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강력 태풍 '돌핀' 접근 중... 한국에 갑자기 초비상 걸린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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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반도 덮친 살인 폭염... 예상 진로 맞으면 더 더워진다
국내 기상 관측 사상 가장 뜨거운 여름이 8월 첫 주말까지 이어지고 있다. 경남 양산에서는 전날 낮 기온이 41.4도까지 올라 공식 관측소 기준 역대 최고기온 기록을 갈아치웠다. 이는 2018년 강원 홍천에서 나온 41도를 8년 만에 넘어선 것이다. 양산의 낮 기온은 사흘 연속 40도를 웃돌았다. 이 또한 관측 사상 처음 있는 일이다. 초강력 태풍 '돌핀'이 이 기록적인 폭염에 변수가 될지에 관심이 쏠린다.

극한 더위는 토요일인 1일에도 계속되겠다. 전국 대부분 지역에 폭염특보가 내려진 가운데 낮 최고기온은 32~39도, 최고 체감온도는 35도 안팎까지 오르겠다. 양산과 부산 중부·서부, 울산 동부, 창원, 김해, 밀양, 의령, 창녕, 진주 등 경남권 9개 지역에는 생명을 위협할 수준의 더위가 예상돼 폭염중대경보가 발효 중이다. 폭염중대경보는 일 최고 체감온도 38도 이상 또는 일 최고기온 39도 이상의 극한 더위가 예상될 때 발령되는 최고 수준의 폭염 경보다. 낮 최고기온은 양산이 다시 41도, 부산과 울산이 39도, 광주·대구·포항이 38도, 서울이 34도까지 오르겠다. 부산에서는 열대야가 11일째 이어지는 등 밤더위도 계속되고 있다.

이 같은 극한 폭염의 향방을 좌우할 최대 변수로는 초강력 태풍 돌핀이 꼽힌다. 기상청에 따르면 돌핀은 지난달 27일 오후 3시 괌 북동쪽 먼 해상에서 열대저압부를 거쳐 태풍으로 발생한 뒤 빠르게 발달하며 북상을 이어가고 있다.
1일 오전 3시 기준(이날 오전 4시 발표 시점의 관측값) 돌핀은 괌 동북동쪽 약 1690㎞ 부근 해상, 북위 19.8도·동경 159.2도에서 시속 26㎞의 속도로 서북서진하고 있었다. 중심기압은 915hPa, 중심 부근 최대풍속은 초속 55m(시속 198㎞)에 달해 태풍 강도 구분 중 최고 등급인 '강도 5'(초속 54m 이상)에 해당한다. 강풍(초속 15m 이상)이 부는 반경은 400㎞(예외적으로 남서쪽 약 300㎞), 폭풍(초속 25m 이상)이 부는 반경도 120㎞(예외적으로 남서쪽 약 100㎞)에 이르는 등 몸집도 상당하다. 태풍의 눈도 뚜렷하게 자리 잡은 것으로 분석돼 2003년 남부지방을 초토화한 태풍 매미, 2002년 루사, 2022년 힌남노에 견줄 만한 세력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기상청이 이날 함께 내놓은 5일 예상 진로를 보면, 돌핀은 당분간 강도 5의 세력을 유지한 채 서북서진을 이어갈 것으로 전망된다. 우선 1일 오후 3시에는 괌 북동쪽 약 1560㎞ 부근 해상, 북위 21.1도·동경 157.1도까지 북상하며 강도 5, 초속 55m(시속 198㎞), 중심기압 915hPa의 세력을 그대로 유지한 채 북서쪽으로 시속 23㎞의 속도로 이동하겠다. 이어 2일 오전 3시에는 괌 북동쪽 약 1440㎞ 해상, 22.2도N·154.9도E 지점에 이를 때까지도 강도 5, 초속 55m(시속 198㎞), 915hPa의 세력이 그대로 유지된다. 다만 서북서진 속도는 시속 22㎞로 다소 느려지겠다. 같은 날 오후 3시에는 괌 북동쪽 약 1340㎞ 해상, 23.3도N·152.2도E 지점에 이르면서 세력이 강도 4, 초속 53m(시속 191㎞), 중심기압 920hPa로 한 단계 낮아지고, 서북서진 속도는 시속 25㎞로 다시 빨라지겠다. 이때부터 강풍반경은 410㎞(예외적으로 남서쪽 약 310㎞), 폭풍반경은 130㎞(예외적으로 남서쪽 약 110㎞)로 소폭 확대된다.

