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이 수사권력 쥐자... '경찰 출신 변호사'만 모은 로펌까지

작성일

경찰 출신 변호사 영입전 치열

형사소송법 개정으로 수사 주체가 사법경찰관으로 일원화되자 경찰 출신 변호사를 영입하려는 로펌들의 경쟁이 치열해지고 있다고 뉴스1이 4일 보도했다.

검사의 직접 수사 권한과 보완수사권을 전면 폐지하는 내용을 담은 형사소송법 개정안이 4일 이재명 대통령 주재로 열린 국무회의에서 심의, 의결됐다. 개정안은 검찰이 공소청으로 개편되는 오는 10월 2일부터 시행된다. 사진은 이날 서울 서초구 대검찰청의 모습. / 뉴스1
검사의 직접 수사 권한과 보완수사권을 전면 폐지하는 내용을 담은 형사소송법 개정안이 4일 이재명 대통령 주재로 열린 국무회의에서 심의, 의결됐다. 개정안은 검찰이 공소청으로 개편되는 오는 10월 2일부터 시행된다. 사진은 이날 서울 서초구 대검찰청의 모습. / 뉴스1

뉴스1에 따르면 한 형사사건 전문 로펌은 "형사사건의 골든타임인 경찰조사 초기 대응!수사를 아는 경찰청 출신 변호사"라는 홍보 문구를 내걸었다. 이 로펌은 변호사 9명 가운데 3명이 경찰청·강력범죄수사대 등을 거친 경찰 출신이며, 홈페이지 하단에는 경찰 시절 받은 표창장·위촉장·감사장 등이 잇따라 게재돼 있었다.

경찰대학교 출신 변호사로만 구성된 '전경(前警) 로펌'도 있다. 이 로펌은 일반적인 자문과 조사 동행 서비스에 더해 실제 경찰 조사실 상황을 재현하는 모의 수사 서비스, 디지털 포렌식 서비스를 차별화 전략으로 내세웠다.

대형 법무법인 A 로펌 관계자는 뉴스1에 "형사소송법 개정으로 경찰 출신을 많이 뽑고 있다"며 "계급별·출신별·지역별로 골고루 영입하고 있지만 경찰은 '향찰 (鄕察)'이라는 말이 있는 것처럼 지역에 특화돼 있기 때문에 지역별 채용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이 로펌에는 지방 경찰청장 출신을 포함한 20여 명의 전경 변호사가 소속돼 있다.

국내 5대 대형 법무법인 중 하나인 B 로펌 관계자는 "수사 초기 대응의 중요성이 커지면서 경찰 출신 변호사에 대한 수요가 늘고 있는 것은 사실"이라고 했다. 이 관계자는 "검경 수사권 조정 이후 경찰 출신 변호사를 꾸준히 영입하며 수사 대응 역량을 강화하고 있고, 앞으로도 그럴 예정이다"라고 밝혔다.

참여연대가 지난 3월 발표한 실태조사에 따르면 2020년부터 2026년 2월까지 6년간 경찰복을 벗은 뒤 로펌에 취업한 경찰은 총 144명이다. 직군별로는 변호사 27명, 전문위원 39명, 고문 18명, 위원 17명, 자문위원 13명, 실장 13명, 기타 17명으로 집계됐다. 퇴직 경찰을 가장 많이 채용한 로펌은 법무법인 YK로 75명이었으며, 소속 변호사 100명 이상의 대형 로펌들이 뒤를 이었다.

전경 변호사들이 굵직한 사건을 수임하는 사례도 눈에 띈다. 뉴스1은 '1억 공천 뇌물 사건'으로 재판을 받고 있는 김경 전 서울시의원과 공천 헌금 수수 혐의를 받는 김병기 무소속 의원의 아내가 서울경찰청 지능범죄수사대 이력을 갖고 있는 전경 변호사를 선택했다고 전했다.

전경 변호사에 대한 업계 관심이 높아지면서 전경 유착, 전경 예우에 대한 우려도 나온다. 그동안 로펌들이 판사·검사 출신 인재 영입에 공을 들였다면 이제는 그 대상이 경찰까지 확대되고 있어서다.

지난 2월에는 방송인 박나래 사건을 담당했던 강남경찰서 형사과장이 퇴직 후 곧바로 박씨 측을 대리하는 대형 로펌 변호사로 취직해 논란을 빚었다. 이보다 앞선 2019년에는 서울경찰청 지능범죄수사대장 출신 곽모 변호사가 2024년 경기 성남시 백현동 개발사업 관련 수사를 무마해주겠다며 억대 금품을 수수했다가 징역 2년 6개월에 집행유예 4년을 선고받았다. 참여연대는 "해당 퇴직자는 변호사 자격을 보유하고 있지만 공직윤리법 17조 7항에 따라 공직자윤리위원회의 취업심사조차 받지 않았던 것으로 드러났다"며 이해충돌 소지가 있다고 지적했다.

유재성 경찰청장은 이날 형소법 개정안이 국무회의에서 의결된 뒤 전국 경찰지휘부 화상회의를 열고 "경찰에 대한 통제는 적극적으로 수용하고 충실히 이행하겠다"고 밝혔다. 유 청장은 "사건문의를 금지하고, 사건 청탁은 직무 고발을 원칙으로 강력히 조치해 전관예우에 대한 우려도 확실히 끊어내겠다. 이를 통해 사건 암장과 왜곡, 수사권 남용이 경찰에 발붙일 수 없도록 하겠다"고 했다.

다만 이런 이해충돌 논란을 실질적으로 방지할 '전경예우 방지법'(공직자윤리법 일부개정안)은 아직 행정안전위원회 소위 문턱도 넘지 못한 상태다. 김민전 국민의힘 의원 등 16명이 지난 3월 발의한 이 법안은 수사 및 심리·심판과 관계되는 경찰 업무를 수행한 변호사에 대해 취업제한 예외 규정을 적용하지 못하도록 하는 것이 골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