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살인 더위’는 예고편?…믿기 힘든 ‘2027년 여름 날씨’ 전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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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7년 더 무서운 폭염, 슈퍼 엘니뇨의 시간차 효과
식지 않는 바다가 만드는 '뉴노멀' 열대야 시대
올여름 한반도를 달군 40도 안팎의 폭염이 최악이 아닐 수 있다는 경고가 나왔다. 기록적인 더위가 채 끝나기도 전에 2027년에는 기온 상승세가 올해보다 일시적으로 더 가팔라질 수 있다는 전망이다.

김백민 국립부경대학교 환경대기과학과 교수는 올해 강하게 발달 중인 엘니뇨의 열 방출 효과가 한 해가량의 시차를 두고 나타날 가능성을 제기했다. 여기에 좀처럼 식지 않는 바다까지 겹치면서 폭염과 열대야가 일상이 되는 ‘뉴노멀’ 시대에 대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양산 42.5도…“가장 뜨거운 해, 2026년으로 바뀌었다”
김 교수는 6일 CBS 라디오 ‘박성태의 뉴스쇼’에 출연해 국내 일최고기온 기록을 기준으로 올해 폭염이 과거 최악으로 꼽혔던 2018년 기록을 넘어섰다고 진단했다.
2018년 8월 1일 서울에서는 39.6도가 관측돼 서울 관측 사상 최고기온을 기록했다. 같은 날 강원 홍천에서는 41.0도가 관측돼 국내 공식 기상관측 사상 최고기온으로 남아 있었다. 그러나 올해 경남 양산에서 42.5도가 관측되면서 2018년 홍천 기록을 넘어 국내 관측 사상 최고기온 기록이 새로 작성됐다. 김 교수는 이를 근거로 “우리나라에서 가장 뜨거운 해의 기록은 2026년으로 바뀌게 됐다”고 평가했다.

올해 폭염은 지역에 따라 서로 다른 형태로 나타났다. 남부 지방에서는 서풍이 소백산맥을 넘으며 고온·건조해지는 푄 현상이 극한 더위를 키웠다. 반면 수도권에서는 동풍 계열의 바람이 태백산맥을 넘으며 서쪽 지역의 기온을 끌어올렸다. 여기에 서해에서 공급되는 수증기와 앞서 내린 비로 높아진 습도까지 더해지면서 찜통더위가 나타났다.
남부는 뜨겁고 건조한 폭염에 시달리고, 중부는 높은 습도까지 더해진 고온다습한 폭염을 겪은 셈이다. 서로 성격이 다른 두 가지 폭염이 한반도에 동시에 나타난 것이 올여름의 특징이다.
일부 해역 28~29도 ‘온탕’…식지 않는 바다가 열기 뿜는다
올여름 폭염을 키운 핵심 원인으로는 뜨거워진 바다가 지목됐다. 김 교수에 따르면 우리나라 주변 일부 해역의 수온은 28~29도까지 상승했다. 열대야의 기준이 되는 밤사이 최저기온 25도보다 바닷물이 더 따뜻한 수준이다. 그는 “밤에 덥다고 바다에 뛰어들어도 전혀 시원하지 않을 정도”라고 설명했다.
바다는 산업화 이후 온실가스로 인해 지구에 쌓인 열을 흡수하며 대기의 급격한 온도 상승을 막아왔다. 그러나 표층 수온이 계속 오르면 위아래 바닷물의 순환이 약해지고 표면은 이전보다 빠르게 가열된다. 한번 달궈진 바다는 육지보다 천천히 식기 때문에 밤에도 열기를 대기로 내보낸다.

