클리어스트리트, 데이터브릭스 1880억달러 지분 개인투자자에 개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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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이터브릭스 몸값 1880억달러, 클리어스트리트 프리IPO 플랫폼 첫 투자대상 선정
공인투자자도 상장 전 지분투자·담보대출 가능해진 새 비상장 투자 시장

핀테크 프라임 브로커 클리어스트리트(Clear Street)가 공인투자자(accredited investor)를 대상으로 상장 전 후기 단계 비상장 기술기업 지분에 투자할 수 있는 플랫폼을 내놨다. 이 플랫폼의 첫 투자 대상은 AI·데이터 소프트웨어 기업 데이터브릭스(Databricks)로 기업가치는 1880억달러로 평가받고 있다. 기존에는 대형 기관투자자만 접근할 수 있던 프리IPO(상장 전) 투자 영역을 일반 공인투자자에게도 열어준다는 게 핵심이다. 데이터브릭스, 앤트로픽, 오픈AI 등 주요 AI 기업들이 상장을 미루면서 산업 가치 상당 부분이 비상장 단계에서 이미 만들어지고 있다는 흐름을 반영한 결정이다. 클리어스트리트는 연말까지 최대 30개 스타트업을 이 플랫폼에 추가할 계획이다.
담보대출까지 얹은 이색 프리IPO 구조
클리어스트리트 최고경영자(CEO) 겸 공동창업자 우리 코헨(Uri Cohen)은 “마찰을 없애고 더 많은 사람이 더 많은 상품에 투자할 수 있게 하는 것”이 목표라고 말했다. 그는 오늘날 부의 상당 부분이 비상장 시장에서 만들어지고 있으며 개인·소규모 투자자의 수요도 계속 커지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번 데이터브릭스 투자는 투자자가 데이터브릭스가 직접 발행한 주식을 사는 방식이 아니다. 투자자는 특수목적기구(SPV)에 지분을 투자하고 이 SPV가 데이터브릭스 지분을 보유한 제3의 펀드에 다시 투자하는 다단계 구조다. 데이터브릭스의 실제 주주 명부에는 이 외부 펀드가 그대로 이름을 올린다. 데이터브릭스 측 대변인은 “데이터브릭스는 클리어스트리트와 어떤 협력 관계나 계약 관계도 맺고 있지 않다”고 밝혔다.
클리어스트리트는 여기에 더해 비상장 지분을 담보로 하는 마진 대출까지 제공한다는 점에서 다른 비상장 시장 플랫폼과 차별화된다. 회사가 자산 관리와 위험 부담을 직접 떠안는 구조인데 비상장 주식은 실제 엑시트(exit) 전까지 매도가 어렵다는 점에서 이례적인 시도로 평가된다. 코헨은 거래의 상대방(counterparty) 역할도 클리어스트리트가 직접 맡는다며 “위험이 있다면 우리가 그것을 진다”고 말했다.

왜 데이터브릭스가 첫 타자로 뽑혔나
데이터브릭스는 첫 상장 후보 기업으로 자연스러운 선택으로 꼽힌다. 이 회사의 레이크하우스 플랫폼(Lakehouse Platform)은 데이터 레이크와 데이터 웨어하우스의 장점을 결합했고 델타레이크(Delta Lake), MLflow 등 엔터프라이즈 AI 개발 도구까지 갖췄다. 1880억달러라는 기업가치는 AI를 뒷받침하는 인프라 영역에 투자자 관심이 얼마나 쏠려 있는지를 보여준다.
다만 데이터브릭스의 실제 상장까지는 아직 시간이 남아 있다. 키플링거(Kiplinger)가 6월 18일(현지시각) 기준 정보를 인용해 보도한 바에 따르면 데이터브릭스의 상장은 2027년으로 예상되며 앤트로픽은 2026년 상장이 예상된다. 상장까지 남은 기간이 길다 보니 그 사이 투자할 수 있는 합법적 경로가 제한적인데 클리어스트리트 같은 플랫폼이 그 틈을 파고든 셈이다.
클리어스트리트는 이번 플랫폼과 함께 애널리스트 오웬 라우(Owen Lau)가 이끄는 비상장기업 전담 리서치 조직도 새로 꾸렸다. 코헨은 이를 두고 불투명한 비상장 시장에 상장 시장 수준의 투명성을 가져오려는 시도라고 설명했다. 클리어스트리트는 앞으로 기업가치 50억~200억달러, 상장까지 약 6개월~2년 남은 기술 스타트업을 중심으로 투자 대상을 늘려갈 계획이다.
골드만삭스도 뛰어든 비상장 부(富) 시장
비슷한 수요를 겨냥한 움직임은 클리어스트리트만의 것이 아니다. 골드만삭스 역시 고액자산가와 패밀리오피스를 대상으로 비상장기업 투자 상품 제공 범위를 넓히고 있다. 초기 단계 기업들이 상장을 미루면서 공개 시장에 들어오지 않고도 더 많은 가치를 쌓고 있는 흐름을 반영한 결과다.
IPO 시장 자체도 회복 조짐을 보이고 있다. 리서치 업체 르네상스캐피털(Renaissance Capital) 자료에 따르면 8월 1일 기준 올해 누적 IPO 신청 건수는 155건으로 전년 동기 대비 10.7% 늘었다. 올해 실제로 상장한 건수는 93건, 총 조달액은 1440억달러에 달했는데 750억달러 규모로 진행된 스페이스X(SpaceX) 상장이 이 수치를 크게 끌어올렸다.
한편 클리어스트리트 자체는 상장을 뒤로 미루고 있다. 올해 초 비상장 펀딩 라운드에서 약 120억달러 가치를 평가받은 클리어스트리트는 2월(현지시각) 자체 IPO 계획을 보류했다. 코헨은 회사가 현금흐름 기준으로 흑자를 내고 있고 4억달러 규모 투자등급 채권 발행으로 유동성을 확보했다고 밝혔다. 시장 상황에 따라 2027년 상장을 검토할 수 있다고도 덧붙였다.
밸류에이션과 실적 사이 간극이라는 위험
1880억달러에 달하는 데이터브릭스의 기업가치는 비상장 AI 시장 전반에 걸린 근본적 질문을 다시 던진다. 지금의 밸류에이션이 미래 성장에 대한 기대에 기반한 것인지 현재 실적을 반영한 것인지가 불분명하다는 점이다.
크립토폴리탄(Cryptopolitan)이 앞서 지적한 대로 AI 기업들의 밸류에이션은 실제 매출 대비 지나치게 높게 형성돼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투자자들이 회사의 현재 실적보다는 미래 수익에 베팅하고 있다는 뜻이다. 클리어스트리트의 플랫폼은 이런 베팅에 일반 공인투자자도 조기에 참여할 수 있는 통로를 제공한다. AI 기업들이 기대만큼 성장한다면 상장 전 투자는 큰 보상으로 이어질 수 있다. 반대로 매출이 밸류에이션을 따라잡는 데 시간이 걸린다면 초기 투자자들은 그만큼 더 큰 위험을 떠안게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