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000만 관객 목표” 감독 깜짝 발언…드디어 2년 만에 출격하는 ‘한국 영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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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년 기다린 모녀, 살인범 납치해 복수 여행 떠나다
낮과 밤이 다른 경주, 가족 여행 뒤에 숨은 진실

1000만 관객도 모자라 7000만 관객을 목표로 내건 한국 영화가 있다. 물론 진지한 흥행 전망은 아니다. 배우가 1000만 관객을 외치자 감독이 7000만 관객으로 숫자를 높여 받아쳤고, 예상 밖의 답변에 현장은 웃음바다가 됐다.

'경주기행' 스틸 / 롯데엔터테인먼트
'경주기행' 스틸 / 롯데엔터테인먼트

유쾌한 흥행 목표를 내건 작품은 영화 ‘경주기행’이다. 수학여행에서 돌아오지 못한 막내딸 ‘경주’를 위해 8년을 기다린 네 모녀가 살인범을 납치해 복수 여행을 떠나는 이야기다.

이정은·공효진·박소담·이연이 모녀로 뭉쳤고, ‘갈매기’로 국내외 영화제에서 연출력을 인정받은 김미조 감독이 메가폰을 잡았다. 2024년 8월 촬영을 마친 작품은 약 2년의 기다림 끝에 오는 8월 26일 관객과 만난다.

촬영 후 2년…해외가 먼저 알아본 복수극

‘경주기행’은 김미조 감독의 첫 상업영화다. 국내 개봉 전부터 제45회 하와이 국제영화제에 초청됐고, 제24회 피렌체 한국영화제에서는 관객상을 받았다. 복수극의 익숙한 공식을 따르기보다 상실과 분노를 날카로운 유머로 풀어낸 점이 해외 관객에게 먼저 통했다.

네 모녀의 복수극 ‘경주기행’ / 롯데엔터테인먼트
네 모녀의 복수극 ‘경주기행’ / 롯데엔터테인먼트

촬영을 마치고도 개봉까지는 약 2년이 걸렸다. 김 감독은 “시간은 오래 걸렸지만 나보다 더 오래 기다린 분들도 많다”며 “오랫동안 꿈꿔온 이야기를 세상에 내놓을 기회를 얻은 것만으로도 큰 행운”이라고 말했다.

작품의 출발점은 감독 자신의 가족이었다. 실제 네 자매 가운데 막내인 김 감독은 가족과 함께 경주를 여행하다 낮과 밤이 전혀 다른 도시의 얼굴을 발견했다. 관광객으로 붐비던 공간이 밤이 되자 음산하게 바뀌는 모습에서 가족 여행과 살인 여행을 결합한 아이디어를 떠올렸다.

김 감독은 “가족들과 경주 여행을 갔는데 낮과 밤의 분위기가 전혀 달랐다”며 “관광지와 다른 음산한 분위기가 ‘가족’과 ‘살인 여행’이라는 아이러니를 담기에 적합하다고 생각했다”고 설명했다.

‘경주’ 죽인 범인을 죽이러 ‘경주’로 간다

여행의 기록을 뜻하는 ‘紀行’과 기이한 행동을 의미하는 ‘奇行’    / 롯데엔터테인먼트
여행의 기록을 뜻하는 ‘紀行’과 기이한 행동을 의미하는 ‘奇行’ / 롯데엔터테인먼트

제목부터 중의적이다. ‘경주’는 네 모녀가 향하는 도시이자 8년 전 수학여행에서 돌아오지 못한 막내딸의 이름이다. ‘기행’ 역시 여행의 기록을 뜻하는 ‘紀行’과 기이한 행동을 의미하는 ‘奇行’을 함께 품고 있다.

벌레 한 마리 죽여본 적 없는 네 여자가 직접 살인범을 처벌하러 떠난다는 설정도 이 이중성에서 출발했다. 겉으로는 평범한 가족 여행이지만, 이들이 탄 봉고차 트렁크에는 결박된 살인범이 실려 있다. 여행은 알리바이이고 진짜 목적은 복수다.

공개된 메인 예고편은 바닥에 쓰러진 엄마 옥실(이정은)과 “살인범을 납치했다”라는 문구로 시작한다. 치밀하게 준비한 여행처럼 보이지만 네 모녀는 고속도로를 잘못 타 도착 시간이 56분이나 늘어나는 변수부터 맞닥뜨린다. 비장한 복수극 한복판에 생활밀착형 실수를 끼워 넣으며 영화의 블랙코미디 색깔을 선명하게 드러내는 대목이다.

