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0도 폭염에 선풍기 틀면 위험…대신 이렇게 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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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온 40도 넘으면 선풍기 바람이 체온 높일 수도
시간당 물 한 컵·하루 2~3L 섭취…유모차 마른 천도 주의

기온이 40도를 넘는 환경에서는 선풍기가 체온을 낮추기는커녕 오히려 몸을 더 뜨겁게 만들 수 있다는 세계보건기구(WHO)의 경고가 나왔다.

서울 시내의 한 가전제품 매장에서 선풍기가 판매되고 있다. / 뉴스1
서울 시내의 한 가전제품 매장에서 선풍기가 판매되고 있다. / 뉴스1

기록적인 폭염이 이어지는 가운데 WHO는 지난달 31일 공개한 ‘폭염과 건강’ 자료를 통해 더위 피하기, 실내 온도 낮추기, 체온과 수분 유지, 영유아·어린이 보호 등 폭염 피해를 줄이기 위한 행동 지침을 제시했다.

WHO는 폭염이 열탈진과 열사병뿐 아니라 심혈관·호흡기 질환, 당뇨병, 정신질환 등을 악화시키고 급성 신장 손상을 일으킬 수 있다고 경고했다. 체온을 낮추기 위해 심장과 신장에 가해지는 부담이 커지기 때문이다. 특히 고령자와 영유아, 임산부, 만성질환자, 야외 근로자, 혼자 사는 사람은 폭염에 더욱 취약하다.

40도 이상에서 선풍기만 틀면 체온 더 오를 수도

WHO가 이번 지침에서 특히 강조한 대목은 선풍기 사용 조건이다. 선풍기는 주변 공기를 차갑게 만드는 기기가 아니라 공기의 흐름을 만들어 피부의 땀을 증발시키고 몸의 열을 빼앗는 방식으로 더위를 식힌다.

그러나 실내 온도가 40도를 넘으면 상황이 달라질 수 있다. 몸 주변보다 뜨거운 공기가 계속 피부로 전달되면서 열이 몸 안으로 들어오는 현상이 발생할 수 있다. 땀이 충분히 증발하지 않는 고온다습한 환경에서는 냉각 효과도 떨어진다. WHO는 전기 선풍기를 기온이 40도 미만일 때만 사용하고 40도 이상에서는 선풍기 바람이 몸을 덥힐 수 있다고 설명했다.

다만 에어컨을 사용해 실내 온도를 낮춘 상태라면 선풍기를 함께 사용해도 된다. WHO는 에어컨을 27도로 설정하고 선풍기를 함께 틀면 실제 실내 온도보다 약 4도 더 시원하게 느낄 수 있다고 안내했다. 냉방에 드는 전기요금도 최대 70%까지 줄일 수 있다고 덧붙였다.

집 안의 열이 올라가는 것을 막는 것도 중요하다. 외부 기온이 실내보다 높은 낮에는 창문을 닫고 블라인드나 커튼으로 직사광선을 차단해야 한다. 불필요한 조명과 전자제품도 가능한 한 꺼두는 것이 좋다. 밤이 돼 외부 온도가 실내보다 낮아지면 창문을 열어 집 안에 쌓인 열을 빼내야 한다.

가장 더운 시간대에는 외출과 격렬한 운동을 피해야 한다. 햇볕이 직접 내리쬐는 장소에서는 체감온도가 실제 기온보다 10~15도 높아질 수 있다. 불가피하게 외출해야 할 때는 그늘을 이용하고 하루 중 최소 2~3시간은 냉방이 되는 장소에서 보내는 것이 좋다. 물놀이로 더위를 식힐 때는 익사 사고를 막기 위해 혼자 수영해서는 안 된다.

갈증 나기 전에 물 마셔야…유모차에 마른 천도 금물

폭염 때는 갈증을 느낀 뒤가 아니라 그전부터 규칙적으로 물을 마셔야 한다. WHO는 시간당 물 한 컵씩 하루 최소 2~3L의 수분을 섭취할 것을 권고했다. 다만 신장이나 심장질환 등으로 수분 섭취를 제한받는 사람은 의료진과 상의해야 한다. 과도한 술과 카페인 섭취는 피하고 소변 색이 짙은 노란색이라면 수분이 부족하다는 신호일 수 있다.

가볍고 헐렁한 옷을 입고 시원한 물로 샤워하거나 목욕하는 것도 체온을 낮추는 데 도움이 된다. 젖은 수건이나 물을 뿌리는 스프레이, 물에 적신 얇은 옷 등으로 피부를 식히는 방법도 권고됐다.

어린이와 반려동물을 주차된 차량 안에 남겨두는 것은 짧은 시간이라도 금물이다. 차량 내부 온도는 순식간에 위험한 수준으로 올라갈 수 있다. 유모차를 햇볕에서 가리려고 마른 천으로 덮는 행동도 피해야 한다. 공기의 흐름을 막아 유모차 내부 온도가 오히려 더 높아질 수 있어서다.

WHO는 유모차를 가려야 할 경우 얇고 젖은 천을 사용하고 마를 때마다 다시 적시라고 조언했다. 휴대용 선풍기를 함께 사용하면 냉각 효과를 높일 수 있다. 어린이는 가볍고 헐렁한 옷을 입히고 챙이 넓은 모자와 선글라스, 자외선 차단제를 사용해 햇볕 노출을 줄여야 한다.

불볕더위가 연일 기승을 부리는 가운데 도심이 한산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 뉴스1
불볕더위가 연일 기승을 부리는 가운데 도심이 한산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 뉴스1

폭염은 짧은 시간 안에도 생명을 위협하는 재난이다. WHO에 따르면 2000년부터 2019년까지 전 세계에서 폭염과 관련해 매년 약 48만 9000명이 숨진 것으로 추산됐다. 이 가운데 45%는 아시아, 36%는 유럽에서 발생했다. 65세 이상 인구의 폭염 관련 사망률은 2000~2004년과 비교해 2017~2021년 약 85% 증가했다.

국내에서도 온열질환 피해가 이어지고 있다. 질병관리청 온열질환 응급실감시체계에 따르면 올해 누적 온열질환자는 지난 1일 기준 1889명이며 추정 사망자는 14명으로 집계됐다. 사망자 가운데 12명은 최근 한 달 사이 발생했다.

온열질환은 뜨거운 환경에 장시간 노출됐을 때 두통과 어지럼증, 근육경련, 피로감, 메스꺼움, 의식 저하 등이 나타나는 급성질환이다. 질병관리청에 따르면 열탈진과 열경련, 열실신, 열부종 등이 포함되며 열사병은 신속하게 치료하지 않으면 생명을 위협할 수 있다.

폭염 속에서 어지럼증이나 구토, 심한 두통이 나타나면 즉시 시원한 장소로 이동해 옷을 느슨하게 하고 몸을 물이나 젖은 수건으로 식혀야 한다. 의식이 흐려지거나 혼란스러운 모습을 보이고 피부가 뜨겁다면 열사병을 의심해 곧바로 119에 신고해야 한다. 의식이 없는 사람에게 억지로 물을 먹여서는 안 된다.

WHO는 폭염 피해가 예측 가능하고 상당 부분 예방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한낮 외출을 줄이고 냉방시설을 이용하며 갈증이 나기 전 물을 마시는 기본적인 행동만으로도 위험을 크게 낮출 수 있다는 설명이다. 주변의 고령자와 만성질환자, 혼자 사는 사람에게 정기적으로 연락해 건강 상태를 확인하는 것도 중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