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트코인 BIP-110 지지율 2.62%뿐인데도 강제서명은 강행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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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IP-110 지지율 2.62%…비트코인 강제서명 임박
채굴자 반발 대비해 PoW 교체 '최후수단' 코드까지 부활

비트코인 네트워크가 8월 8~9일(현지시각) 전후로 예정된 BIP-110 강제 서명 기간을 앞두고 있다. BIP-110은 트랜잭션에 넣을 수 있는 비금융성 데이터를 1년가량 한시적으로 제한하는 소프트포크 제안이다. OP_RETURN(트랜잭션에 임의 데이터를 첨부할 수 있는 필드) 용량을 83바이트로 되돌리는 내용을 담고 있다. 도입에 필요한 채굴자 55% 서명 지지(2,016개 블록 중 1,109개)는 사실상 넘기기 어려운 상황인데도 지지자들은 강제 서명 절차를 강행할 방침이다. 여기에 개발자 Chris Guida가 2017년 Luke Dashjr가 작성한 작업 증명(PoW) 교체 코드를 되살려 “채굴자가 배신할 경우를 대비한 최후 수단”이라며 공개해 파장이 커지고 있다.
서명 지지율 2.62%…강행해도 결과는 뻔해
크립토슬레이트(CryptoSlate) 집계에 따르면 8월 7일(현지시각) 14시41분49초 UTC(한국시간 같은 날 23시41분경) 기준 2,016개 서명 구간 중 1,831개 블록이 지나간 상태에서 서명한 블록은 48개, 비율로는 2.62%에 불과했다. 남은 185개 블록이 전부 서명해도 최종 지지율은 233/2,016, 약 11.56%에 그쳐 55% 기준선에 크게 못 미친다.
코인데스크(CoinDesk)는 채굴풀들의 공개 서명 비율이 3% 밑으로 “미미한” 수준이라고 전했고, 비트코인 매거진(Bitcoin Magazine)도 최근 몇 주간 해시파워의 1~2%만 지지 신호를 보냈다고 짚었다. 가장 많이 쓰이는 구현체인 비트코인 코어(Bitcoin Core)조차 BIP-110을 채택하지 않았다. 비트코인 코어 기여자 Antoine Poinsot은 6월 4일(현지시각) 개인 자격으로 “비트코인 코어는 이 제안을 강제하지 않는다”고 밝혔고, 비트코인 코어 저장소에 올라온 BIP-110 구현 풀리퀘스트는 3월 26일(현지시각) 병합되지 않은 채 종료됐다. 예외적으로 채굴풀 OCEAN은 서명·비서명 엔드포인트를 따로 두고 7월 15일(현지시각)부터 기본값을 서명 쪽으로 바꾸겠다고 밝혔지만, 실제 전환이 이뤄졌는지는 별도 확인이 필요한 상태다.
채굴자들의 무관심을 보여주는 장면도 있었다. 블록 높이 961,278에서 MARA Pool이 채굴한 블록에는 트랜잭션이 단 2건뿐이었는데 그중 하나가 빈티지풍의 페페 더 프로그(Pepe the Frog) 이미지를 담고 있었다. 한 이용자는 “정말 MARA야? 이런 데 3.85MB를 쓴다고?”라고 반응했다. Antpool, F2Pool, ViaBTC 등 주요 채굴풀은 별다른 입장을 밝히지 않았고 지지는 SoV, Roughnecks, Sympatheia 같은 소규모 업체 위주였다.

채굴자가 끝까지 거부하면…최후 수단 코드
55% 조기 잠금 기준을 넘지 못하면 블록 961,632부터 강제 서명 기간이 시작된다. 이 구간부터 BIP-110을 강제하는 노드는 비트4를 서명하지 않은 블록을 거부한다. 잠금(lock-in)은 늦어도 블록 963,648 이전에, 규칙 활성화는 블록 965,664 무렵으로 예정돼 있다. 코인데스크는 강제 서명 기간 이후 실제 활성화까지 약 4주가 걸릴 것으로 추산했다.
