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집 수돗물이 뭔가 좀 이상한 것 같아요" 속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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폭염이 얼마나 심각하면... "냉수 틀었는데 온수가 나와요"
한낮 기온이 40도 안팎까지 치솟은 3일. 창원시를 비롯한 경남 일부 지역에서 수도꼭지를 찬물 쪽 끝까지 돌려도 미지근한 물이 흘러나오는 일이 벌어지고 있다. 냉수로 몸을 씻으려 해도 온수가 계속 쏟아지고 야채를 정수기 물로 씻어야 할 정도다. 극한 폭염이 이어지면서 각 가정으로 공급되는 수돗물 온도까지 덩달아 끓어오르고 있는 것이다.

온라인에는 최근 "설거지하려고 제일 찬물 쪽으로 돌렸는데도 뜨뜻한 온수가 계속 나온다"거나 "온수 샤워가 너무 더워 냉수로 바꿨는데도 온수가 나온다"는 경험담이 잇따랐다. 실제로 낙동강 등 강물을 원수로 쓰는 창원 지역 정수장에서 생산된 수돗물 온도는 지난달 말 기준 32도에 달했다. 봄 초입인 지난 3월만 해도 9도 안팎이던 수온이 폭염에 큰 폭으로 뛴 것이다.
원리는 이렇다. 폭염에 강 표층수를 취수하다 보니 원수 온도 자체가 오르고, 정수 생산 과정에서 야외 침전지 등에 머무는 동안 햇볕을 받아 온도가 더 상승한다. 여기에 땅속 배관을 따라 각 가정으로 흐르는 사이 지열의 영향까지 겹친다. 창원시 관계자는 연합뉴스 인터뷰에서 올해 폭염이 유난히 심해 평소보다 물 온도가 많이 올라가는 것 같다고 했다. 그러면서 그는 엄격한 법적 관리 대상인 수질 항목과 달리 수온에는 규정이 없어 정수장에서 물을 냉각시키는 장치는 없다고 설명했다.

수돗물마저 데울 만큼 뜨거운 이 더위는 기록으로도 증명됐다. 폭염중대경보가 내려진 이날 대구 북구 자동기상관측장비(AWS)에서 한낮 최고기온이 40.9도를 기록했다. 대구 대표관측지점(ASOS)이 40.0도를 찍은 1942년 8월 1일 이후 84년 만에 대구에서 다시 40도대 기온이 관측됐다. 대표지점인 효목동의 낮 최고기온도 39.4도까지 치솟았다. '대프리카(대구+아프리카)'라는 별칭이 과장이 아님을 실감케 하는 수치다.
같은 날 전남광주 광양읍에선 오후 1시 43분 41.1도가 관측됐다. AWS 기준값이긴 하지만 올해가 아니었다면 국내 122년 기상관측 사상 최고기온 신기록에 해당했을 수준이다. 경남 합천·밀양과 대구 서구 등에서도 이날 40도를 넘겼다. 충남 보령은 37.1도, 경북 구미는 38.1도까지 올라 각 지역 관측 이래 8월 최고기온 기록을 새로 썼고, 구미는 월을 가리지 않고 따져도 역대 가장 높은 기온이었다.
체감온도가 사람의 평균 체온을 넘어선 곳도 속출했다. 3일 고령 38.3도, 영천 신녕 38.2도, 대구 북구 38.1도 등 여러 지점의 최고체감온도가 36.5도를 웃돌았다. 생명을 위협하는 수준까지 기온이 오르면서 이날 오전 11시 30분께 대구 중구 대봉동에서는 40여 분간 야외활동을 하던 20대 남성이 열탈진 증상을 보여 병원으로 옮겨졌다.
가뭄도 함께 왔다. 경북 경주 안강읍 하곡저수지는 2일 대부분 바닥을 드러냈다. 인근 976㏊ 논밭에 물을 대는 이 저수지의 저수량은 총저수량의 10%에도 못 미친다.
폭염이 이토록 극심한 것은 티베트고기압과 북태평양고기압이 한반도를 이중으로 덮으면서 뜨거운 공기가 장기간 빠져나가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여기에 동풍 계열의 고온다습한 공기가 산맥을 넘으며 더 뜨거워지는 푄현상이 더해졌다. 산으로 둘러싸인 대구 분지 지형은 열이 갇히도록 만들었고, 아스팔트와 건물이 밀집한 도심의 열섬효과는 밤까지 열기를 붙들어 열대야를 키웠다.
인명·재산 피해도 눈덩이처럼 불었다. 행정안전부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에 따르면 온열질환 응급실 감시체계가 가동된 지난 5월 15일부터 지난 1일까지 누적 온열질환자는 1889명, 사망자는 14명으로 집계됐다. 하루에만 96명(1일 기준)이 쓰러졌고, 소방청은 이날까지 온열질환 의심 신고 1493건에 출동했다. 폭염을 이기지 못하고 폐사한 가축은 돼지 2만8194마리와 가금류 40만4256마리 등 누적 43만2450마리에 이르고, 고수온 등으로 인한 양식장 어류 피해도 16만5196마리로 조사됐다. 정부는 이날 오후 1시부터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 2단계를 가동하고 관계부처 합동 비상근무 체계에 들어갔다.
기상청은 당분간 최고 체감온도 35도 안팎의 무더위와 열대야가 이어질 것으로 내다봤다. 그러면서 낮 시간대 야외활동을 자제하고 충분히 수분을 섭취하며, 작업장에서는 휴식 시간을 지키는 등 폭염 피해 예방에 각별히 주의해 달라고 당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