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주 담은 실험영화 ‘밥’, 프랑스 국제영화제 정상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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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18과 민주주의를 예술로 풀어낸 박기복 감독…지역 문화콘텐츠의 세계 경쟁력 다시 입증

[위키트리 전남광주특별시 취재본부 노해섭 기자]박기복 감독이 연출한 단편 실험영화 <밥>이 프랑스에서 열린 국제영화제 '시네마 로얄: 파리 에디션(Cinema Royale: Paris Edition)'에서 최우수 실험영화상(Best Experimental Film)을 수상하며 세계 무대에서 작품성을 인정받았다.
박기복 감독 / 무당벌레필름
박기복 감독 / 무당벌레필름

우크라이나 '맥스 시어 국제영화제(Max Sir International Film Festival)' 개막작 선정에 이어 거둔 연이은 국제적 성과로, 지역을 기반으로 한 문화예술 콘텐츠가 해외에서도 경쟁력을 갖추고 있음을 보여주는 사례라는 평가다.

제작사 ㈜무당벌레필름은 이번 수상이 화순 청풍초등학교 학생들이 참여한 장편영화 <할머니와 나와 민들레>가 해외 4개국 국제영화제에서 잇따라 초청과 수상의 영예를 안은 데 이어 이뤄진 성과라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고 밝혔다. 특히 광주와 전남의 역사와 문화, 지역 인재들이 함께 만들어낸 작품들이 국제무대에서 잇달아 주목받고 있다는 점에서 지역 영화계에도 새로운 가능성을 제시하고 있다.
영화스틸컷 / 무당벌레필름
영화스틸컷 / 무당벌레필름

◆ 5·18을 새롭게 해석한 실험영화

영화 <밥>은 노벨문학상 수상자인 한강 작가의 장편소설 『소년이 온다』를 오마주한 작품이다. 단순한 원작 재현이 아니라 5·18광주민주화운동을 예술적 상상력으로 재해석하며 독창적인 영화 언어를 구축했다.

특히 전통 국악의 구음을 영화음악으로 활용하고, 대사를 완전히 배제한 연출 방식을 선택해 관객이 인물의 몸짓과 공간, 소리만으로 감정을 읽도록 구성한 점이 특징이다. 기존 서사 중심 영화와는 다른 실험적 접근을 통해 민주주의와 인권, 생명 존중이라는 보편적 가치를 더욱 깊이 전달한다.
영화스틸컷 / 무당벌레필름
영화스틸컷 / 무당벌레필름

원작 소설이 국가폭력으로 인해 훼손된 인간성과 기억을 담담하게 증언했다면, 영화는 그 비극을 넘어 사람들이 왜 평등과 자유를 향해 나아가려 했는지에 대한 근본적인 질문을 던진다. 소설 속 인물인 '동호'를 현실 속 상징으로 불러내 인간이 죽음과 공포를 뛰어넘는 이유를 탐색하며, 결국 생존과 평등이라는 가치에서 그 답을 찾으려는 철학적 메시지를 담아냈다.

◆ 지역 지원사업이 만든 국제적 성과

이번 작품은 광주문화재단의 '광주문화자산 콘텐츠화 제작지원 사업'에 선정돼 2025년과 2026년 연속 지원을 받으며 제작됐다. 또한 전남광주통합특별시교육청의 '영화로 담은 작은학교' 사업도 함께 추진되면서 지역 문화예술과 교육이 협력한 대표적인 사례로 평가받고 있다.

촬영은 화순 이양면 쌍봉사를 비롯해 광주 구 적십자병원, 희경루, 충장로5가 등 역사성과 상징성을 지닌 공간에서 진행됐다. 영화 속 배경은 단순한 촬영 장소를 넘어 민주주의와 시대의 기억을 담아내는 또 하나의 등장인물처럼 활용되며 작품의 상징성을 더욱 높였다.
영화스틸컷 / 무당벌레필름
영화스틸컷 / 무당벌레필름

지역 문화자산을 영화 콘텐츠로 재탄생시킨 이번 프로젝트는 역사적 장소의 가치와 예술적 상상력이 결합할 경우 세계 시장에서도 충분한 경쟁력을 확보할 수 있음을 보여주는 사례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 청소년 배우들의 열연으로 완성한 작품성

이번 영화에는 전남예술고등학교 무용과 박소희 학생과 연극과 윤성휘, 노건우, 박서연 학생이 주연으로 참여했다. 전문 배우 못지않은 몰입감 있는 연기를 선보이며 작품의 완성도를 높였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배우들은 대사가 거의 없는 실험영화 특성상 몸짓과 표정, 시선만으로 감정을 표현해야 하는 쉽지 않은 연기에 도전했다. 특히 무용과 연극을 접목한 신체 표현은 영화가 전달하려는 인권과 민주주의의 메시지를 더욱 강렬하게 전달하는 역할을 했다.

청소년 배우들이 지역의 역사와 민주주의 정신을 예술로 표현하는 과정에 직접 참여했다는 점도 눈길을 끈다. 교육과 문화예술이 결합한 창작 활동이 학생들에게 살아있는 역사교육의 기회를 제공했다는 점에서 교육적 의미도 크다는 평가다.

◆ 세계가 주목한 지역 영화…상영 확대 기대

'시네마 로얄: 파리 에디션'은 독립영화 창작자들을 중심으로 운영되는 국제영화제로, 온라인 상영 방식으로 세계 각국의 작품을 소개하고 있다. 장편과 단편영화는 물론 다큐멘터리와 실험영화 등 다양한 장르를 대상으로 심사를 진행하며, 새로운 영화적 시도와 독창적인 작품성을 높이 평가하는 국제영화제로 알려져 있다.

박기복 감독은 지역의 역사와 인물을 꾸준히 영화로 기록해 온 시나리오 작가이자 영화감독이다. 장편영화 <임을 위한 행진곡>과 <낙화잔향> 등 5·18광주민주화운동을 비롯한 지역의 역사적 사건과 인물을 소재로 한 작품들을 지속적으로 선보이며 지역 영화의 정체성을 구축해 왔다.

박 감독은 "영화 <밥>과 <할머니와 나와 민들레>가 광주와 전남 지역의 상영관에서 학생들과 시민들을 만날 수 있는 기회가 마련되길 바란다"며 "영화를 통해 민주주의와 인권의 가치가 다음 세대는 물론 지역사회 전체에 더욱 폭넓게 공유되기를 기대한다"고 말했다.

이번 수상은 단순한 국제영화제 수상 이상의 의미를 갖는다. 광주와 전남의 역사와 문화, 그리고 지역 예술인들의 창작 역량이 세계 무대에서 인정받았다는 점에서 지역 영화산업의 새로운 가능성을 보여준 성과로 평가된다. 특히 5·18민주화운동이라는 지역의 역사를 실험영화라는 새로운 형식으로 세계 관객들과 공유했다는 점에서 문화예술을 통한 역사 계승의 새로운 모델을 제시했다는 평가도 이어지고 있다. 앞으로 이 작품이 국내 상영과 교육 현장에서도 폭넓게 활용되며 민주주의와 인권의 가치를 확산시키는 문화콘텐츠로 자리매김할지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