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디세이’ 쿠키 없습니다…그런데 바로 나가면 후회합니다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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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인이 사랑하는 감독 크리스토퍼 놀란, 신작에 쏠린 큰 관심

크리스토퍼 놀란 감독의 신작 '오디세이'가 5일 드디어 개봉했다. 극장에서 영화를 볼 때마다 관객들이 가장 먼저 확인하는 것 중 하나가 바로 쿠키 영상 유무다. 마블 시네마틱 유니버스가 쿠키 영상을 흥행 공식처럼 굳힌 이후, 국내외 극장가에서는 엔딩 크레딧이 올라가는 동안 자리를 지키는 관객들이 눈에 띄게 늘었다. '오디세이'의 결말이 품은 묵직한 여운을 생각하면, 크레딧 어딘가에 새로운 이야기를 암시하는 장면이 숨겨져 있지 않을까 기대하는 것도 자연스러운 반응이다.

'오디세이' 주연 맷 데이먼. / '오디세이' 공식 인스타그램
'오디세이' 주연 맷 데이먼. / '오디세이' 공식 인스타그램

쿠키 영상은 없다, 하지만 자리를 지켜야 할 이유는 있다

결론부터 말하면 '오디세이'에는 쿠키 영상이 없다. 놀란 감독은 배트맨 3부작을 포함한 자신의 필모그래피 전체에서 단 한 번도 쿠키 영상을 삽입한 적이 없다. '메멘토', '인셉션', '인터스텔라', '덩케르크', '테넷', '오펜하이머'까지 이어진 그의 연출 이력을 보면, 쿠키 영상 부재는 철학적 선택에 가깝다. 각각의 작품을 독립된 하나의 완결된 경험으로 설계하는 감독의 방식상, 크레딧 이후 추가 영상을 기대하는 것 자체가 애초에 맞지 않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오디세이'의 엔딩 크레딧은 끝까지 볼 가치가 충분하다. 화면이 암전되는 순간 곧바로 자리를 뜨는 관객이라면 이 영화가 준비한 마지막 선물을 놓치게 된다.

놀란 감독 생애 '첫' 작사 크레딧...트래비스 스콧·제임스 블레이크와 협업

크레딧이 올라가는 동안 극장 스피커를 통해 흘러나오는 곡은 'When I'm Home'이다. 트래비스 스콧, 제임스 블레이크, '오디세이'의 음악 감독 루드비히 고란손이 함께 부른 이 오리지널 사운드트랙은 영화가 끝난 후에도 관객들이 오디세우스의 여정 속에 머물 수 있도록 설계된 에필로그다.

엔딩 크레딧이 올라가고 있는 극장 안 모습.  내용 토대로 AI툴 활용해 제작한 자료사진.
엔딩 크레딧이 올라가고 있는 극장 안 모습. 내용 토대로 AI툴 활용해 제작한 자료사진.

이 곡이 특별한 이유는 단순히 유명 아티스트들의 참여 때문만이 아니다. 놀란 감독이 직접 작사에 이름을 올렸다. 고란손, 블레이크, 스콧과 함께 노랫말을 쓴 이번 작업은 놀란 감독 커리어 전체를 통틀어 최초의 작사 크레딧이다. 영화 연출, 각본, 제작에 이어 작사까지 영역을 넓혔다. 만약 아카데미 시상식 투표인단이 'When I'm Home'을 주목한다면, 놀란 감독이 오스카 주제가상 후보로 이름을 올리는 이례적인 상황이 벌어질 수도 있다.

트래비스 스콧, '테넷'에 이어 두 번째 놀란 영화 참여

트래비스 스콧이 놀란 감독의 엔딩 크레딧 곡을 맡은 것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2020년 개봉한 '테넷'에서 스콧은 고란손과 협업해 'The Plan'을 선보였다. 당시 결과물에 만족했던 놀란 감독은 '오디세이'에서 스콧에게 더 큰 역할을 맡겼다. 공동 작사와 가창에 그치지 않고, 극 중 오디세우스의 정복기를 노래하는 음유시인으로 카메오 출연까지 성사됐다. 음악과 영상 두 채널을 동시에 활용해 세계관의 밀도를 높였다.

