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독도 흥미 잃었다… 전 세계 휩쓸었던 한국 드라마 '미국판' 결국 엎어졌다
작성일
'헥클러' 제작 무산… 전 세계 사로잡은 원작의 위상
넷플릭스 역대 최고 흥행작이자 글로벌 문화 현상을 일으킨 시리즈 '오징어 게임'(감독 황동혁)의 미국판 스핀오프 제작이 결국 무산됐다.

지난 6일(현지시간) 미국 연예 매체 더플레이리스트는 감독 데이비드 핀처 측근의 말을 인용해 '오징어 게임'의 미국판 스핀오프 프로그램 '헥클러(Heckler)' 제작이 무산됐다고 보도했다.
당초 미국판 '오징어 게임'으로 기획된 '헥클러'는 데이비드 핀처 감독과 영국 드라마 '유토피아'의 제작자 겸 작가 데니스 켈리가 의기투합한 작품이다. 이와 관련해 황동혁 감독은 "'오징어 게임'의 스핀오프 제작과 관련해 공식 요청을 받은 바 없다"라고 선을 그은 바 있다. 그럼에도 스핀오프 작품으로 알려진 '헥클러'의 영국 촬영 소식과 배우 케이트 블란쳇의 출연 루머가 확산되면서 '오징어 게임'의 미국판 제작은 사실상 확정된 것처럼 여겨졌다.
하지만 최근 '헥클러' 관계자에 따르면 수년간의 개발 과정에서 넷플릭스 내부 경영진이 여러 차례 교체되며 회사의 프랜차이즈 전략이 변경된 것으로 알려졌다. 여기에 데이비드 핀처 감독이 영화 '클리프 부스의 모험' 등 다른 영화 작업에 집중하면서 '헥클러' 제작에 대한 관심이 시들해졌다. 더불어 케이트 블란쳇 역시 '헥클러'에 참여한 적이 없다는 정황이 포착되면서 해당 프로젝트의 제작은 최종적으로 무산된 것으로 풀이된다.
456억 원의 상금과 456명의 참가자… 적자생존의 현장을 그리다
스핀오프 제작 무산 소식과 함께 원작인 '오징어 게임'이 거둔 압도적인 성공과 세계적 위상이 다시금 조명받고 있다. 황 감독이 연출을 맡은 '오징어 게임'은 456억 원의 상금이 걸린 의문의 서바이벌에 참가한 사람들이 최후의 승자가 되기 위해 목숨을 걸고 극한의 게임에 도전하는 이야기를 담았다. 456명의 사람들이 미스터리한 게임에 초대되며 벌어지는 스토리를 그린 드라마의 제목은 한국의 전통 골목놀이인 '오징어 게임'에서 따왔다.

드라마 '오징어 게임'은 상대적으로 가난한 사람들이 돈과 출세를 위해 물불을 가리지 않고 서로 경쟁하는 적자생존의 현장을 적나라하게 표현한 작품이다. 극 중 배우 이정재가 연기한 성기훈은 구조조정으로 실직한 후 사채와 도박을 전전하다 이혼하고 무기력한 삶을 이어가는 인물이다. 어머니 돈을 훔쳐 경마장에 갈 만큼 철없는 기훈은 새아빠를 따라 미국에 간다는 딸과 당뇨로 당장 입원해야 하는 어머니를 위해 큰돈이 절실해진다. 지하철에서 만난 의문의 남자가 건넨 명함에 말도 안 된다고 생각하면서도 기훈은 결국 456억 원의 상금이 걸린 게임에 참여한다.
넷플릭스 역대 최고 시청 기록 경신… 글로벌 대흥행
'오징어 게임'은 역대 대한민국의 모든 콘텐츠를 통틀어 전 세계적으로 가장 흥행하고 널리 알려진 작품으로 평가받는다. 공개 당시 기준 넷플릭스 내 모든 콘텐츠 중 역대 가장 많은 시청 가구 수와 시청 시간을 기록했으며 전 세계 드라마 역사상 가장 흥행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시즌1은 공개 당시 17일 만에 1억 1100만 유료 가입 가구가 시청했다. 이는 기존 시리즈 최고 기록이었던 '브리저튼' 시즌1의 28일간 8200만 가구 기록을 큰 차이로 제친 수치이자, 모든 콘텐츠를 통틀어 넷플릭스 역대 최초로 1억 가구 시청을 돌파한 기록이다.
넷플릭스는 역대 최고 시리즈의 탄생을 기념해 특별 영상을 제작·배포했다. 통상적으로 작품의 28일간 시청 기록을 분기 실적 발표 시 함께 공개하던 관행을 깨고 이례적으로 공개 17일 만에 수치를 발표했다. 이후 진행된 넷플릭스 분기 실적 발표에 따르면 첫 28일 동안 1억 4200만 가구가 시청한 것으로 집계됐다. 또한 넷플릭스 공식 홈페이지 발표 기준, 첫 28일 동안 약 16억 5000만 시간의 누적 시청 시간을 기록했다.

