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식으로 20억 벌었다고 인증한 사람입니다... 순식간에 싹 날려버렸네요
작성일
27억원 → 0원... 레버리지 투자로 나락 간 투자자

빚을 내 사들인 반도체주가 청산되면서 22억원을 잃었다는 30대 직장인의 사연이 직장인 익명 커뮤니티 블라인드에 6일 올라왔다. NH농협 소속으로 표시된 글쓴이는 자신을 미혼 남성이라고 소개하며 "돈이 사라졌다는 사실이 나를 더 미치게 한다"고 적었다.
오랜 기간 주식 투자를 해 왔던 글쓴이가 갖고 있었던 원금은 6억~8억원 정도였다고 한다. 여기에 신용융자와 주식담보대출을 얹어 매수 규모를 22억원까지 키웠다. 종목은 반도체 관련주였다. 그는 "신용과 대출이 많이 껴 있다 보니 급락하면서 청산당했다"고 했다.
고점에서 팔지 못한 게 문제였다. 평가액은 한때 27억원까지 올랐다. 22억원으로 줄어든 시점에도 그는 매도 대신 커뮤니티에 수익 인증글을 올리며 반등을 기다렸다. 글쓴이는 "27억원이 고점이어서 22억원에 인증할 때에도 털지 못했다"며 "(수익) 인증글을 올릴 게 아니라 매도했어야 했는데 후회스럽고 내 자신이 바보 같다"고 적었다.
이후 상황이 빠르게 무너졌다. 글쓴이는 개인회생을 법무사를 통해 알아봤지만 여의치 않았다고 했다. 개인파산도 직장 때문에 어렵다고 했다. 그는 "당장 밥 먹을 돈도 없다", "앞으로 빚을 갚을 것도 막막하다"고 토로했다. 앞선 인증글에서 "아직 기회가 있다고 보고 인생을 걸어 놓고 대기 중"이라고 했던 그는 이번 글에서 "인생이 다 털렸다"고 적었다.
글쓴이가 택한 방식은 이른바 '레버리지 투자'다. 상승장에서는 수익이 배로 불어나지만 하락장에서는 손실도 그만큼 커지는 투자 기법이다. 특히 신용융자와 주식담보대출 등 빚을 더해 투자 규모를 키우면 투자자를 나락으로 이끌 수 있다. 주가가 일정 수준 아래로 떨어지면 증권사가 강제로 반대매매를 실행하기 때문이다. 담보 가치가 유지 비율 밑으로 내려가면 투자자의 의사와 무관하게 보유 주식이 시장가로 처분되는 구조다.
이런 방식이 위험한 이유는 손실이 원금에 국한되지 않는다는 데 있다. 자기 돈만으로 투자했다면 주가가 아무리 떨어져도 원금을 잃는 데 그친다. 그러나 빌린 돈으로 규모를 키우면 주가 하락 폭보다 훨씬 큰 비율로 자산이 줄고, 반대매매로 주식이 청산된 뒤에도 갚아야 할 대출 원리금은 그대로 남는다. 글쓴이가 겪은 것처럼 원금이 모두 사라지는 것은 물론 은행 빚까지 짊어지게 된다.
반도체주처럼 변동성이 큰 종목에 빚을 몰아넣으면 위험은 더 커진다. 주가가 하루에도 크게 출렁이는 종목은 반대매매 기준선에 닿기 쉽고, 한 번 하락이 시작되면 반대매매가 다시 주가를 끌어내리는 악순환으로 이어질 수 있다. 특정 종목에 자산을 집중하는 '몰빵' 투자와 레버리지가 겹치면 한 번의 급락만으로도 회복이 불가능한 손실을 볼 수 있다.
댓글에는 안타까움과 조언, 의심이 뒤섞였다. 자신도 비슷한 경험을 했다는 한 이용자는 "어떻게든 살아남았다"며 "빚이 정확히 얼마인지 계산해 몇 년간 갚아 나가면 좋은 날이 온다"고 격려했다. 국가에서 지원하는 심리상담 바우처를 받아 보라는 조언도 나왔다. "사채만 쓰지 말라"거나 개인파산·개인회생 제도를 알아보라는 현실적인 권유도 이어졌다.
무리한 투자를 따끔하게 꾸짖는 목소리도 적지 않았다. "22억원이 고점이었으면 적당히 15억원쯤에서 손을 털었어야 했는데 그게 쉽지 않았을 것"이라며 미련이 화를 키웠다고 짚는 댓글이 올라왔다.
빚을 내 투자하는 이른바 '빚투'와 레버리지 투자로 큰 손실을 봤다는 사연은 최근 증시 변동성이 커지면서 온라인에서 어렵지 않게 접할 수 있다. 다만 커뮤니티 특성상 사연의 사실 여부를 확인하는 게 쉽지 않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