바로 이 지점에서 Guida가 준비한 카드가 등장한다. 그는 개발자 Luke Dashjr가 2017년 작성한 PoW 교체 코드를 최신 비트코인 노츠(Bitcoin Knots) 코드베이스에 맞춰 다시 짰다. 8월 4일(현지시각) 이를 공개하며 “채굴자가 BIP-110을 막거나 지연시킬 경우를 대비해 뒷주머니에 넣어둔 코드”라고 설명했다. 그는 “사람들은 이 PoW 변경이 즉시 활성화될 거라고 생각하는데 그건 사실이 아니다. 채굴자가 비트코인을 배신할 경우에 대비해 나중에 활성화할 수 있도록 뒷주머니에 넣어두는 코드일 뿐”이라고 덧붙였다. Dashjr 역시 “비트코인 코어가 스캠코인”이라고 날을 세우며 싸움이 끝나지 않았다는 점을 분명히 했다.
코드에 포함된 대체 알고리즘 후보는 SHA-256, SHA-256d, RIPEMD-160, HASH160 네 가지이며 메인넷 설정값은 기본적으로 포크 일정을 비워둔 상태다. 기본값 기준으로 새 알고리즘이 적용된 첫 블록은 채굴 목표치가 기존보다 약 100만 배 쉬워지도록 설계돼 있다. 컴퓨팅 파워가 거의 없는 새 체인이라도 블록을 만들어낼 수 있게 하려는 조치다. 다만 실제 포크가 이뤄지려면 개발자와 이용자들이 알고리즘·활성화 시점·소프트웨어 배포 방식에 합의해야 하는데 현재로선 그런 일정이 전혀 잡혀 있지 않다.
세 가지 시나리오…체인이 쪼개질 수도
비트코인 매거진은 강제 서명 이후 벌어질 상황을 세 갈래로 정리했다. 첫째는 현재처럼 채굴자가 거의 서명하지 않는 시나리오다. 이 경우 비트코인 코어 등 기존 노드·지갑 사용자는 평소처럼 블록이 생성되고 거래가 처리돼 별 이상을 못 느낀다. 반면 BIP-110을 강제하는 노드는 서명 없는 블록을 모두 거부해 새 블록을 거의 받지 못하고 거래 확인이 멈춰버린다. 매거진은 현재 서명률로 볼 때 이 시나리오가 가장 유력하다고 봤다.
둘째는 채굴자 대다수가 갑자기 서명에 나서 성공하는 시나리오다. 다만 매거진은 채굴자가 소프트웨어로 규칙을 실제 강제하지 않으면서 서명만 보낼 수도 있다고 경고했다. 이 경우 경제적 노드 대다수가 BIP-110을 강제하지 않으면 체인은 다시 갈라질 수 있다. 셋째는 채굴자 중 상당한 소수가 서명과 비서명 블록 거부를 동시에 실행하는 시나리오로, 이때는 곧바로 체인이 쪼개진다. 소수파 체인은 처음엔 시간당 한두 블록꼴로 느리게 확인되다가 몇 달 뒤 난이도가 조정되면 정상 속도를 되찾고 몇 주 후 BIP-110 규칙이 발효된다.
라이트닝·거래소도 몸사리기
체인 분리 우려는 결제 인프라로도 번졌다. Start9는 분리 이전에 열린 라이트닝 네트워크(비트코인 위에서 소액 결제를 빠르게 처리하는 2계층 네트워크) 채널은 사전 서명된 트랜잭션과 타임락, 페널티 규칙이 하나의 체인 역사를 전제로 만들어졌기 때문에 복구나 이전이 어려울 수 있다고 경고했다. 체인이 느리게 진행되거나 재구성되면 채널 잔액이 묶이거나 오래된 채널 상태를 둘러싼 분쟁이 생길 수 있다는 것이다. Start9는 블록 961,632 이전에 분리 리스크가 커지자 라이트닝 채널을 직접 닫았고 이용자들에게도 협조적 채널 종료를 권고했다.
거래소·수탁기관 대부분은 별다른 입장을 밝히지 않았다. Bitcoin.com News에 따르면 호주 비트코인 플랫폼 Bitaroo와 Hardblock 정도가 대비 계획을 공개적으로 밝힌 소수 사례로 꼽혔다. 한편 비트코인 노츠는 8월 7일(현지시각) 배포판에서 비트코인 코어를 포함한 기존 비강제 소프트웨어가 BIP-110 규칙을 완전히 검증하지 못해 일부 상황에서 체인 상태가 안전하지 않아질 수 있다고 경고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