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러브 이물질’ 적발돼 항소했던 고우석, 꽤 놀라운 소식 전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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땀과 로진 항소 성공...MLB 이물질 규정 첫 감경 사례

미국 마이너리그 경기에서 글러브 이물질이 적발돼 퇴장과 징계를 받았던 고우석(미네소타 트윈스)의 출전 정지 징계가 10경기에서 8경기로 줄었다. 고우석은 오는 5일 이후부터 다시 마운드에 오를 수 있게 됐다. 메이저리그(MLB) 사무국이 2021년 이물질 단속을 대폭 강화한 이후, 항소를 통해 징계 경기 수가 줄어든 것은 이번이 최초 사례로 확인돼 주목받고 있다.

경기 중계 화면. / 유튜브 ‘SBS 뉴스’
경기 중계 화면. / 유튜브 ‘SBS 뉴스’

콜럼버스전 퇴장 당한 그날, 무슨 일이 있었나

고우석은 미네소타 트윈스 산하 트리플A 팀인 세인트폴 세인츠 소속으로 지난달 25일(이하 한국 시각) 콜럼버스 클리퍼스(클리블랜드 산하)전에 구원 등판하려 했다. 팀이 2-3으로 뒤진 7회, 세 번째 투수로 마운드에 오르는 과정에서 3루심에게 글러브 검사를 받았고 글러브 안쪽에서 이물질이 발견됐다. 심판 3인이 모여 글러브 안쪽을 확인한 끝에 퇴장이 결정됐고, 고우석은 단 1구도 던지지 못한 채 그라운드를 떠났다. 이후 메이저리그 사무국은 10경기 출전 정지 징계를 내렸다. MLB 규정상 투수는 투구에 유리한 영향을 줄 수 있는 이물질을 손이나 장비에 지닐 수 없다.

"땀과 로진이 굳었을 뿐" 항소로 맞선 고우석

고우석 측은 곧바로 항소 절차를 밟았다. 고의로 불법 물질을 바른 것이 아니라 문제의 글러브 물질은 땀과 로진이 반복적으로 엉키고 가죽에 굳어 형성된 것이라고 해명했다. 이 이물질은 손톱으로 가죽을 강하게 긁어내야 떨어질 정도로 단단하게 굳어 있어 애초에 제거할 이유조차 없었다는 설명이다. 고우석 측에 따르면 해당 글러브는 2023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 시절부터 장기간 사용해 온 장비로, 오랜 기간 쌓인 땀과 로진 성분이 자연스럽게 가죽에 스며들며 굳어진 것으로 전해졌다. 고우석 측은 선수노조를 통해 이 같은 내용을 담은 항소를 제기했다.

투수 고우석. 자료사진. / 뉴스1
투수 고우석. 자료사진. / 뉴스1

감경된 징계, 역사상 최초 사례로 남다

항소 심사 결과 출장 정지는 10경기에서 8경기로 줄었다. 다만 징계 수위가 낮아졌을 뿐 이물질이 발견됐다는 사실 자체가 뒤집힌 것은 아니다. 고우석의 매니지먼트를 맡고 있는 리코스포츠에이전시는 메이저리그가 이물질 사용 단속을 강화한 2021년 이후 글러브 이물질 의혹으로 퇴장과 징계를 받은 투수들 가운데 항소를 통해 징계 경기 수가 줄어든 전례는 없었다고 3일 밝혔다. 즉 고우석의 이번 감경은 단순한 개인 사례를 넘어 관련 규정 도입 이후 나온 최초의 항소 성공 사례라는 의미를 갖는다.

왜 이렇게까지 엄격해졌나, 이물질 단속의 배경은?!

메이저리그가 이물질 단속에 이토록 민감하게 반응하는 데는 이유가 있다. 과거 메이저리그에서는 투수들이 그립감 향상이나 제구 편의를 위해 파인타르(송진), 선크림, 혹은 강력한 접착력으로 알려진 의학용 접착제 스파이더 택 등을 손이나 공에 바르는 행위가 일종의 관행처럼 여겨졌다. 그러나 데이터 야구가 발전하면서 이러한 물질들이 공의 분당 회전수(RPM)를 크게 끌어올려 타자들이 사실상 대응하기 어려운 무브먼트를 만들어낸다는 사실이 확인됐다. 이로 인해 리그 전체 타율이 역대 최저 수준으로 떨어지고 탈삼진 비율이 급증하는 이른바 투고타저 현상이 심화됐다. 결국 MLB 사무국은 2021년 6월부터 현장 단속을 본격적으로 선언했고, 이후 매년 단속 강도를 높여왔다.

메이저리그 이물질 단속 일러스트. 내용 토대로 AI툴 활용해 제작한 자료사진.
메이저리그 이물질 단속 일러스트. 내용 토대로 AI툴 활용해 제작한 자료사진.

매년 진화하는 검사 방식

초기에는 심판이 투수의 모자, 벨트, 글러브 등 장비를 중심으로 검사했지만 투수들이 이를 교묘히 피해가는 방법을 찾아내면서 검사 방식도 계속 바뀌었다. 현재는 심판이 투수의 손과 손가락을 직접 만져보고 의심의 여지없이 끈적인다고 판단하면 즉시 이물질 사용으로 간주한다. 또 심판이 검사하러 다가오기 전 투수가 유니폼이나 바지에 손을 비비거나 닦는 행동을 보이면 이물질을 은닉하려는 의도로 판단해 즉시 퇴장 조치한다. 검사 시점도 이닝 교체 시 등 고정된 타이밍에서 벗어나 심판진이 예측할 수 없는 타이밍에 기습적으로 수행할 수 있게 됐고, 검사 범위 역시 경기장은 물론 더그아웃, 불펜, 클럽하우스까지 확대됐다. 미끄럼 방지용으로 공식 허용된 로진백이라 해도 선크림이나 땀, 침 등과 섞어 접착력을 고의로 극대화하면 불법 이물질 사용과 동일하게 처벌받는다. 공인구 관리 역시 엄격해져 고지대인 쿠어스필드를 제외한 모든 구장은 섭씨 21도, 습도 57%를 유지하는 가습 용기에 공인구를 최소 14일 이상 보관하도록 의무화하고 있다.

