크립토 범죄 무게중심 해킹서 폭력으로, 상반기 렌치공격 3000만달러 탈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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체이널리시스, 상반기 렌치 공격 3000만달러 탈취…성공률은 26%로 급락
가정침입 급증에 프랑스는 세금정보 유출 여파로 세계 최다 발생국 됐다

블록체인 분석업체 체이널리시스(Chainalysis)가 가상자산 범죄의 무게중심이 온라인 해킹에서 물리적 폭력으로 옮겨가고 있다고 경고했다. 체이널리시스가 목요일(현지시각) 공개한 보고서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크립토 보유자를 겨냥한 납치·감금·강도 등 이른바 ‘렌치 공격(wrench attack)’으로 3,000만달러 이상이 탈취됐다. 이 속도가 유지되면 올해 전체 피해액은 지난해 기록한 5,800만달러를 넘어설 전망이다. 다만 사이버 범죄는 여전히 가상자산 불법 행위 대부분을 차지한다. 지난해 한 해 동안 해킹으로 34억달러, 스캠으로 170억달러, 랜섬웨어로 8억2,000만달러가 각각 사라진 것으로 추산됐다.
렌치 공격, 왜 크립토 부자를 노리나
렌치 공격은 위협이나 물리적 폭력을 동원해 피해자에게 가상자산을 강제로 넘기게 하는 범죄를 가리킨다. 체이널리시스는 “크립토 보유자는 즉각적이고 되돌릴 수 없는 형태로 부(富)를 지니고 있다는 점을 범죄자들이 인식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은행 계좌와 달리 자기보관지갑(self-custody wallet)에 자산을 두면 제도권 금융이 제공하는 안전장치 없이 즉시 전송이 가능하다는 점이 노림수가 된다.
체이널리시스는 이런 범죄의 특징을 “폭력이 벌어지는 현장에서는 아마추어적이지만, 양쪽 끝단에서는 전문적”이라고 표현했다. 데이터 유출이나 소셜미디어, 내부자 정보를 통해 표적을 먼저 골라낸 뒤, 숙련도가 낮은 실행조가 실제 범행을 저지르는 구조라는 의미다.

시도는 늘고 성공률은 떨어졌다
체이널리시스는 6월 말까지 전 세계에서 46건의 폭력 관련 사건을 문서화했다고 밝혔다. 이는 지난해 같은 기간 40건보다 늘어난 수치다. 그러나 이 중 실제로 피해자가 자산을 넘긴 경우는 12건에 그쳐 성공률은 26%로 나타났다. 2025년 49%, 2024년 67%였던 것과 비교하면 크게 낮아진 셈이다.
실패한 갈취 시도와 차단된 전송, 회수된 자산까지 포함하면 올해 상반기 폭력 사건과 연관된 자산 규모는 약 1억700만달러로 커진다. 유형별로는 납치가 여전히 가장 흔했지만, 가정침입 비중이 빠르게 늘고 있다. 디크립트(decrypt.co)에 따르면 가정침입은 2023년 26%였던 데서 올해 상반기 37%까지 올라갔다. 체이널리시스는 “가정침입은 범인들이 통제된 환경에서 피해자를 몰아붙여 자금 이전을 강제할 수 있게 해준다”며 “납치는 물류 계획에 상당한 시간과 자원이 필요하고, 피해자와 함께 있는 시간이 길어질수록 범인이 노출될 위험도 커진다”고 설명했다. 피해자 본인뿐 아니라 가족과 지인을 압박 수단으로 삼는 사례도 늘어나는 추세다.
훔친 돈도 추적된다…공격자 3단계
체이널리시스는 탈취 자금을 처리하는 방식에 따라 공격자를 세 부류로 분류했다. 숙련도가 가장 낮은 범인들은 훔친 자금을 곧바로 중앙화 거래소로 보내 컴플레이언스팀이나 수사기관에 쉽게 포착됐다. 중간 수준의 범인들은 탈중앙화거래소(DEX), 브릿지, MEV 봇 등 디파이(DeFi) 도구를 활용해 자산을 여러 체인으로 옮기며 추적을 피하려 했다. 이들은 중앙화 거래소가 정교한 컴플레이언스 프로그램과 고객확인(KYC) 절차를 갖춘 요주의 지점이라는 점을 인지하고 이를 지연하거나 회피하는 모습을 보였다.