크리스토퍼 놀란 감독과 맷 데이먼. / '오디세이' 공식 인스타그램
크리스토퍼 놀란 감독과 맷 데이먼. / '오디세이' 공식 인스타그램

루드비히 고란손은 '블랙 팬서'로 아카데미 음악상을 수상한 뒤 '테넷'부터 놀란 감독과 본격적인 협업 관계를 이어왔다. '오펜하이머'의 긴장감 넘치는 스코어로 다시 한번 오스카 음악상을 거머쥔 그가 '오디세이'에서 어떤 음악적 언어를 선택했는지 역시 관람 포인트 중 하나다.

크레딧 자리를 지켜야 하는 진짜 이유

쿠키 영상이 없는 대신 'When I'm Home'은 단순한 배경 음악 이상의 의미를 가진다. 영화 본편에서 오디세우스의 귀환이라는 주제를 시각적으로 풀어냈다면, 크레딧 곡은 그 서사를 청각적으로 완성하는 역할을 맡는다. 놀란 감독이 직접 노랫말을 썼다는 사실은 이 곡이 단순한 홍보용 컬래버레이션이 아니라 작품의 일부로 기획됐음을 뜻한다. 극장 문을 나서기 전 마지막 3~4분, 스피커에서 흘러나오는 이 곡을 앉아서 듣는 것이 '오디세이' 관람의 완성이라고 할 수 있다.

'오디세이' 출연한 톰 홀랜드. / '오디세이' 공식 인스타그램
'오디세이' 출연한 톰 홀랜드. / '오디세이' 공식 인스타그램

맷 데이먼·앤 해서웨이·톰 홀랜드·샤를리즈 테론, 놀란이 소환한 대배우들

'오디세이'는 10년간 이어진 트로이 전쟁을 승리로 이끈 영웅 오디세우스(맷 데이먼)가 아내 페넬로페(앤 해서웨이)와 아들 텔레마코스(톰 홀랜드)가 있는 집으로 돌아가는 여정을 그린다. 호메로스의 서사시 '오디세이아'를 원전으로 삼은 작품으로, 신들의 분노와 괴물, 마법사, 유혹 등 온갖 장애물을 헤쳐 나가는 오디세우스의 귀환 서사가 중심축이다. 샤를리즈 테론은 오기기아 섬에 사는 여신 칼립소 역을 맡아 오디세우스의 발목을 잡는 강렬한 존재감을 예고했다.

해외 언론과 평단의 반응은 이미 공개됐다. 버라이어티는 "크리스토퍼 놀란, 스스로의 한계를 뛰어넘다! 압도적 걸작"이라 평했고, 콜라이더는 "입이 떡 벌어지는 경험을 하게 될 것"이라고 썼다. 전작 '오펜하이머'가 전 세계에서 9억 5000만 달러 이상의 흥행 수익을 거둔 만큼, '오디세이'에 대한 시장의 기대치도 상당히 높게 형성돼 있다.

'오디세이' 앤 해서웨이 포스터. / '오디세이' 공식 인스타그램
'오디세이' 앤 해서웨이 포스터. / '오디세이' 공식 인스타그램

놀란 감독 첫 한국 방문..."소금빵도 맛있더라"

'오디세이' 개봉을 앞두고 놀란 감독이 처음으로 한국을 찾았다. 그는 내한 소감을 묻는 질문에 "굉장히 오랫동안 한국에 오고 싶었다. 이번에 처음으로 방문하게 됐다"며 "어제는 한강을 따라 걸었다. 날씨가 굉장히 더운데 들어가서 시원하게 있을 수 있는 공간이 많았다. 소금빵도 맛있더라. 팬분들께서 저희를 환대해주셔서 좋았다"고 밝혔다.