3일 오전 3시에는 일본 도쿄 남동쪽 약 1610㎞ 부근 해상, 정확히는 괌 북북동쪽 약 1260㎞ 해상인 23.9도N·149.5도E 지점까지 북상하며 강도 4, 초속 51m(시속 184㎞), 925hPa의 세력을 유지하겠다. 서북서진 속도는 시속 24㎞로 예상된다. 4일 오전 3시에는 괌 북쪽 약 1260㎞ 해상, 24.8도N·144.1도E 지점에 이르러 강도 4, 초속 50m(시속 180㎞), 930hPa로 세력이 조금씩 약화하고, 진행 속도는 시속 23㎞로 늦춰지겠다. 이 시점의 강풍반경은 420㎞(예외적으로 남서쪽 약 310㎞), 폭풍반경은 120㎞(예외적으로 남서쪽 약 100㎞)다. 닷새째인 5일 오전 3시에는 일본 오키나와 동쪽 약 1090㎞ 해상, 25.3도N·138.8도E 지점까지 진출하며 강도 4, 초속 49m(시속 176㎞), 935hPa의 세력으로 시속 22㎞의 속도로 이동하겠고, 강풍반경은 430㎞(예외적으로 남서쪽 약 310㎞)로 다시 넓어질 전망이다. 엿새째인 6일 오전 3시에는 일본 오키나와 동쪽 약 560㎞ 해상, 25.6도N·133.5도E 지점까지 접근하며 강도 4, 초속 47m(시속 169㎞), 940hPa의 세력을 유지한 채 시속 22㎞로 서북서진을 계속할 것으로 예상된다.
문제는 앞으로의 진로다. 국내외 주요 수치예보 모델은 돌핀이 한반도를 떠받치고 있는 북태평양고기압의 벽에 막혀 대체로 중국 쪽으로 향할 것으로 보고 있다. 기상청 예상 진로대로라면 돌핀은 오는 3일 오전 일본 도쿄 남동쪽 약 1610㎞ 부근 해상까지 북상한 뒤 6일을 전후해 오키나와 해상을 지나 7일쯤 중국 대륙으로 상륙하거나 우회할 가능성에 무게가 실린다.
이 진로가 현실화하면 폭염을 오히려 더 키울 수 있다는 것이 문제다. 돌핀이 중국으로 향하면 한반도로 뜨거운 남풍을 더 강하게 밀어 올려 더위를 부추길 수 있다. 앞서 태풍 '바비'도 중국으로 이동하며 남풍을 밀어 올려 영남권에 사상 첫 폭염중대경보를 불러온 바 있다. 반대로 돌핀이 예상보다 동쪽으로 방향을 틀어 한반도로 길이 열리면 직접적인 영향을 줄 가능성도 배제하기 어렵다. 다만 아직 진로의 변동성이 큰 만큼 태풍의 실제 영향 여부는 확률반경이 시사하듯 다음 주 후반에야 가닥이 잡힐 전망이다.
더위는 다음 주 서쪽으로 확대될 가능성이 크다. 현재는 서풍이 불며 동쪽 지역 기온이 더 높지만, 다음 주 초부터 바람이 동풍 계열로 바뀌면서 수도권 등 서쪽 지역 기온이 크게 오를 것으로 예상된다. 서울의 낮 기온도 37도까지 올라 체감상 폭염중대경보 수준의 더위가 나타날 수 있다. 다음 주 후반 더위의 강도와 지속 기간은 결국 돌핀의 진로에 달렸다.
기상청은 폭염중대경보가 내려진 지역에서는 필수업무 외 모든 야외활동과 실외작업을 중단하거나 연기하고, 그늘이나 무더위쉼터 등 시원한 곳으로 옮겨 수분을 섭취하며 충분히 쉴 것을 당부했다. 독거노인 등 주변의 안전을 수시로 확인하고, 온열질환 증상이 나타나면 즉시 119에 신고해야 한다.
이날 중부지방은 가끔 구름이 많겠고, 남부지방과 제주는 대체로 맑겠다. 이날 아침까지는 전북 동부와 전남 해안에 가시거리 200m 미만의 짙은 안개가 끼는 곳이 있었다. 강원 동해안·산지와 경북 동해안·북동산지를 중심으로는 순간풍속 시속 55㎞ 안팎, 산지는 70㎞ 안팎의 강한 바람이 불겠으니 시설물 관리에 유의해야 한다. 미세먼지 농도는 전 권역이 '좋음'에서 '보통' 수준을 보이겠다.
경남권을 중심으로 한 극한 더위는 일요일인 2일에도 이어져 아침 최저기온 21~27도, 낮 최고기온 32~39도가 예상된다. 밤사이에도 기온이 충분히 떨어지지 않아 최저기온 25도 이상의 열대야가 곳곳에서 나타나겠다.
기상청 관계자는 돌핀의 진로와 강도가 향후 발표에서 계속 수정될 수 있는 만큼, 다음 예보 발표(이날 오전 10시경)와 이후 정보를 주시해 달라고 당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