세 번째 부류는 기존 범죄 네트워크와 연결된 것으로 보이는 공격자들이다. 한 조사 사례에서는 탈취 자금이 인스턴트 거래소를 거쳐, 카르텔 관련 자금세탁 서비스나 코카인 밀매 혐의를 받는 라이언 웨딩(Ryan Wedding) 관련 지갑, 테러 자금조달 클러스터, 동남아시아 자금세탁 네트워크와 과거 온체인 연결점을 가진 것으로 추정되는 장외거래(OTC) 세탁 서비스로 흘러간 사실이 확인됐다. 다만 체이널리시스는 이런 연결을 온체인상 노출로만 제시했을 뿐, 관련된 모든 주체가 실제 폭력 범죄에 가담했다는 증거는 아니라고 선을 그었다.
체이널리시스 보고서 발표에 앞서 갤럭시리서치(Galaxy Research)는 이번 주 초 콜드카드(Coldcard) 하드웨어 지갑 취약점으로 인한 피해가 세 차례의 공격 물결에서 확인된 것만 1,596비트코인(BTC)에 달한다고 추산했다. 의심되는 네 번째 공격까지 검증되면 총 피해가 약 2,055비트코인까지 늘어날 수 있다고 봤다. 이 사건은 물리적 폭력이 아닌 소프트웨어 결함에서 비롯됐지만, 범죄자들이 디지털 취약점과 실물 폭력 양쪽 모두를 통해 가상자산의 가치를 끊임없이 노리고 있다는 점을 재확인시켰다.
프랑스가 진원지 된 배경
지역별로 보면 프랑스가 두드러진다. 체이널리시스에 따르면 프랑스에서는 올해 상반기까지 30건의 공개적으로 확인된 사건이 발생했다. 지난해 전체 19건보다 이미 많다. 로랑 뉘네즈(Laurent Nuñez) 프랑스 내무장관은 당국이 70건 이상의 크립토 관련 폭력 사건을 파악했다고 밝혔고, 코인텔레그래프(cointelegraph.com)에 따르면 7월 발언에서는 상반기 납치·갈취·갈취 시도 건수를 77건으로 집계했다. 이는 2025년 전체 45건보다 늘어난 수치다.
체이널리시스는 이런 급증의 가장 가능성 높은 원인으로 2024년 발생한 것으로 알려진 세금 기록 절도·판매 사건을 지목했다. 프랑스 세무 공무원이 고액 자산가 크립토 보유자의 이름, 주소, 자산 규모, 전화번호, 세금 정보를 무단으로 빼내 범죄자들에게 판매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 정보가 잠재적 피해자를 식별하는 데 악용됐을 가능성이 있다는 설명이다. 여기에 더해 가상자산 세무신고 업체 웨일티오(Waltio)가 올해 1월 공개한, 약 5만명 이용자 관련 데이터에 무단 접근이 있었다는 사실도 함께 거론됐다. 다만 체이널리시스는 이 유출과 개별 공격 사이의 직접적 인과관계는 확립되지 않았다고 덧붙였다.
프랑스 당국은 이를 조직범죄 수사로 다루고 있다. 올해 상반기 말까지 약 200명이 체포되고 88명이 정식 기소됐으며, 75명이 구속 상태로 재판을 기다리고 있다. 진행 중인 수사도 12건이 넘는다. 프랑스 정부는 위험군으로 분류된 인물들을 위한 신속 식별·경보 체계도 도입했다. 보안업체 서틱(CertiK)도 지난 2월 렌치 공격이 2025년 75% 증가해 사상 최다인 72건을 기록했다고 밝혔고, 7월에는 올해 상반기 금융 노출 규모가 1억2,400만달러에 달한다고 집계했다. 최근 영국에서는 남성 5명이 프랑스 국적 가상자산 백만장자 2명을 감금하고 고문한 혐의로 유죄 판결을 받기도 했다. 유럽 밖에서도 비트코인 몸값 요구는 화제가 됐다. 미국에서는 올해 초 방송인 서배너 거스리(Savannah Guthrie)의 모친 낸시 거스리(Nancy Guthrie) 납치 사건 수사 과정에서 비트코인을 요구하는 메모가 발견된 바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