김 교수는 최근 바다의 가파른 수온 상승을 설명하는 요인으로 대기오염 감소도 언급했다. 화석연료 사용 감축과 선박 배출 규제 등으로 대기 중 오염물질이 줄면서 햇빛을 가리던 효과도 약해졌고, 맑아진 하늘을 통과한 태양에너지가 바다를 더 직접적으로 데우고 있다는 것이다.
폭염의 근본적인 배경은 온실가스가 불러온 지구온난화지만, 대기오염 감소가 최근 중위도 바다의 빠른 수온 상승에 일부 영향을 줬다는 분석이다.
김 교수는 “8월 중순과 하순에 폭염의 정점이 한 차례 더 남아 있다”며 식지 않는 바다가 만들어내는 열대야를 특히 조심해야 한다고 당부했다.
강한 엘니뇨 영향은 2027년에…“내년 더위 대비해야”
더 큰 문제는 올해 강하게 발달 중인 엘니뇨의 영향이 2027년에 더욱 뚜렷해질 수 있다는 점이다. 김 교수는 “엘니뇨로 바다가 대기에 열을 방출하는 현상에는 한 해 정도의 시차가 있다”며 “올해보다 내년에 온도 상승이 일시적으로 더 가파를 수 있다”고 내다봤다. 이어 “내년 더위에 더 대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 교수는 탄소 배출을 줄이더라도 달궈진 바다가 지닌 관성 때문에 기성세대가 2040~2050년까지 지금과 같은 폭염 흐름을 감내해야 할 수 있다고 전망했다.
폭염 대책도 실제 생활환경에 맞게 바뀌어야 한다고 지적했다. 기상청의 공식 기온은 잔디밭 위에서 직사광선을 차단한 표준 조건으로 측정하지만, 건설 노동자와 농민은 달궈진 지표면의 복사열을 온몸으로 받는다. 한여름 아스팔트 표면이 60도까지 오를 수 있는 만큼 온도와 습도뿐 아니라 복사열까지 반영한 노동 현장용 체감온도 지표를 개발해 조속히 도입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주말부터 한풀 꺾이지만…폭염 끝난 것 아니다
당장의 극한 폭염은 이번 주말부터 강도가 다소 약해질 전망이다. 하지만 평년보다 높은 기온과 열대야는 계속된다.

기상청에 따르면 한반도 대기 하층부터 상층까지 자리 잡은 고기압의 영향은 금요일인 7일까지 이어진다. 7일 아침 최저기온은 22~27도, 낮 최고기온은 31~39도로 예상된다. 서울의 낮 최고기온은 39도, 인천과 광주는 38도, 대전과 대구는 37도까지 오르겠다. 폭염은 7일 절정에 도달한 뒤 주말부터 고기압의 중심이 북서쪽으로 이동하면서 다소 누그러질 것으로 보인다.
토요일인 8일에는 낮 최고기온이 27~36도, 일요일인 9일에는 26~36도로 예상된다. 30도 후반의 극단적인 고온은 줄어들지만 평년 최고기온인 29~33도보다는 여전히 높은 수준이다.
동풍이 유입되는 동해안과 제주에는 많은 비가 내리겠다. 8일 강원 동해안·산지에는 30~80㎜, 많은 곳에는 120㎜ 이상의 비가 예보됐다. 경북 북부 동해안·북동 산지에는 20~60㎜, 경북 남부 동해안에는 5~40㎜, 제주 산지·중산간에는 5~30㎜가 예상된다. 강원에는 새벽부터 오전 사이 시간당 30~50㎜의 강한 비가 쏟아질 가능성도 있어 호우 피해에 대비해야 한다.
다음 주에도 아침 기온 22~26도, 낮 기온 28~36도의 무더위가 이어질 전망이다. 이후 변수는 제13호 태풍 ‘돌핀’이다. 돌핀이 10일께 중국 상하이 남쪽에 상륙한 뒤 동아시아 기압계가 어떻게 재편되느냐에 따라 한반도 날씨도 달라진다. 북쪽의 찬 공기가 내려오면 더위가 누그러질 수 있지만, 북태평양고기압과 티베트고기압이 다시 한반도를 덮으면 극한 폭염이 재현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