이에 힘입어 '오징어 게임'은 골든 글로브 시상식 3개 부문에 노미네이트돼 1개 부문을 수상했다. 또한 비영어 작품으로는 최초로 에미상 14개 부문에 노미네이트돼 6개 부문을 수상하며 에미상에서 비영어권 작품의 수상을 위한 물꼬를 텄다는 평가를 받았다. 이후 제작된 시즌 2와 시즌 3 역시 전 세계적으로 큰 관심 속에 흥행에 성공했다.
전 세계 매체·평론가·거장들의 극찬 세례
'오징어 게임'은 세계적으로 TV와 극장이 아닌 OTT가 부각되는 문화 현상을 만들어냈다. 각종 애니메이션이나 SNS 등에서 한국 캐릭터가 '오징어 게임' 캐릭터로 표현되고 수많은 한국 관련 요소에 레퍼런스로 활용되는 등 2020년대 현재 한국을 대표하는 대중 콘텐츠로 자리 잡았다.

해외 평단과 매체의 호평도 잇따랐다. IMDb 유저 평점 8점, 특히 6화 '깐부' 편은 유저 평점 9.2점을 기록했다. 로튼 토마토 신선도 지수는 94%로 평론가들의 호평을 받으며 '신선도 보증 마크(Certified Fresh)'를 획득했다. 로튼 토마토, IMDb, TMDB, Trakt 등 주요 영어권 영화 및 TV 리뷰 커뮤니티에서 수주간 인기 순위 1위를 유지했다.
미국 포브스(Forbes)는 "무조건 봐야 할 드라마"라며 '폴가이즈, 살인을 곁들인'이라는 제목으로 작품을 소개했다. 포브스는 "가장 기이하고 매혹적인 넷플릭스 작품 중 하나"라며 구슬치기 내용이 담긴 6화 '깐부' 편을 "올해 본 TV 프로그램 에피소드 중 최고"라고 극찬했다. 이어 "뛰어난 연기, 기억에 남는 캐릭터, 창의적인 사건들로 가득한 강력한 작품"이라고 평했다.
국내 대중문화평론가들의 평가 역시 긍정적이었다. 김성수, 정덕현 대중문화평론가는 한국 사회의 적자생존, 계급사회, 승자독식 등 자본주의를 다룬 영화이자 탁월한 연출이 돋보인 작품이라고 평가했다.

할리우드 거장 감독들의 찬사도 이어졌다. 영화 '캡틴 아메리카: 윈터 솔저', '어벤져스: 인피니티 워', '어벤져스: 엔드게임'을 연출한 조 루소 감독은 리메이크 의사를 묻는 질문에 "이미 전 세계 사람들 대부분이 '오징어 게임'을 봤기 때문에 할 필요가 없으며 완성도가 대단한 작품이고 연기도 엄청났다"고 밝혔다. 특히 마지막 3개 에피소드에 대해 "최근 10년 동안 본 TV 시리즈 중 최고의 에피소드였다"고 극찬했다.
세계적인 거장 스티븐 스필버그 감독은 '오징어 게임'을 "우리 모두의 공식을 완전히 바꾼 작품"으로 평가했다. 스필버그 감독은 이전까지 미국 국내 관객을 모으기 위해 미국 스타들을 캐스팅하는 것이 필수적이었으나 '오징어 게임'이 스타 캐스팅 없이도 성공할 수 있음을 증명했다고 언급했다.
이에 대해 미국 영화 매체 인디와이어는 스필버그 감독이 미국식 스타 시스템에 기대지 않고 흥행을 거둔 점에 박수를 보낸 것이라고 보도했으며 데드라인 역시 "스필버그가 '오징어 게임'을 업계의 판도를 바꾸는 게임 체인저로 꼽았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