몇 년 전만 해도 보기 힘들었는데… 군산 앞바다에서 32배나 터진 '효자 수산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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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온 상승으로 바뀐 오징어 어장, 군산이 새로운 중심지로 떠올라

몇 년 전까지만 해도 군산 앞바다에서 물오징어는 좀처럼 보기 힘든 어종이었다. 그런데 최근 군산에서 어획량이 폭발적으로 늘며 지역경제에 활기를 불어넣고 있다.

서울의 한 대형마트에서 장을 보는 시민의 모습.  / 연합뉴스
서울의 한 대형마트에서 장을 보는 시민의 모습. / 연합뉴스

1일 군산시수협에 따르면 지난달 27일까지 올해 물오징어 위판 실적은 481t, 위판고는 60억원으로 집계됐다. 지난해 같은 기간 실적이 15t·3억원이었던 것과 비교하면 위판량은 약 32배, 금액은 약 20배로 뛴 셈이다.

배경에는 기후 변화가 있다. 동중국해에서 난류가 유입되고 연안 수온이 오르면서 어획량이 크게 늘어난 것이다. 조업 시기가 예년보다 10~15일가량 앞당겨진 점도 위판량 증가를 부채질했다. 이렇게 되자 물오징어는 군산에서 예상 못 한 '효자 어종'으로 떠올랐다.

위판장 풍경도 달라졌다. 여수·목포·제주 등 외지 어선까지 대거 몰려들면서, 군산시수협 위판장은 서해권 물오징어 유통의 중심축으로 부상했다. 이곳에서 위판되는 물오징어는 저온 친환경 시설을 거쳐 신선도를 유지한 채 경매에 부쳐지고, 이후 대형마트와 식당 등 전국 각지로 빠르게 팔려나간다. 통상 여름은 수산물 소비와 어획이 함께 줄어드는 비수기지만, 올해는 물오징어 덕분에 어업인 소득과 지역경제가 함께 살아나고 있다.

이런 변화는 군산에만 국한된 일이 아니다. 올해 상반기 우리 바다의 평균 표층 수온은 17.17도로, 지난해보다 1.17도나 높았다. 바다가 더워지면서 돌고래와 대형 상어가 더 자주 출몰하고, 멸치·오징어 같은 어종의 서식 분포도 크게 흔들리는 등 해양 생태계 곳곳에서 구조적인 변화가 감지된다.

오징어 자료사진. / Nurul ikhsan-shutterstock.com
오징어 자료사진. / Nurul ikhsan-shutterstock.com

오징어 어장이 동해에서 서해·남해로 옮겨가는 흐름은 사실 하루 이틀 된 이야기가 아니다. 해양수산부의 '장기해양생태계 연구' 보고서는 1985~2019년 동해 수온을 추적한 결과를 담고 있는데, 2000년대 연평균 표층 수온이 1980년대보다 0.65도 높아진 것으로 나타났다. 문제는 여기서 그치지 않는다. 표층이 더워지면 해수 밀도가 달라지면서 '혼합 약화' 현상이 생기고, 바다 밑에서 올라오던 영양염 공급이 줄어든다. 그 결과 식물플랑크톤의 크기 구성이 변하고, 이를 먹는 동물플랑크톤의 크기도 함께 바뀐다. 오징어는 결국 양질의 먹이를 좇아 여름엔 서해로, 겨울엔 남해로 이동하는 패턴을 갖게 됐다는 게 연구팀의 설명이다.

반대로 전통의 오징어 명산지였던 동해는 사정이 다르다. 국립수산과학원에 따르면 국내 연간 오징어 어획량은 현재 2만~3만t 수준에 그치는데, 이제는 동해보다 서해에서 잡히는 양이 더 많아졌을 정도다. 한 관계자는 동해가 자망·저인망 조업을 하기엔 수심이 너무 깊은 반면, 서해는 수심이 얕다 보니 수온이 올라도 오징어가 달리 피할 곳이 없다고 설명했다. 여기에 산란장 감소와 어군 밀도 분산, 중국 어선의 남획까지 겹치면서 지난 20여년간 동해 오징어는 계속 줄어드는 추세를 보여왔다.

김광철 군산시수협 조합장은 "최근 수온 변화로 물오징어 어장이 서해에 형성되면서 위판량이 크게 늘고 있다"며 "전국 소비자들에게 신선한 물오징어를 안정적으로 공급하고 어업인의 소득 향상에 도움이 되도록 위판과 유통에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