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양이와 함께 사는 사람들을 환호하게 만드는 '믿기지 않는 소식'
작성일
'고양이 수명 2배로 늘려주는 약' 올해 출시 가능성
고양이 만성신장병(CKD) 치료제의 상용화가 일본에서 가시화되고 있다. 일본 농림수산성에 제조·판매 승인이 신청되면서 이르면 연내 실제 치료제로 출시될 가능성이 제기된다. 고양이의 만성신장병은 나이가 들수록 발생 위험이 높고 한번 진행되면 되돌리기 어려워 오랫동안 치료가 어려운 질환으로 꼽혀 왔다.

개발을 주도한 인물은 AIM의학연구소 대표이사인 미야자키 도루 도쿄대 명예교수다. 미야자키 교수는 25년에 걸친 연구를 통해 혈액 속에서 신장 등에 쌓인 노폐물 제거를 돕는 단백질인 AIM(Apoptosis Inhibitor of Macrophage)이 고양이에서는 제대로 기능하지 않는다는 사실을 밝혀냈다. 이를 바탕으로 AIM의 기능을 보완해 신장병의 진행을 억제하는 치료제 개발을 추진해 왔다.
개발진은 지난 4월 일본 농림수산성에 치료제의 제조·판매 승인을 신청했다. 현재 당국의 심사가 진행 중이며 연내 승인이 기대되고 있다.
미야자키 교수는 1999년 스위스 바젤면역학연구소에서 연구하던 당시 여러 동물의 혈액에 존재하는 AIM이 체내에 쌓이는 노폐물 제거에 관여한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AIM은 평소 혈액 속에서 특정 물질과 결합해 있다가 체내에 노폐물이 쌓이면 활성화돼 이를 제거하는 데 도움을 주는 단백질이다.
그런데 고양이는 사람이나 개 등 다른 동물과 달리 AIM이 제대로 기능하지 않는 특성이 있는 것으로 미야자키 교수의 연구에서 확인됐다. 이 때문에 신장의 세뇨관 등에 노폐물이나 손상된 세포 등이 쌓이기 쉽고, 이것이 신장 기능 저하로 이어질 수 있다는 것이다.
미야자키 교수는 도쿄대 대학원 의학계연구과 교수로 재직하던 2016년 고양이의 AIM이 제대로 기능하지 않아 신장에 노폐물이 축적되기 쉽다는 연구 결과를 국제 학술지에 발표했다. 고양이의 만성신장병이 단순히 나이가 들면서 생기는 질환이라는 데 그치지 않고 고양이 특유의 생물학적 특성과 관련돼 있을 가능성을 제시한 연구였다.
연구 과정이 순탄했던 것은 아니다. 코로나19 확산 시기 연구비가 끊기면서 개발이 중단될 위기에 처하기도 했다. 이후 연구진의 사연이 알려지면서 일본 전역의 고양이 보호자들이 연구비 마련을 위해 기부에 나섰고, 약 3억엔에 가까운 후원금이 모이면서 연구가 다시 이어졌다.
미야자키 교수는 2022년 도쿄대를 떠난 뒤 AIM의학연구소를 설립했다. 이후 고양이용 AIM 치료제의 임상 개발을 추진하기 위한 별도 법인 IAM CAT도 설립했다.
개발 중인 치료제는 AIM을 활성화하는 단백질 제제를 고양이에게 투여하는 방식이다. AIM은 단백질이어서 먹는 약으로 투여하면 소화 과정에서 분해될 수 있기 때문에 정맥주사 형태로 개발됐다. 다만 자주 투여하지 않아도 되는 방식으로 개발이 진행돼 치료 과정에서의 부담을 줄일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임상시험은 지난해 5월 일본 전국 26개 동물병원에서 시작됐다. 연구진은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통해 참가할 고양이를 모집했고, 지난해 2월부터 4월까지 800마리가 넘는 고양이와 보호자가 참여 의사를 밝혔다. 이 가운데 홋카이도부터 규슈까지 561마리가 혈액검사를 받았고, 신장병의 진행 정도 등을 기준으로 최종 대상 고양이가 선정됐다.
임상시험에서 긍정적인 결과가 확인됐다. 지난 2월 국제 학술지 ‘더 베터리너리 저널(The Veterinary Journal)’에 게재된 논문에 따르면 중증에 가까운 신장병 3b 단계의 고양이에게 AIM 제제를 정맥 투여한 결과 360일 누적 생존율이 기존 20%에서 80~83%로 높아졌다.
크레아티닌 등 신장 기능과 관련된 지표도 안정되는 양상을 보였으며, 요독소 축적과 전신 염증 반응이 억제되는 효과도 관찰됐다. 산케이신문은 지난 1월 이 같은 연구 결과를 보도하며 치료제의 조기 실용화 가능성에 주목했다.
다만 이 치료제가 만성신장병을 완전히 낫게 하는 것은 아니다. 이미 손상된 신장 조직을 원래 상태로 되돌리는 치료법은 아니며, 신장에 노폐물이 다시 쌓일 수 있기에 지속적인 치료가 필요하다. 개발진이 기대하는 효과도 질환을 완전히 제거하는 것보다는 신장병의 진행을 늦추고 고양이가 건강하게 지낼 수 있는 기간을 늘리는 데 있다.
치료제의 정식 판매명은 공모를 거쳐 ‘FeliAIM(펠리에임)’으로 결정됐다. 4931명이 제출한 1만132건의 제안 가운데 선정된 이름이다. 라틴어로 고양이를 뜻하는 ‘Felis’와 핵심 물질인 AIM을 결합해 만들었다.
미야자키 교수는 고양이용 치료제 개발에 그치지 않고 AIM을 활용한 사람용 치료제 개발도 추진하고 있다. AIM은 사람의 신장 질환을 비롯한 여러 질환과 관련해 연구가 이뤄지고 있지만, 사람을 대상으로 한 치료 효과와 안전성은 별도의 임상시험을 통해 확인해야 한다.
고양이의 평균 수명은 일반적으로 15~20년 정도로 알려져 있다. 미야자키 교수는 그동안 언론 인터뷰 등을 통해 AIM 치료제를 활용하면 고양이의 건강수명을 크게 늘릴 가능성이 있다고 밝혀 왔다. 그는 고양이의 수명을 30년까지 늘리는 것도 가능할 수 있다는 취지의 전망을 내놓기도 했다. 그는 자신의 연구 여정을 담은 저서 ‘고양이가 30살까지 사는 날’도 출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