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태원 참사로 사망한 24세 배우, 아들 생일에 눈물 쏟은 어머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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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년 이태원 참사로 갑작스레 세상 떠난 배우 이지한
이태원 참사로 세상을 떠난 배우 고(故) 이지한의 어머니가 아들의 생일을 맞아 애끊는 심경을 전했다.

"신발 사러 가야겠다던 말"...끝내 지키지 못한 약속
지난 3일, 고인의 SNS 계정에는 어머니가 남긴 장문의 글이 올라왔다. 이날은 고 이지한이 살아있었다면 맞았을 28번째 생일이었다. 게시글에는 어머니가 정성껏 차린 것으로 보이는 생일상 사진도 함께 담겼다.
모친은 "22년 10월 29일 오후에 네가 집을 나서면서 엄마한테 했던 말을 엄마는 한시도 잊은 적이 없었어. 신발이 자꾸 벗겨진다며 신발 사러 가야겠다고 했던 말. 그렇게 말해 놓고는 너는 집에 오질 못했어"라며 4년 가까이 지난 지금도 여전히 생생한 그날의 기억을 꺼냈다.

이어 "엄마는 너랑 같이 사려 했던 신발을, 네 생일 선물로 사기 위해 오랜만에 외출을 했어"라고 전했다.
신발을 고르던 중, 가게 주인은 "아드님이 신어보시고 혹시 작으면 교환하러 오시라"는 말을 건넸고 결국 어머니는 참았던 눈물을 쏟아냈다고 전했다.
모친은 "하늘만큼 사랑하고 땅만큼 보고싶은 내 새끼 지한아. 현관 앞에 놓아둔 생일 신발 신어보러 꼭 한번 와주렴"이라며 아들을 향한 절절한 그리움을 드러냈다.

'프로듀스 101'로 얼굴 알리고 배우로 전향...촬영 중 비보
고 이지한은 2017년 Mnet 서바이벌 오디션 프로그램 '프로듀스 101' 시즌2에 출연하며 대중에게 이름을 알렸다. 당시 그는 큐브엔터테인먼트 연습생 신분이었다. 이후 아이돌이 아닌 배우의 길을 택해 2019년 웹드라마 '오늘도 남현한 하루'로 연기자로 데뷔했으며, 이후 935엔터테인먼트로 소속을 옮겨 본격적인 배우 활동을 준비했다.
2018년에는 동국대학교 예술대학 연극학부에 입학해 연기를 전공하기도 했다. 배우로서 입지를 넓혀가던 그는 MBC 금토드라마 '꼭두의 계절'에 캐스팅돼 정이든 역을 맡으며 지상파 데뷔를 눈앞에 두고 있었다.
그러나 2022년 10월 29일 밤, 서울 용산구 이태원로 일대에서 발생한 대규모 압사 참사로 인해 향년 24세의 나이로 갑작스레 세상을 떠났다. 당시 그는 '꼭두의 계절' 촬영을 진행 중이었고, 소속사와 동료 배우들은 큰 충격 속에 모든 촬영을 일시 중단하기도 했다.

참사 이후 2년 만에 받은 명예졸업장
고 이지한은 세상을 떠난 지 약 2년이 지난 2024년 8월 22일, 동국대학교 가을 학위수여식에서 명예졸업장을 받았다. 가족들은 고인의 영정사진을 품에 안은 채 단상에 올라 아들을 대신해 졸업장을 받았다. 명예졸업장에는 "2018년 3월 본교 예술대학 연극학부 입학 후 소정의 학위과정을 이수하지 못하였으나 다양한 예술분야에서 활동하며 동국대학교의 명예를 드높이고 동문들의 귀감이 됐다"는 문구가 적혔다.
당시 모친은 "지한이는 만지지도 못하는 명예 졸업장을 지한이의 영정사진 앞에 두고서, 엄마, 아빠, 누나는 눈물을 흘리며 중얼거린다"며 참담한 심경을 전한 바 있다. 고인의 부친 이종철 씨는 이후 10.29 이태원 참사 유가족협의회 대표로 활동하며 진상 규명을 위한 목소리를 내왔다.

다음은 고(故) 이지한 배우의 모친이 남긴 글 전문이다.
보고싶은 내 새끼, 엄마 아들 지한아.
벌써 오늘이 우리 아들 28번째 생일이네.
지한아, 22년 10월 29일 오후에 네가 집을 나서면서 엄마한테 했던 말을 엄마는 한시도 잊은 적이 없었어.
신발이 자꾸 벗겨진다며 신발 사러 가야겠다고 했던 말...
그렇게 말해 놓고는 너는 집에 오질 못했어.
그래서 엄마는 너랑 같이 사려 했던 신발을, 네 생일 선물로 사기 위해 오랜만에 외출을 했어.
네가 신을 수 있는 구두 중 가장 값지고, 제일 벗겨지지 않을 것 같은 신발을 샀어.
눈에 띄는 신발을 신어 보니 밑창이 땅바닥에 딱 달라 붙어 전혀 미끄럽지도 않고 절대 벗겨지지도 않을 것 같은 신발이 있더라.
그래서 그 신발을 포장해 달라고 했어.
그런데 지한아
네 신발을 사고 나와서 엄마는 꾹 참았던 눈물을 간이 의자에 앉아서 다 쏟아냈어.
신발가게 사장님이 그러더라. "아드님이 신어 보고 혹시 작으면 교환하러 오세요" 라고 말이야.
내가 울 아들 생일 선물로 줄거라고 했거든.
(교환... 교환... 신어보질 못할 거 같아서 교환을 하러 올 거 같지는 않아요... 라고 마음속으로 중얼거렸어)
교환하러 오라는 말을 듣는 순간 가슴이 찢어지듯 아팠고 눈물이 북받쳐 차올라 이미 앞이 잘 보이질 않았지만, 겨우겨우 계산을 마치고 후다닥 뛰어 나왔어.
그리곤 신발 가방을 껴안고 간이 의자에 앉아 한참을 울었어.
가장 기뻐해야 할 날이 가장 슬픈 날이 될 줄은...
집에 돌아와 네 신발부터 현관에 놓으면서 앞코를 현관쪽으로 향하게 놓을지, 아니면 거실쪽을 향하게 놓을지를 고민하게 되더라.
결국엔 앞코를 거실쪽으로 향하게 놓았어.
네가 구두를 신으러 들어올 수 있게 말이야.
네가 맘에 들어했으면 좋겠어.
작지도 크지도 않았으면 좋겠어.
하늘만큼 사랑하고 땅만큼 보고싶은 내 새끼 지한아.
현관 앞에 놓아둔 생일 신발 신어보러 꼭 한번 와주렴. 꼭...
엄마가 내년엔 더 좋은 신발 사 놓고 기다릴게...
혹시나 너를 놓쳐 생일 축하한다는 말도..보고 싶었다는 말도 전하지 못할까봐 엄마는 이제 현관 앞에 다시 이불 깔고 잠들려 한다.
생일 축하한다.
사랑한다.
너무 보고싶다 내 새끼...
오늘 지한이의 생일을 기억해 주신 모든 분들께 감사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