 탈취 자산 반환과 함께 약 15억달러 상당의 손해배상, 징벌적 배상, 라이코법에 따른 3배 배상까지 요구하고 있다.

추적 가능한 자금은 계속 줄어들었다
바이비트가 밝힌 자금 추적 현황을 보면 시간이 지날수록 회수 가능성이 낮아지는 흐름이 뚜렷하다. 해킹 발생 한 달여 후인 2025년 3월 기준으로는 탈취 자금의 88.87%가 추적 가능했고 7.59%는 추적이 끊겼으며 3.54%는 동결된 상태였다. 그런데 4월에 접어들며 공격자들이 자산을 비트코인으로 바꿔 수천 개 지갑으로 분산시키자 추적 가능한 비율이 급격히 낮아졌다. 바이비트 최고경영자(CEO) 벤 벤 저우(Ben Zhou)는 당시 탈취 자금의 27.6%를 더 이상 추적할 수 없게 됐다고 밝혔다.
1년여 전 시점에는 벤 저우가 68.57%가 여전히 추적 가능하다고 말한 바 있다. 하지만 이번 6월 18일 소장 기준으로는 상황이 크게 나빠졌다. 탈취 자금의 90.2%가 믹서(mixer)와 크로스체인 브리지, 장외거래(OTC) 딜러를 거치며 추적이 불가능해졌다. 나머지 9.8%만 신원이 확인된 지갑으로 추적됐고 이 가운데 5.3%, 약 7550만달러만 실제로 동결되거나 회수됐다.
해킹 경위와 북한 배후 지목
이번 사건은 2025년 2월 21일 세이프월렛(Safe Wallet)의 인프라가 공격당하면서 시작됐다. 포렌식 조사관들에 따르면 세이프월렛 개발자 한 명의 계정 정보가 탈취되면서 공격자들이 클라우드 인프라에 악성코드를 심을 수 있었다. 이 공격으로 두바이에 본사를 둔 바이비트에서 40만개 이상의 이더리움(ETH)과 스테이킹된 이더리움(stETH)이 빠져나갔다. 당시 가치로 약 15억달러에 달했고 역대 최대 규모의 가상자산 탈취 사건으로 기록됐다.
미국 연방수사국(FBI)은 2025년 2월 26일 이 공격의 배후가 북한이라고 공식 발표했다. 미국 당국은 이번 공격에 관여한 조직을 트레이더트레이터(TraderTraitor)라는 이름으로 추적하고 있으며 거래소와 검증인, 블록체인 기업들에 세탁 과정에서 확인된 주소와 연결된 거래를 차단해달라고 요청한 바 있다.
북한 해킹 자금 규모와 향후 전망
체이널리시스(Chainalysis) 자료에 따르면 북한 연계 해킹 조직은 2025년 한 해 동안 약 20억2000만달러 상당의 가상자산을 탈취했다. 바이비트 해킹이 그 중 대부분을 차지했다. 이로써 북한의 누적 가상자산 탈취액은 약 67억5000만달러로 늘어났다.
가상자산 업계와 각국 정부는 북한이 이렇게 탈취한 자금을 무기 개발 프로그램에 사용하고 있다고 보고 있다. 위협은 2026년에도 이어졌다. 라자루스 그룹과 연계된 것으로 추정되는 공격으로 4월에는 드리프트프로토콜(Drift Protocol)과 켈프다오(KelpDAO)에서 5억7700만달러가 추가로 빠져나간 것으로 알려졌다.
바이비트는 해킹 이후 부족해진 자산을 이더리움 매입과 대출, 업계 파트너들의 예치금으로 충당하며 고객 인출 처리를 정상적으로 이어갔다. 또 탈취 자금을 식별하거나 동결하는 데 기여한 플랫폼과 수사관에게 포상금을 지급하는 프로그램도 운영해왔다.
바이비트 공동창업자 겸 최고경영자 벤 벤 저우는 “우리의 목표는 변한 적이 없다. 이용자를 먼저 보호하고, 회수할 수 있는 자금을 회수하고, 이번 공격의 배후에 책임을 묻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번 민사소송은 미국 수사당국이 진행 중인 형사수사와는 별개로 진행된다. 법원은 아직 최종 판결을 내리지 않았고 바이비트는 앞으로 영구적인 구제 조치를 확보하고 동결된 자산을 실제로 회수하는 데 주력할 계획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