결박돼 있던 살인범이 마취에서 깨어나 반격하면서 여행은 순식간에 추격전으로 바뀐다. “나 빨리 행복해지고 싶어, 엄마”라고 울분을 터뜨리는 장주(공효진)와 “저놈만 죽이면 우리 가족도 다시 시작할 수 있어”라고 말하는 옥실의 목소리는 복수를 마친다고 정말 상실에서 벗어날 수 있는지 묻는다.

김 감독은 “상실이라는 고통을 남겨진 사람들이 어떻게 견뎌내고 서로를 이해하게 되는지를 담고 싶었다”며 “결국 끝까지 사랑하는 사람들, 지독한 사랑에 대한 이야기”라고 작품을 정의했다.

이정은·공효진·박소담·이연, 빈틈없는 네 모녀

이정은·공효진·박소담·이연 4모녀 케미 / 롯데엔터테인먼트
이정은·공효진·박소담·이연 4모녀 케미 / 롯데엔터테인먼트

캐스팅의 중심은 엄마 옥실 역의 이정은이다. 옥실은 막내딸이 죽은 날 이후 시간이 멈춘 듯 살아온 인물이다. 딸을 잃은 슬픔과 죄책감, 살인범을 직접 처벌하겠다는 분노가 뒤엉킨 채 가족을 복수 여행으로 이끈다.

이정은은 “옥실은 마치 감옥에 갇힌 듯 시간이 흘러가는 것도 모르고 사는 엄마”라며 “지독한 사랑으로 가족들과 협심해 복수에 매진한다”고 설명했다.

공효진은 가족이 삶의 우선순위인 첫째 장주를 맡았다. 엄마의 말이라면 일단 따르는 든든한 조력자다. 이정은과 공효진은 2019년 KBS 드라마 ‘동백꽃 필 무렵’에 이어 다시 모녀로 만났다. 공효진은 촬영장에서 이정은을 ‘엄니’라고 불렀을 정도로 각별한 호흡을 보여줬다.

법대를 졸업한 엘리트 백수이자 둘째 영주는 박소담이 연기한다. 감정보다 이성을 앞세워 엄마의 계획에 의문을 품으면서도 완벽한 알리바이를 설계하는 가족의 브레인이다. 박소담은 영화 ‘기생충’ 이후 이정은과 다시 호흡을 맞췄다.

작품의 중심 이끈 이정은 / 롯데엔터테인먼트
작품의 중심 이끈 이정은 / 롯데엔터테인먼트

이연은 머리보다 주먹이 먼저 나가는 행동파 셋째 동주로 분한다. 가족을 위해서라면 계산보다 행동이 앞서는 인물로, 묵직한 복수극에 날것의 에너지를 불어넣는다. 그는 “비극과 희극이 적절히 섞여 있었고, 선배님들이 함께한다는 것만으로도 고민할 필요가 없었다”고 출연 이유를 밝혔다.

김 감독은 네 배우에 대해 “평소 함께 작업하고 싶은 배우들을 메모해 두는데, 네 분은 항상 굵은 글씨로 적혀 있었다”고 말했다. 여기에 예고편 말미 경찰복을 입은 변요한까지 깜짝 등장하면서 그가 네 모녀의 여행에 어떤 변수로 작용할지도 궁금증을 남겼다.

유튜브, 롯데엔터테인먼트

“300만에서 1000만”…감독은 곧바로 7000만

작품에 대한 자신감은 흥행 목표를 묻는 자리에서도 드러났다. 이연은 “원래는 300만을 말하려 했는데 1000만으로 하겠다”고 말했다.

그러자 김미조 감독이 더 큰 숫자를 꺼냈다. 그는 “아버지가 명절마다 용돈 봉투에 ‘경주기행 7000만 대박’이라고 적어주신다”며 “저도 7000만 관객 정도를 예상하고 있다”고 농담해 현장을 웃음바다로 만들었다.

공효진은 조금 다른 방식으로 자신감을 보였다. 그는 “여러분이 어떤 영화를 상상하든 ‘경주기행’은 전혀 다를 것”이라며 “끝까지 예상을 뛰어넘는 엔딩을 보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가족극과 복수극, 로드무비와 블랙코미디를 한데 섞은 ‘경주기행’은 익숙한 장르를 익숙하지 않은 방식으로 비튼다. 해외 영화제의 호평과 이정은·공효진·박소담·이연의 조합을 앞세운 영화는 오는 8월 26일 개봉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