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시원에 뱀·아파트에 코브라?… 멸종위기종 등 야생동물 200마리 들여온 조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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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래생물종 200마리 밀수·유통한 조직 적발
코브라와 악어 등 해외 야생생물 수백 마리를 몰래 들여와 아파트와 빌라, 고시원 등에 유통한 조직이 재판에 넘겨졌다. 검찰 수사에서는 동물의 입을 묶거나 어린 개체를 압박 포장하는 밀수 방식과 총책을 중심으로 한 조직적인 범행 구조가 확인됐다.

서울동부지검 환경전담부서인 형사2부는 6일 관세법과 야생생물법 위반 등 혐의로 밀수 조직 총책 A씨와 밀수책 등 5명을 기소했다고 밝혔다. A씨는 구속기소됐고 나머지 밀수책들은 불구속 상태로 재판에 넘겨졌다.
이들은 2023년 11월부터 2024년 8월까지 인도네시아와 베트남, 태국 등에서 외래생물 200마리를 국내로 밀수한 혐의를 받는다. 검찰은 A씨가 공범들과 함께 14차례에 걸쳐 야생생물을 들여오고, 이 가운데 국제 멸종위기종 54마리를 19차례에 걸쳐 국내 구매자들에게 양도한 것으로 파악했다.
밀수책 한 명 추적하다 총책까지 적발
수사는 인천공항세관에 적발된 뒤 단독 범행이라고 거짓 진술하며 송치된 밀수책 한 명의 사건에서 시작됐다. 검찰은 범행 수법이 개인의 단독 범행으로 보기 어려울 정도로 전문적이라고 판단해 보완수사에 착수했다. 이후 다른 밀수책들의 가담 사실과 총책 A씨를 중심으로 한 공모 관계를 추가로 확인했다.
A씨는 하위 공범들에게 자신을 스승이라고 부르게 하는 등 엄격한 상하관계를 만든 것으로 조사됐다. 과거에도 유사 사건으로 경찰 수사를 받았지만, 당시 하위 공범의 허위 자백을 토대로 처벌을 피한 사실도 드러났다.
공범이 공항에서 적발되면 A씨가 혼자 현장을 벗어나거나 동물 폐사 책임을 공범에게 돌린 정황도 확인됐다. 보관 부주의를 문제 삼거나 수사 무마 등을 명목으로 공범에게 돈을 갈취한 경우도 있었다.
입 묶고 압박 포장… 운송 중 다수 폐사
조직은 세관 단속을 피하기 위해 동물의 입을 결박하고 어린 개체를 좁은 공간에 압박 포장했다. 철제 과자 상자와 속옷 등에 동물을 숨긴 뒤 수하물로 부치기도 했다. 이 과정에서 극심한 스트레스를 받은 동물 여러 마리가 폐사했다.
국내에 들어온 동물은 인터넷 파충류 전문 카페와 카카오톡 오픈채팅방 등 동호회 커뮤니티에서 거래됐다. 조직은 실제 생물을 피규어나 인형으로 표현하는 은어를 사용해 광고했다. 거래가 성사되면 고속버스 택배 등을 이용해 전국 각지로 보냈다.

검찰은 단속에 적발되더라도 실제 생물이 아닌 상품을 판매했다고 주장하기 위해 이런 표현을 사용한 것으로 파악했다. 거래 가격은 개체에 따라 수십만 원에서 수백만 원에 이르렀다. 몸 전체가 흰색을 띠는 알비노나 루시스틱 등 희귀 변이 개체는 수천만 원대에 거래되기도 한 것으로 파악됐다.
아파트·고시원에서 사육… 코브라도 포함
밀수된 동물들은 아파트와 빌라, 고시원 등 인구 밀집 지역에서 사육되거나 다시 판매됐다. 유통 개체 가운데에는 맹독을 가진 코브라도 포함됐다.
검찰은 최근 여주 소양천에서 발견된 샴악어와 양주 아파트에서 나온 외래종 뱀, 대구 시외버스 화물칸에서 발견된 대형 뱀 등 주거지 주변에서 외래 야생생물이 잇따라 발견된 배경에 이 같은 불법 유통 구조가 있다고 봤다. 2024년 8월 사천에서 발견된 바다악어 사체는 A씨가 유통한 개체로 확인됐다.
검찰은 코브라와 양쯔강악어, 검정늪거북 등을 포함한 야생생물 95마리를 압수해 국립생태원에 위탁했다. 이 가운데 국제 멸종위기종은 40마리다. 압수된 동물들은 아파트와 빌라, 고시원 등에서 벗어나 국립생태원의 보호를 받게 됐다.

국제 멸종위기종은 1975년 발효된 멸종위기에 처한 야생생물의 국제거래에 관한 협약에 따라 거래가 제한되거나 금지된다. 한국도 야생생물법을 통해 이 협약을 이행하고 있다. 코브라와 양쯔강악어, 검정늪거북 등은 협약상 거래가 엄격히 제한되는 대상에 포함된다.
야생생물은 종류에 따라 맹독성과 공격성, 질병 전파 가능성을 지닌다. 주거 밀집 지역에서 탈출하거나 유실되면 주민의 생명과 신체, 주거 환경에 위험을 줄 수 있다. 자연으로 이동할 경우 토착종을 포식하거나 질병을 옮겨 생태계와 농축산물에도 피해를 줄 수 있다.
검찰은 "앞으로도 국제 멸종위기종 및 생태계 위해 우려가 있는 야생생물의 밀수, 불법 유통 및 사육 행위에 대해 환경청 및 국립생태원 등 관계기관과 긴밀히 협력해 엄정 대응할 방침"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