퍼플렉시티 코멧, 아마존 접속 금지명령 항소심서 뒤집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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퍼플렉시티 AI 쇼핑봇, 아마존 접속금지 항소심서 뒤집었다
제9순회법원 “접속한 건 이용자”…소송은 샌프란시스코서 계속

퍼플렉시티(Perplexity)의 AI 브라우저 코멧(Comet)에 탑재된 쇼핑 에이전트가 아마존(Amazon) 접속을 막았던 예비적 금지명령(preliminary injunction)에서 벗어났다. 미국 제9순회 항소법원(Ninth Circuit Court of Appeals)은 화요일(현지시각) 아마존이 제기한 컴퓨터사기및남용방지법(Computer Fraud and Abuse Act, CFAA) 위반 주장이 법리적으로 성립하기 어렵다며 하급심의 금지명령을 취소했다. 항소법원은 코멧으로 아마존에 접속한 주체는 이용자이며, 퍼플렉시티가 직접 아마존 서버에 접근한 것으로 볼 수 없다고 판단했다. 다만 이번 결정으로 두 회사의 법적 다툼이 끝난 것은 아니다. 아마존은 재심리나 상고를 요청할 수 있고, 본안 소송은 원래 제기됐던 샌프란시스코 연방법원에서 계속 진행된다.
항소법원 “접속한 건 이용자”…CFAA 적용 논리가 깨졌다
CFAA로 상대를 제소하려면 세 가지를 증명해야 한다. 보호된 컴퓨터에 고의로 무단 접근했는지, 그 컴퓨터에서 정보를 취득했는지, 그리고 1년 동안 평균 5000달러 이상의 손실이 발생했는지다. 항소법원은 코멧이 이용자의 지시가 있어야만 아마존에서 작동하는 구조라는 점에 주목했다. 재판부는 아마존의 서버, 즉 아마존닷컴을 구동하는 컴퓨터에 접속한 주체는 코멧 이용자이며 퍼플렉시티 자체가 아니라고 봤다.
밀란 스미스(Milan Smith) 판사가 다른 두 판사와 함께 작성한 21쪽 분량의 의견서에는 이런 내용이 담겼다. “아마존의 컴퓨터에 ‘접속’하는 것은 이용자다. 어시스턴트의 도움을 받아 아마존닷컴에서 특정 행위를 수행하는 것일 뿐이다. 퍼플렉시티가 이용자 브라우저의 스크린샷을 받고 어시스턴트에 지시를 전달할 수는 있지만, 그 자체가 퍼플렉시티가 아마존 서버에 ‘접속(진입)’했다는 뜻은 아니다.” 스미스 판사는 또 “금지명령은 소비자의 선택권을 훼손하고 이제 막 등장한 기술의 발전을 불필요하게 제한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번 판결은 지난 3월 캘리포니아 북부지방법원 매신 체스니(Maxine Chesney) 판사가 내린 결정을 뒤집은 것이다. 체스니 판사는 당시 퍼플렉시티가 아마존 이용자의 승인은 받았지만 아마존의 승인 없이 계정에 접근했다며 아마존이 CFAA 위반을 입증할 가능성이 높다고 판단했다. CFAA는 1986년 제정된 해킹방지법으로, 기업이 승인 없이 다른 기업의 웹서버에 접근하는 행위를 금지하는 조항을 담고 있다.

갈등의 시작…2024년 합의 파기부터 2026년 소송까지
두 회사의 갈등은 지난해 11월 아마존이 퍼플렉시티에 중지 요구서(cease-and-desist letter)를 보내면서 표면화됐다. 아마존은 AI 브라우저가 자사 온라인 스토어에 접근하지 못하게 막으라고 요구했다. 아마존에 따르면 양사는 2024년 에이전트형 쇼핑(agentic shopping)을 잠정 중단하기로 합의한 바 있는데, 퍼플렉시티가 이 합의를 어기고 코멧의 AI 봇을 일반 크롬 브라우저처럼 위장해 기능을 다시 활성화했다는 것이다.
이에 아마존은 지난 3월 퍼플렉시티를 상대로 소송을 냈고, 얼마 지나지 않아 임시 금지명령을 받아냈다. 퍼플렉시티는 이 결정에 불복해 제9순회 항소법원에 항소했고, 항소법원은 사건을 심리하는 동안 금지명령의 효력을 일시 정지시켰다. 이번 판결은 그 항소 심리의 결과다.
Safari 이용자와 방화범 비유…법정에서 맞선 두 논리
퍼플렉시티는 항소심에서 애플(Apple)의 Safari(Safari) 브라우저를 예로 들며 반박했다. “자신의 컴퓨터로 Safari를 통해 아마존에 접속하는 이용자가 애플이 아마존에 접속하는 것과 같다고 볼 수 없는 것처럼, 코멧 이용자가 자신의 컴퓨터로 아마존에 접속하는 것도 퍼플렉시티가 아마존에 접속하는 것과 같지 않다”는 논리였다.
아마존은 이용자를 퍼플렉시티와 아마존닷컴 사이의 단순한 중개자로 봐야 한다고 맞섰다. 아마존은 법원에 제출한 서면에서 “퍼플렉시티의 서버가 코멧 AI 에이전트에게 이용자의 컴퓨터를 통해 아마존 스토어를 목적을 갖고 탐색하도록 지시하는 만큼, 방화범이 ‘내가 우편물 폭탄을 보낸 게 아니라 우체부가 보냈다’고 말할 수 없는 것과 마찬가지로 접속 사실을 부인할 수 없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항소법원은 퍼플렉시티에 책임을 지우는 것은 해킹방지법의 취지에서 “한참 벗어난 새로운 해석”을 요구하는 것이라며 아마존의 주장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엇갈린 외부 단체 반응…소송은 다음 라운드로
이번 소송에는 여러 외부 단체가 의견서를 제출하며 관심을 보였다. 전자프런티어재단(Electronic Frontier Foundation)과 모질라(Mozilla) 등은 퍼플렉시티 편에 서서 체스니 판사의 CFAA 해석이 “열린 인터넷의 근본 원칙에 반한다”는 취지의 법정조언자 의견서를 냈다. 반면 뉴스업계 단체인 디지털콘텐트넥스트(Digital Content Next)는 아마존을 지지하며 “퍼블리셔들이 AI 에이전트에게 자신들의 문을 강제로 열어줄 필요는 없다”고 주장했다.
아마존은 이번 판결에 대해 “오늘 예비적 금지명령에 관한 결정에 정중히 동의하지 않는다”는 입장을 밝혔다. 아마존 대변인은 “우리는 우리의 주장에 여전히 확신을 갖고 있으며 다음 단계를 검토하고 있다”고 말했다. 퍼플렉시티 대변인은 “인터넷 이용자들이 원하는 AI를 선택할 권리를 위해 계속 싸우겠다”고 밝혔다.
항소법원의 결정으로 금지명령은 사라졌지만 어느 쪽의 승소로도 결론이 난 것은 아니다. 아마존은 재심리를 요청하거나 연방최고법원에 상고할 수 있다. 두 옵션을 택하지 않더라도 처음 소송이 제기됐던 샌프란시스코 연방법원에서 본안 소송이 이어지며, 아마존은 그곳에서 다시 자신의 주장을 펼칠 기회를 갖게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