XRP 담보로 RLUSD 빌린다, 이더리움 대출풀 첫 편입됐다

작성일

XRP 담보로 RLUSD 대출…플레어 FXRP, 2.8억달러 대출풀에 첫 편입
이더리움 기관 대출시장에 XRP 기반 자산이 담보로 승인된 최초 사례

XRP 담보로 RLUSD 빌린다, 이더리움 대출풀 첫 편입됐다 / AI 생성 일러스트(삽화)
XRP 담보로 RLUSD 빌린다, 이더리움 대출풀 첫 편입됐다 / AI 생성 일러스트(삽화)

이더리움 기반 디파이(분산금융) 대출 프로토콜 모르포(Morpho)에서 XRP를 담보로 리플의 스테이블코인 RLUSD를 빌릴 수 있는 길이 열렸다. 블록체인 플레어(Flare)가 만든 랩드 XRP 토큰 FXRP가 리스크 관리업체 센토라(Sentora)가 운용하는 RLUSD 대출풀의 담보 자산으로 승인됐다고 코인데스크(CoinDesk)가 8월 4일(현지시각) 보도했다. 플레어는 이 소식을 8월 3일(현지시각) 발표했다. 이 대출풀 규모는 약 2억 8,000만 달러다. XRP 보유자는 코인을 팔지 않고도 달러 연동 스테이블코인을 빌려 쓸 수 있게 됐다. 크립토뉴스(crypto.news)는 XRP 기반 자산이 기관이 큐레이션한 이더리움 주요 대출 시장에 담보로 편입된 것은 이번이 처음이라고 전했다.

FXRP 발행부터 RLUSD 대출까지, 거쳐야 하는 절차

플레어 측에 따르면 이용자는 먼저 자사 FAssets 시스템을 통해 XRP를 FXRP로 발행(민팅)한다. 이후 브리지 서비스 스타게이트(Stargate)를 이용해 FXRP를 이더리움으로 옮긴다. 이더리움에 도착한 FXRP는 ERC-20 표준을 따르는 토큰이 돼 모르포 블루(Morpho Blue) 상의 센토라 RLUSD 메인 볼트에 담보로 예치할 수 있다. 마지막으로 이용자가 원하는 담보인정비율(LTV)에 맞춰 RLUSD를 빌리면 절차가 끝난다. 디크립트(Decrypt)는 이 대출이 매도가 아닌 담보 대출이기 때문에 차입자가 XRP 가격 변동에 대한 노출을 그대로 유지한다고 설명했다.

새로 열린 FXRP/RLUSD 시장은 화이트리스트 없이 누구나 참여할 수 있는 구조다. 크립토포테이토(CryptoPotato)에 따르면 출시 시점에는 공급 한도(서플라이 캡)가 설정돼 있으며, 유동성이 늘어나면 한도도 조정될 수 있다. 센토라는 FXRP를 담보로 승인하기 전 시장 움직임, 가격 오라클 설계, 유동성, 청산 메커니즘을 자체 기관용 리스크 프레임워크로 검토했다고 밝혔다. 승인 이후에도 다른 담보 자산과 동일한 상시 모니터링을 받는다.

XRP는 왜 그동안 디파이에서 소외됐나 / AI 생성 이미지
XRP는 왜 그동안 디파이에서 소외됐나 / AI 생성 이미지

XRP는 왜 그동안 디파이에서 소외됐나

크립토뉴스에 따르면 XRP는 시가총액 기준 약 700억 달러로 비트코인·이더리움·테더(USDT)에 이어 네 번째로 큰 암호화폐다. 그만큼 보유자가 많고 거래소 유동성도 풍부하지만, 온체인 대출·차입·유동성 공급에서는 존재감이 거의 없었다. 크립토뉴스는 그 이유를 인프라 부재로 짚었다. XRP 레저(XRP Ledger)는 이더리움과 합의 방식과 토큰 표준이 다른 별도 블록체인이라 이더리움 기반 디파이 프로토콜과 직접 상호작용할 수 없다. 비트코인도 랩드비트코인(WBTC)이 등장하기까지 수년이 걸렸는데, XRP는 이제야 플레어의 FXRP를 통해 비슷한 구조를 갖추게 됐다는 설명이다.