놀란 감독이 한국 관객에 대해 각별한 감정을 품어온 것은 '인터스텔라'에서 비롯됐다. 그는 "제 영화를 갖고 한국에 오고 싶었다. '인터스텔라' 때부터 그랬던 것 같다. 한국 관객분들께서 '인터스텔라'를 정말 좋아해주셨고, 영화관에서 오랫동안 상영했단 걸 알고 있다"고 말했다.

실제로 '인터스텔라'는 2014년 국내 개봉 당시 약 1000만 관객을 동원하며 놀란 감독 필모그래피 중 한국에서 가장 큰 흥행을 기록한 작품으로 남아 있다. 그는 "가본 적 없는 나라에서 내 영화를 좋아하는 건 정말 신기하고 기분 좋은 일이다. 관객분들의 이야기도 듣고 싶다. '테넷' 때도 오고 싶었는데 못 왔다가 드디어 '오디세이'로 오게 됐다. 정말 기쁘다"고 했다. '테넷' 개봉 시기가 코로나19 팬데믹과 맞물렸던 만큼, 당시 내한이 불발된 것은 놀란 감독 본인에게도 아쉬운 기억으로 남아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

'오디세이' 예고편. / 유튜브, 유니버설 픽쳐스

'퍼컬(퍼스널 컬러)'이 한국?!...크리스토퍼 놀란의 '한국 흥행' 성적표

말보다 숫자가 먼저다. 놀란 감독의 작품이 한국 극장가에서 실제로 어떤 성적을 거뒀는지 흥행 기록으로 정리했다.

5위. '테넷'(2020) : 국내 관객 수 약 200만 명. 코로나19 팬데믹으로 극장가 전체가 침체된 상황에서 거둔 성적으로, 정상적인 개봉 환경이었다면 훨씬 높은 수치가 나왔을 것이라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4위. '오펜하이머'(2023) : 국내 관객 수 약 323만 명. 3시간의 러닝타임에도 불구하고 역대 R등급 영화 중 전 세계 최고 흥행 기록을 세웠다. 국내에서도 아카데미 7관왕 수상 이후 재개봉 수요가 이어졌다.

크리스토퍼 놀란 감독이 3일 서울 종로구 포시즌스 호텔에서 열린 영화 ‘오디세이’ 내한 기자간담회에 참석해 포즈를 취하고 있다. / 뉴스1
크리스토퍼 놀란 감독이 3일 서울 종로구 포시즌스 호텔에서 열린 영화 ‘오디세이’ 내한 기자간담회에 참석해 포즈를 취하고 있다. / 뉴스1

3위 '다크 나이트'(2008) : 국내 관객 수 약 480만 명. 배트맨 시리즈 중 가장 높은 완성도로 평가받으며 히어로 장르의 가능성을 재정의한 작품으로 꼽힌다. 히스 레저의 조커는 지금도 역대 최고의 빌런 중 하나로 회자된다.

2위. '인셉션'(2010) : 국내 관객 수 약 601만 명. 꿈속의 꿈이라는 다층 구조 서사로 개봉 직후 국내 인터넷 커뮤니티에서 타임라인 해석 열풍을 불러일으켰다. 놀란 감독의 이름이 한국에서 '믿고 보는 브랜드'로 굳어지기 시작한 분기점이 된 작품이다.

1위. '인터스텔라'(2014) : 국내 관객 수 약 1,038만 명. 놀란 감독 필모그래피 중 한국에서 유일하게 1000만 고지를 넘긴 작품이다. 개봉 이후 수차례 재개봉이 이뤄졌으며, 매 재개봉마다 극장을 채운 관객들로 한국이 '인터스텔라 성지'라는 말이 생겨났다. 놀란 감독 본인도 내한 당시 이 작품을 언급하며 한국 관객에 대한 각별한 감정을 직접 밝혔다.

'오디세이' 포스터. / 유니버설 픽쳐스 제공
'오디세이' 포스터. / 유니버설 픽쳐스 제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