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년마다 계좌 다시 만들어야…ISA 개편에 투자자들 당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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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반 ISA 계약기간 최대 5년으로 제한
미사용 납입 한도 이월도 폐지…해외 ETF 투자자 불만
900만명 이상이 가입한 대표적인 절세 상품인 개인종합자산관리계좌(ISA)가 내년부터 크게 달라질 전망이다. 국내 투자에 강한 세제 혜택을 주는 새 ISA가 등장하는 대신 기존 ISA는 가입 기간과 납입 방식이 제한되면서 투자자들의 셈법도 복잡해졌다.

정부는 지난 4일 발표한 ‘2026년 세제개편안’을 통해 국내 투자 전용 상품인 ‘생산적금융 개인종합자산관리계좌(ISA)’를 내년부터 신설하겠다고 밝혔다. 국내 상장주식과 국내 주식형 펀드 등에 투자해 얻은 이자·배당소득을 전액 비과세하는 대신 미국 S&P500·나스닥100 등 해외지수를 추종하는 ETF는 투자 대상에서 제외하는 내용이다.
900만명 이상이 가입한 기존 ISA도 함께 손질된다. 사실상 무기한 연장할 수 있던 계약기간은 최대 5년으로 제한되고 사용하지 않은 연간 납입 한도를 다음 해로 넘기는 제도도 폐지된다. 월급에서 일정 금액을 떼어 해외지수 ETF를 장기간 적립해온 청년층과 ISA를 노후자금 계좌로 활용해온 중장년층을 중심으로 혜택이 줄었다는 불만이 나오는 이유다.
국내 투자하면 이자·배당 전액 비과세
생산적금융 ISA는 국내 상장주식과 국내 주식형 펀드·상장지수펀드(ETF), 국민성장펀드, 기업성장집합투자기구(BDC) 등에 투자하는 상품이다.
이 계좌에서 발생하는 이자와 배당소득에는 별도의 한도 없이 전액 비과세 혜택이 적용된다. 연간 납입 한도는 2000만원, 총 납입 한도는 2억원이며 최대 10년 동안 운용할 수 있다.
34세 이하 청년 가운데 총급여가 7500만원 이하인 가입자는 납입액의 10%를 소득공제받는 혜택도 추가된다. 연간 한도인 2000만원을 모두 납입하면 최대 200만원을 소득에서 공제받는 구조이다.
현재 일반형 ISA는 계좌에서 발생한 순이익 중 200만원, 서민형은 400만원까지 비과세한다. 비과세 한도를 넘긴 이익에는 9.9% 세율이 적용된다. 생산적금융 ISA는 이자와 배당에 한해 비과세 한도를 없앴다는 점에서 배당주와 국내 주식형 펀드 투자자에게 유리할 수 있다.
생산적금융 ISA, 미국지수 ETF는 못 담는다
세제 혜택이 큰 만큼 투자 가능한 상품은 제한된다. 국내 증권시장에 상장돼 있더라도 미국 S&P500이나 나스닥100 등 해외지수를 추종하는 ETF는 생산적금융 ISA에 담을 수 없다.
ISA는 목돈을 한꺼번에 넣는 방식뿐 아니라 매월 월급에서 일정액을 떼어 ETF를 사 모으는 적립식 투자에도 활용돼왔다. 개별 종목을 고르는 부담을 줄이면서 여러 미국 기업에 분산 투자할 수 있다는 점에서 S&P500이나 나스닥100을 추종하는 국내 상장 ETF를 장기간 모아온 투자자도 적지 않다.
특히 투자 경험과 자금이 부족한 사회초년생에게 지수형 ETF는 비교적 접근하기 쉬운 장기 투자 수단으로 여겨져왔다. 시장의 단기 등락을 예측하기보다 월급날마다 일정 금액을 투자하고 ISA의 비과세·분리과세 혜택을 함께 활용하는 방식이다.

