극한 폭염 속 관중 '심정지'… KBO '폭염 세칙' 첫날부터 초비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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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천 SSG랜더스필드 9회초 관중 심정지…신속한 CPR로 골든타임 지켜내
지난 4일 인천 SSG랜더스필드에서 열린 SSG 랜더스와 LG 트윈스의 KBO리그 경기 도중 관중이 심정지로 쓰러지는 일촉즉발의 응급 상황이 발생했다.

공교롭게도 이날은 한국야구위원회(KBO)가 폭염 관련 경기 취소 운영 세칙을 정비해 처음 적용한 날이었다. 최고 기온과 체감온도의 단편적 수치에만 의존하는 현행 규정이 야간까지 지속되는 열대야 현상과 현장 안전 관리를 반영하지 못한다는 지적이 거세지고 있다.
9회초 멈춰 선 경기에 119 출동… 골든타임 지켜낸 빠른 응급 대응
이날 경기는 8회까지 양 팀이 난타전을 벌인 끝에 SSG가 10-8로 앞서가고 있었다. 9회초 시작을 앞둔 오후 10시 2분경 1루 응원석 인근에서 25세 남성 관중이 갑자기 의식을 잃고 쓰러졌다.
주변 관람객들의 신고를 받은 안전요원 팀장이 즉시 현장에 도착해 환자의 의식과 기도를 확인했다. 심정지 상태로 판단한 안전요원은 현장에서 즉각 약 20초간 심폐소생술(CPR)을 실시했고 자동심장충격기(AED)로 1회 전기 충격을 가했다. 119 구급대의 정교한 가이드에 따라 신속한 응급조치가 이어지면서 다행히 환자는 현장에서 의식을 회복했다. 이후 구단 관계자의 동행하에 인근 병원으로 이송돼 면밀한 검사를 받고 있다.
심판진은 관중석의 위급 상황을 파악한 후 양 팀 선수단을 더그아웃으로 철수시키고 경기를 즉시 중단했다. 약 9분간 중단됐던 경기는 오후 10시 11분 재개됐으며 경기는 SSG의 10-8 승리로 마무리됐다. SSG 구단은 "해당 관람객의 빠른 회복을 위해 최선을 다해 지원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이날 랜더스필드 현장에서 접수된 온열질환 관련 신고는 중증 2건, 경미한 증세 23건 등 총 25건에 달했다.
'폭염 중대 경보' 첫날부터 드러난 기준의 한계
이번 사태는 KBO가 폭염 관련 경기 취소 세칙을 세분화해 발표한 첫날 일어났다. 지난 주말 경남권(부산·창원)에서 폭염으로 인한 경기 취소 여부를 두고 극심한 혼란을 겪은 KBO는 행정적 기준을 명확히 하기 위해 '폭염 중대 경보' 세칙을 정비했다.
새 기준에 따르면 일 최고 체감온도 35도 이상이 이틀 이상 지속된 뒤 다음 날 최고 체감온도 38도 이상 또는 일 최고기온 39도 이상이 예상될 때 경기를 취소하도록 했다. 이 기준에 따라 지난 4일 잠실과 광주 경기는 오후 1시 전에 전격 취소됐다.
하지만 인천 경기는 이 기준을 벗어났다. 인천 남부 지역의 낮 최고기온은 37도로, 폭염 중대 경보 발령 기준(38~39도)에 살짝 미달했기 때문이다. 규정상 취소 사유가 되지 않아 경기는 정시에 개최됐고 현장 관계자들과 양 팀 감독들은 찜통더위 속에서도 경기를 강행할 수밖에 없었다.
야간 기온 미반영과 경기 감독관 권한 강화 과제
더 큰 문제는 인천의 특수한 야간 기온이었다. 경기가 취소된 광주의 경우 소나기가 내리며 오후 6시 기온이 28도까지 떨어진 반면 인천은 오후 11시가 넘은 시각에도 기온이 30도를 웃도는 등 밤새 열기가 식지 않았다. 최고기온 기준에는 걸리지 않았지만 실제 경기가 치러지는 야간 체감온도는 인체에 극심한 무리를 주는 수준이었던 셈이다. 단일한 기온 숫자에만 매몰된 세칙만으로는 관중과 선수단의 안전을 담보하기에 역부족이라는 비판이 나온다.
폭염 중대 경보 기준 미달 지역이라 하더라도 경기 진행 시간대의 체감온도와 야간 기온 예보를 적극 반영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실제로 지난 1일 창원 경기는 오후 6시 예상 기온이 35도에 달하자 정황을 고려해 취소 조치한 바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