리플을 상대로 한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의 소송도 걸림돌로 지목됐다. 크립토뉴스는 2020년 12월 제기된 이 소송이 2024년까지 완전히 해소되지 않으면서 디파이 프로토콜과 볼트 운용사들이 XRP 기반 담보 자산 추가를 꺼리게 하는 위축 효과를 낳았다고 설명했다. 소송이라는 법적 부담은 사라졌지만 그것이 곧바로 디파이 인프라 구축으로 이어지지는 않았다는 것이다. 여기에 XRP 레저 자체의 디파이 생태계가 이더리움 등에 비해 상대적으로 작다는 점도 배경으로 꼽혔다.

“단순 브리지 상장과는 다르다”…플레어·센토라의 자평

플레어 공동창업자 겸 최고경영자(CEO) 휴고 필리온(Hugo Philion)은 디크립트에 “XRP는 암호화폐 중 가장 규모가 큰 자산이면서도 디파이에서는 가장 적게 쓰이는 자산 중 하나였다. 그 격차는 결국 인프라 문제였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이제 XRP는 이더리움 메인넷에서 기관 리스크팀이 직접 심사해 승인한 담보 자산이 됐다. 단순히 브리지에 상장되는 것보다 훨씬 강한 형태의 인정”이라고 덧붙였다.

센토라 공동창업자 겸 최고기술·제품책임자(CTO·CPO) 헤수스 로드리게스(Jesus Rodriguez)는 자신의 X(옛 트위터) 계정에 “센토라가 XRP를 온체인에서 실제로 쓸 수 있게 만드는 중요한 걸음을 내디뎠다”고 적었다. 그는 “XRP는 암호화폐 중에서도 가장 크고 유동성이 풍부한 자산이지만, 놀랍게도 온체인 신용시장에서는 충분히 활용되지 못했다. 그 흐름이 오늘 바뀐다”고 강조했다. 센토라는 과거 인투더블록(IntoTheBlock)이라는 이름으로 활동했던 업체다.

이번 대출 시장은 모르포 블루의 격리형(아이솔레이션) 구조로 설계됐다. 특정 담보 자산에 문제가 생겨도 그 위험이 다른 대출 시장으로 전이되지 않도록 각 시장을 독립적으로 운영하는 방식이다. 이 구조 덕분에 FXRP처럼 비교적 새로운 자산도 전체 프로토콜의 안정성을 흔들지 않으면서 대출 시장에 편입될 수 있었다는 게 크립토뉴스의 설명이다.

리플의 RLUSD 확장과 남은 과제

이번 담보 승인은 리플이 기업용 스테이블코인으로 키워온 RLUSD의 활용 범위를 넓히는 계기도 된다. 리플은 2024년 8월부터 이더리움과 XRP 레저에서 국경 간 결제용으로 RLUSD 테스트를 시작했고, 같은 해 12월 뉴욕주 금융서비스국(NYDFS)의 승인을 받았다. 크립토뉴스와 디크립트에 따르면 지난 7월(현지시각)에는 마스터카드가 RLUSD를 포함해 USDC, 소파이(SoFi)의 소파이USD(SoFiUSD) 등 규제받는 스테이블코인의 결제 정산을 지원하겠다고 밝혔다.

플레어는 여기서 멈추지 않고 이용 편의성을 높이는 작업을 진행 중이다. 코인데스크와 크립토포테이토에 따르면 플레어는 스마트 어카운트(Smart Accounts) 기능을 개발하고 있다. 이 기능이 완성되면 이용자는 XRP 레저 지갑에서 곧바로 민팅부터 대출까지 전체 절차를 승인할 수 있게 된다. XRP 레저에서 이더리움으로 직접 FXRP를 전송하는 기능도 함께 개발되고 있다. 지금은 FAssets 민팅과 스타게이트 브리지를 거치는 여러 단계를 밟아야 하지만, 이 작업이 완료되면 절차가 한층 단순해질 전망이다.

다만 공급 한도가 설정된 초기 단계인 만큼 실제 이용 규모가 얼마나 빠르게 늘어날지는 지켜봐야 한다. XRP가 오랜 기간 디파이 생태계에서 자본 효율성이 낮은 자산으로 남아 있었던 만큼, 이번 승인이 실질적인 자금 유입으로 이어질지가 다음 관전 포인트로 꼽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