적발되면 선수도 팀도 함께 손해

이물질 부정 사용이 적발된 투수는 즉시 퇴장과 함께 10경기 출전 정지라는 중징계를 받는다. 여기서 끝이 아니다. 징계 기간 동안 해당 투수의 소속 구단은 대체 선수를 26인 로스터에 등록할 수 없다. 결국 팀은 투수 한 명이 부족한 상태로 10경기를 그대로 소화해야 하는 만큼, 이물질 적발은 선수 개인뿐 아니라 팀 전력에도 직접적인 타격을 준다. 이런 구조 때문에 이물질 관련 징계는 선수 개인 문제를 넘어 구단 차원의 민감한 사안으로 다뤄진다.

고우석 투구 폼. 자료사진. / 뉴스1
고우석 투구 폼. 자료사진. / 뉴스1

마이너로 내려간 고우석, 복귀 후 과제는

이물질 논란이 불거지기 전 고우석은 지난달 21일 클리블랜드전에서 1이닝 3실점을 기록한 뒤 마이너리그로 내려간 상태였다. 올 시즌 빅리그에서 뛴 경기는 4경기(4이닝)에 그쳤고, 이 기간 1홀드를 기록했지만 평균자책점은 9.00으로 부진했다. 이런 상황에서 나온 이물질 퇴장과 징계는 고우석 입장에서는 부진 탈출의 흐름을 다시 한번 끊는 악재였다.

다만 항소를 통해 징계가 8경기로 줄면서 복귀 시점이 다소 앞당겨졌고, 5일 이후부터는 다시 마운드에 설 수 있는 자격을 얻었다. 이번 단속 및 항소 절차는 메이저리그뿐 아니라 산하 마이너리그에도 동일하게 엄격히 적용되는 규정 아래 진행됐으며, 고우석의 이번 감경 사례는 향후 비슷한 상황에 놓인 다른 투수들의 항소에도 참고 사례로 언급될 가능성이 있다.

고우석, 그는 어떤 선수인가

고우석은 1998년 8월 6일 인천광역시 강화군에서 태어났다. 포지션은 투수(우투우타)이며 주 보직은 마무리 투수와 중간 계투다. 2017년 신인 1차 지명으로 LG 트윈스에 입단해 프로 생활을 시작했다.

고우석. / 뉴스1
고우석. / 뉴스1

LG 트윈스 시절, 리그 정상급 클로저로 성장

고우석은 2017년 입단 이후 팀의 핵심 마무리 투수로 자리 잡았다. 2022시즌에는 KBO 세이브왕을 차지했고, 2023시즌에는 팀의 한국시리즈 통합 우승에 기여했다. 2019년부터 2023년까지 KBO 리그에서 활약한 5년 동안 통산 139세이브, 평균자책점 2.39를 기록하며 리그를 대표하는 마무리 투수로 평가받았다.

태극마크 달고 국제무대 활약

고우석은 2020 도쿄 올림픽, 2022 항저우 아시안게임, 2023 WBC(월드베이스볼클래식) 등 주요 국제대회에 대한민국 야구 국가대표팀으로 출전했다. 항저우 아시안게임에서는 금메달을 획득했다. 2026년 WBC에도 출전해 구원 투수로 나서 성과를 냈다.

포스팅으로 미국행, 험난했던 마이너리그 생활

고우석은 2023시즌 종료 후 포스팅 시스템을 통해 메이저리그 진출을 추진했고, 샌디에이고 파드리스와 2년 보장 450만 달러에 계약하며 미국 무대에 발을 들였다. 그러나 메이저리그 개막 로스터 진입에는 실패했고, 샌디에이고 산하 더블A에서 시즌을 시작해야 했다. 이후 마이애미 말린스, 디트로이트 타이거스 산하 마이너리그(더블A, 트리플A)를 옮겨 다니며 트레이드와 방출을 겪는 등 힘든 시간을 보냈다.

2026년 7월 극적으로 열린 빅리그 문

디트로이트 타이거스 산하 마이너리그에 머물던 고우석은 지난 5일 미네소타 트윈스로 현금 트레이드됐다. 당시 트레이드 계약에는 상향 이동 조항이 포함돼 있었고, 이 조항에 따라 고우석은 40인 로스터는 물론 메이저리그 26인 액티브 로스터에도 즉시 이름을 올렸다.

한국인 역대 30번째 메이저리거

고우석은 지난 10일 클리블랜드 가디언스전에 구원 등판하며 메이저리그 무대를 처음 밟았다. 이는 한국인 선수로는 역대 30번째 메이저리그 데뷔전이었다. 이어 12일 LA 에인절스전에서는 8회 구원 등판해 무실점으로 막아내며 데뷔 후 첫 홀드를 수확했다. 이번 이물질 논란과 항소를 통한 징계 감경은 이렇게 어렵게 잡은 빅리그 기회 속에서 나온 사안이라는 점에서 더 눈길을 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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