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스트셀러 1위' 유명 한국 작가... 믿기지 않는 의혹으로 떠들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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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병한, 청년들 상대로 투자 사기 의혹

역사학자 겸 미래학자로 활동해 온 작가 이병한(47)이 20대 청년들을 상대로 임금을 체불하고 빌린 돈을 갚지 않았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이병한에게 임금 체불과 채무 불이행 등의 피해를 봤다고 주장하는 청년들의 이야기를 JTBC가 30일 ‘뉴스룸’에서 단독으로 전했다.
보도에 따르면 청년들은 이병한이 투자 유치를 약속하며 법인을 세운 뒤 임금을 주지 않았고, 오히려 생활비 명목으로 돈을 빌린 뒤 갚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피해자들은 그 과정에서 이병한이 유명 정치인과 재계 인사와의 친분을 반복적으로 과시하며 신뢰를 얻었다고 했다.
이병한은 '유라시아 견문' 시리즈 등을 쓴 중견 작가다. 그는 1978년 경남 거제에서 태어나 연세대에서 사회학을 전공하고 같은 대학 대학원에서 역사학 석·박사 학위를 받았다. 프레시안 기획위원 겸 기자로 3년여에 걸쳐 '유라시아 견문'을 연재했고, 이후 서구 중심 국제질서에 대한 비판과 유라시아 문명론, 미래 예측을 주제로 여러 유튜브 방송과 강연에 출연해 왔다. 이병한이 지난달 펴낸 '이병한의 대한민국 탐문'은 한때 베스트셀러 1위에 올랐다.
이병한은 그동안 청년들에게 새로운 비전을 제시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그는 방송과 토론회 등에서 "유엔은 이제 끝났고, 새로운 행성적 행정을 담당할 세계 기구를 우리가 직접 설계해 보자"는 취지의 말을 해 왔다. 한국이 세계의 중심이 될 것이라는 전망도 여러 차례 밝혔다.
JTBC 보도에 등장한 정모(28)씨는 2020년 한 북 콘서트에서 이병한을 처음 만났다고 했다. 정씨는 이후 이병한으로부터 '미디어 프로젝트' 제안을 받았다고 밝혔다. 한국에서 통용되지 않던 관점과 지식, 경험을 뉴미디어 형식으로 풀어 보자는 것이 골자였다고 한다. 이병한은 200억원 투자를 받기로 했다며 사람을 모으고 회사를 차리자고 했고, 정씨를 대표이사로 등기해 준비 과정을 맡겼다고 정씨는 주장했다.
하지만 약속한 돈은 들어오지 않았다. 정씨는 "당장 직원들 월급조차 줄 수 없는 상황이었다"고 했다. 이 무렵 이병한은 신용카드 연체 금액과 급여, 생활비를 자신에게 융통해 줄 수 없느냐고 물었다고 한다. 정씨는 "일주일 안에 반드시 주겠다는 말에 신용대출을 받아 이병한에게 2000만원을 건넸는데, 그게 이병한이 말한 신용카드 연체 금액이었다"고 말했다.
정씨는 "문제가 생길 때마다 이병한이 회피하거나 연락이 끊기는 일이 반복됐다"고 했다. 그렇게 1년 넘게 시간이 흘렀고, 지난해 초 이병한은 이번엔 정말 투자금을 구할 수 있다며 투자확약서까지 받았다고 했다. 그러나 얼마 뒤 해당 투자자는 사기 혐의로 법정 구속됐다. 정씨가 채무 상환 방법을 묻자 이병한은 "이게 왜 내 책임이냐"는 반응을 보였다고 정씨는 전했다. 정씨에게는 7000만원이 넘는 빚만 남았다.
피해를 주장하는 청년은 정씨뿐이 아니었다. 6년 전 당시 25세였던 A씨도 이병한의 제안에 마음이 움직였다고 했다. A씨는 "세계적으로 연결될 수 있다는 점이 매력적이었다"고 말했다. 이병한은 청년 4명에게 '기후 위기 프로젝트'를 제안하며 회사를 세웠고, 유엔의 세계 다양성 협약 행사에 후원금을 받아 참여할 수 있다고 했다고 한다. 하지만 후원금은 들어오지 않았고, 청년들은 석 달 동안 임금을 받지 못했다.
A씨는 "2020년 6월부터 8월까지 이병한이 연락을 끊고 잠적했다"며 "연락은 안 되는데 월급은 나가야 하니 방도가 없었다"고 했다. 회사는 결국 문을 닫았고, A씨 등은 1년을 더 기다리다 고용노동청에 신고했다. A씨는 "노동청에서 신고 사실을 우편으로 통보받은 뒤에야 이병한이 임금을 보내왔다"고 말했다.
피해자들은 이병한을 믿을 수밖에 없었던 이유로 그가 유명 인사들과의 관계를 끊임없이 강조한 점을 꼽았다. 이병한이 대선 후보와 매일 소통하고 유력 국회의원이 자신에게 조언을 구한다고 말했으며, 아모레퍼시픽 회장이 연봉 10억원을 제안했고 미래에셋 회장과 나눈 대화가 흥미로웠다는 이야기를 흘렸다는 것이다.
이병한은 현재 미국에 머무는 것으로 보인다. 그는 한 온라인 토론회에서 "뉴욕에 온 지 한 달 정도 됐고, 방학 때는 관심 가는 도시에서 한두 달 지내며 공부한다"고 말했다. JTBC는 피해자들의 주장에 대한 입장을 듣기 위해 이병한에게 연락했으나 전화는 착신이 금지돼 있었고 메일과 문자에도 답이 없었다고 전했다. 다만 이병한은 최근 한 인터뷰에서 "젊은이들의 길을 지원해 주고 싶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