기존 ISA에서 국내 상장 해외 ETF에 투자하면 계좌 내 수익과 손실을 합산한 뒤 비과세와 저율 분리과세 혜택을 받을 수 있다. 일반 계좌에서는 국내 상장 해외 ETF의 매매차익이 배당소득으로 분류돼 15.4%의 세금이 붙기 때문에 해외지수 투자자들에게 ISA는 대표적인 절세 수단으로 활용돼왔다.
생산적금융 ISA에서는 이 같은 해외지수형 상품을 제외하면서 사실상 국내 투자 전용 절세 계좌가 된 셈이다. 정부는 국내 자본시장 활성화와 환율 안정 등을 고려한 조치라는 입장이지만 투자자들 사이에서는 세제 혜택을 받으려면 기존 투자 원칙을 바꿔야 한다는 불만이 나온다.
국내 상장주식의 매매차익은 현재 일반 계좌에서도 대부분 비과세이다. 생산적금융 ISA의 혜택이 주가 상승에 따른 매매차익보다 이자와 배당소득에 집중되는 만큼 배당 성향이 낮은 종목에 투자하는 사람은 체감 효과가 제한적일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중장년층 노후자금도 5년마다 끊긴다
기존 ISA 가입자들이 가장 민감하게 반응하는 부분은 최대 계약기간 제한이다. 현재는 최소 의무가입기간인 3년이 지나도 만기를 계속 연장해 계좌를 장기간 유지할 수 있다.
이 때문에 ISA를 당장의 수익을 내기 위한 계좌가 아니라 은퇴 전까지 장기간 굴리는 노후자금 통장으로 활용하는 중장년층도 있다. 예금과 채권형 상품, 배당주, ETF 등을 한 계좌에 나눠 담고 세금 정산을 뒤로 미루면서 자산을 불려가는 방식이다.
계좌를 오래 유지하면 투자 수익에 대한 세금 납부를 만기까지 미루고 세금으로 빠져나갈 돈까지 다시 투자하는 과세이연 효과를 누릴 수 있다. 수익과 손실을 장기간 합산해 최종 순이익을 줄이는 손익통산 효과도 커진다.
개편안이 시행되면 일반 ISA의 총계약기간은 최대 5년으로 제한된다. 가입자는 5년마다 계좌의 수익과 손실을 정산하고 세금을 낸 뒤 새 계좌에 가입해야 한다. 수십 년을 내다보고 노후자금을 굴리던 가입자에게는 투자 흐름이 주기적으로 끊기는 셈이다.
세금 정산 뒤 남은 자금을 새 ISA로 옮기더라도 기존 자산을 그대로 이어서 운용하기 어렵고 의무가입기간도 다시 시작된다. 투자상품을 매도하고 재매수하는 과정에서 시장 상황이나 거래 비용도 고려해야 한다.
예를 들어 한 계좌에서 먼저 큰 수익을 낸 뒤 몇 년 후 손실이 발생하면 두 금액을 합쳐 순이익에 대해서만 세금을 계산할 수 있다. 계좌가 5년마다 종료되면 이전 계좌에서 낸 수익과 새 계좌에서 발생한 손실을 합산할 수 없어 장기적인 절세 효과가 줄어든다.
5년 만기를 앞둔 시점에 보유 상품이 손실을 기록하고 있는 경우도 부담이다. 이후 가격이 회복돼 수익으로 전환되더라도 앞선 계좌의 손실과 새 계좌의 수익을 합칠 수 없기 때문이다.
못 채운 납입 한도도 사라진다

미사용 납입 한도 이월도 폐지된다. 현재는 연간 한도 2000만원 가운데 사용하지 않은 금액을 다음 해로 넘길 수 있다. 첫해에 500만원만 넣었다면 다음 해에는 기존 한도 2000만원에 남은 1500만원을 더해 최대 3500만원까지 납입할 수 있다.
이 제도는 월급이 적은 사회초년생이나 소득이 일정하지 않은 자영업자에게 유용했다. 당장 한도를 채우지 못하더라도 이후 연봉이 오르거나 목돈이 생겼을 때 남은 한도를 활용해 투자할 수 있었기 때문이다.
개편 이후에는 해당 연도에 사용하지 않은 한도가 소멸한다. 여유 자금이 생긴 해에도 최대 2000만원까지만 넣을 수 있어 가입자의 자금 사정에 따라 납입 시기를 조절하는 유연성이 줄어든다.
정부는 개편안을 2027년 1월 1일 이후 새로 가입하거나 계약기간을 연장하고 납입하는 경우부터 적용할 계획이다. 이미 만기를 사실상 무기한으로 설정한 계좌는 기존 조건을 유지할 수 있지만 짧은 만기로 가입한 뒤 내년 이후 계약을 연장하면 개정 규정을 적용받을 가능성이 있다.
다만 이번 내용은 정부가 발표한 세제개편안 단계이다. 실제 시행을 위해서는 관련 세법 개정안이 국회를 통과해야 하므로 계약기간과 적용 대상 등은 입법 과정에서 달라질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