택배 훔쳐도 절도 아닐 수 있다?…경찰서 교육 직후 벌어진 이상한 변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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택배 절도에 점유이탈물횡령 적용 검토 교육 논란
교육 뒤 관련 사건 처리 늘자 경기남부청 감찰 착수
아파트 문 앞에 놓인 택배를 훔친 사건에 절도죄 대신 점유이탈물횡령죄 적용을 검토할 수 있다는 취지의 직원 교육을 진행한 경찰서가 논란에 휩싸였다. 절도 사건 미검률을 낮춰 성과 지표를 관리하려 한 것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되자 상급 기관이 진상 조사에 착수했다.

연합뉴스가 4일 보도한 내용에 따르면 경기 성남수정경찰서는 지난 4월 21~23일 사흘간 지구대와 파출소 소속 경찰관들을 대상으로 분기별 교육을 진행했다.
보도에 따르면 교육이 끝난 뒤 성남수정경찰서 범죄예방대응과 소속 경찰관 A 씨는 성과 향상 방안을 설명했다. 이 과정에서 아파트 택배 절도와 화단의 화초 절도, 가방 분실, 음식물·생필품 봉투 분실, 현금자동입출금기(ATM)에서 인출한 돈 분실, 시멘트 포대 절도 등의 사례가 제시됐다.
A 씨는 물건의 점유권이 불분명한 경우 점유이탈물횡령 혐의 적용을 검토할 수 있다는 취지로 안내한 것으로 전해졌다. 그러나 아파트 문 앞에 배송된 택배까지 사례에 포함되면서 논란이 불거졌다.
일반적으로 택배기사가 주문자의 주소지에 물품을 배송한 순간 해당 물건은 주문자의 점유 아래에 들어간 것으로 본다. 주인이 명확한 택배를 가져간 행위는 통상 절도죄에 해당한다는 것이 법조계의 시각이다.
점유이탈물횡령죄는 주인이 잃어버렸거나 점유에서 벗어난 물건을 가져간 경우 적용된다. 피해자의 점유 상태에 있던 물건을 몰래 가져가는 절도죄와는 성립 요건뿐 아니라 처벌 수위도 크게 다르다.
형법에 따르면 절도죄는 6년 이하의 징역 또는 10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한다. 반면 점유이탈물횡령죄의 법정형은 1년 이하의 징역이나 300만원 이하의 벌금 또는 과료이다. 징역형의 상한은 6배, 벌금형의 상한은 700만원 차이가 난다.
해당 교육이 절도 사건의 미검률을 낮추기 위한 교육 아니냐는 의혹도 나왔다. 경찰의 현장 대응 역량 성과 지표에는 살인과 강도, 절도 등 중요범죄의 신고 건수 대비 검거 건수가 반영되지만 점유이탈물횡령은 포함되지 않는다.
절도 사건을 점유이탈물횡령 사건으로 분류하면 통계상 절도 신고 건수가 줄어 검거율은 높아지고 미검률은 낮아질 수 있다는 것이다.
교육 이후 점유이탈물횡령 사건 처리 건수가 늘자 경찰서장의 지적도 있었던 것으로 전해졌다. A 씨는 지난 5월 28일 지역경찰 팀장급 단체 대화방에 적법 절차를 준수하고 무리한 조치를 하지 말아 달라는 취지의 공지를 올렸다.
다만 경찰은 교육 전후 점유이탈물횡령 사건 처리 건수가 얼마나 달라졌는지는 현 단계에서 밝힐 수 없다는 입장이다.

A 씨는 연합뉴스에 “점유권이 불분명한 경우가 있는데도 절도 혐의가 적용되는 사례가 있어 법 적용을 면밀하게 해달라는 취지였다”며 “성과 관리를 하지 않을 수 없는 것은 사실이지만 특정 사례를 들면서 점유이탈물횡령 혐의를 적용하라는 식으로 말하지는 않았다”고 해명했다.
성남수정경찰서 역시 여러 사건 사례를 화면에 띄워 설명하는 과정에서 오해의 소지가 생겼을 뿐 택배 절도 사건을 의도적으로 낮은 죄명으로 처리하라고 지시한 것은 아니라고 밝혔다. 현장에 출동한 경찰관들이 무조건 절도 혐의를 적용하지 말고 점유 관계를 살펴 법 적용을 검토하라는 취지였다는 설명이다.
경기남부경찰청 청문감사담당관실은 해당 교육의 구체적인 내용과 실제 사건 처리 과정 등을 확인하기 위한 감찰 조사에 착수했다.
경찰 관계자는 연합뉴스에 “사실관계를 파악하기 위한 감찰 조사에 들어갔다”며 “조사 결과 잘못된 부분이 있다면 개선할 것”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