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0억 기부' 공약한 정몽규... 기부액 얼마인지 알아봤더니 황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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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회 청문회서 '기부 못했다' 실토

정몽규 전 대한축구협회장이 30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문화체육관광위원회의 대한축구협회 현안 관련 청문회에 출석해 질의에 답하고 있다. / 뉴스1
정몽규 전 대한축구협회장이 30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문화체육관광위원회의 대한축구협회 현안 관련 청문회에 출석해 질의에 답하고 있다. / 뉴스1

정몽규 전 대한축구협회장이 천안축구센터 건립을 위해 50억원을 기부하겠다고 공약하고도 실제로는 한 푼도 내지 않은 사실이 국회 청문회에서 드러났다.

노종면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30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문화체육관광위원회의 대한축구협회 현안 관련 청문회에서 정 전 회장의 기부금 내역을 공개했다.

정 전 회장은 지난해 1월 천안축구센터 건립을 위해 50억원을 기부하겠다고 밝혔지만, 실제 기부액은 0원이었다. 정 전 회장은 이에 대해 "기부하지 못했다"고 답했다.

노 의원은 천안축구센터 건립 과정의 서류 문제도 함께 추궁했다. 그는 축구협회가 건립 당시 제출한 사업계획서와 건축허가신청서의 내용이 서로 다르다는 점을 지적했다. 또 추가 국고보조금을 신청할 때는 회장실과 사무공간 설립 계획이 없었는데도 축구협회 실적보고서에는 이와 다르게 기재됐다고 질의했다. 노 의원은 "완공이 끝난 뒤에 회장실이 문제 되자 회장실을 지우고 이 도면을 만든 게 아니냐"고 추궁했다. 그는 축구협회가 자신의 지적을 인정했다면서 정 전 회장에게도 책임이 있다고 밝혔다.

정몽규 전 대한축구협회장이 30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문화체육관광위원회의 대한축구협회 현안 관련 청문회에 출석해 증인 선서문을 제출한 뒤 증인석에 착석하고 있다. 오른쪽은 홍명보 전 축구 국가대표팀 감독. / 뉴스1
정몽규 전 대한축구협회장이 30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문화체육관광위원회의 대한축구협회 현안 관련 청문회에 출석해 증인 선서문을 제출한 뒤 증인석에 착석하고 있다. 오른쪽은 홍명보 전 축구 국가대표팀 감독. / 뉴스1

정 전 회장은 이날 청문회에 증인으로 출석해 재임 중 불거진 논란에 대해 사과했다. 그는 "재임 기간 한국 축구 발전을 위해 노력했지만 일련의 논란과 미흡한 부분에 대해 죄송스럽게 생각한다"고 밝혔다. 이어 "전 축구협회장으로서 책임을 통감하고 기대에 미치지 못한 것에 대해서 축구협회장직에 사퇴를 했다. 앞으로 기업인으로 사회에 기여하도록 하겠다"고 덧붙였다. 2013년 대한축구협회장에 오른 정 전 회장은 지난해 4선 연임에 성공했으나, 2026 북중미 월드컵 32강 진출 실패에 대한 책임을 지고 지난 6일 자리에서 물러났다.

함께 증인으로 출석한 홍명보 전 축구대표팀 감독도 사과했다. 홍 전 감독은 "이번 북중미 월드컵 결과에 대해서 국민들의 기대에 부응하지 못한 점에 대해 죄송하다"며 "대표팀에 보내주신 기대에 보답하지 못한 책임을 무겁게 받아들이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제가 알고 있는 사실과 제가 져야 할 책임을 피하지 않고 있는 그대로 말씀드리겠다. 어려운 상황에서도 끝까지 뛰어준 선수들에게 감독으로서 고마움을 전한다. 노력에 결과로 보답하지 못한 점을 무겁게 생각하고 있다"고 밝혔다. 2024년 7월 대표팀 지휘봉을 잡은 홍 전 감독은 북중미 월드컵 조별리그에서 1승 2패, 조 3위에 그쳐 탈락한 뒤 감독직에서 물러났다.

이날 청문회에서는 이른바 '고대 카르텔'로 불리는 축구계 학연 논란도 다뤄졌다. 임오경 민주당 의원이 "'고대 카르텔'이라는 말이 있다. 정 전 회장도 고려대, 옆에 앉아 있는 홍명보 전 감독도 고려대다. 포용 정치를 해야 하는 것 아니냐"고 지적했다. 축구계 안팎에서는 정해성 전 전력강화위원장과 이임생 전 기술총괄이사도 고려대 출신이라는 점을 들어 학연 논란에 힘을 싣고 있다.

정 전 회장은 이에 동의하지 않는다는 뜻을 분명히 했다. 그는 "재임 기간 25명의 남자 대표팀 감독을 선임했는데, 고려대 출신은 (홍명보 감독) 한 명밖에 없었다. 여자 대표팀에서는 그동안 20명을 선임했는데 이중 고려대 출신은 한 명도 없었다"고 반박했다. 임 의원이 "그럼에도 축구계에서 이런 말이 계속 나오는 것은 내부의 잘못이 있기 때문이다. 그렇게 생각하지 않느냐. 지속적으로 이런 발언이 나오는 것에 대해서는 축구협회도 고민이 필요하다"고 되묻자 정 전 회장은 "그런 이미지가 나온 것에 대해서는 죄송스럽게 생각한다"고 사과하면서도 "다만 이사회 전체 인원 수 등을 생각했을 때 고려대 인원이 많다고는 절대로 생각하지 않는다"고 했다.

임 의원은 "차기 집행부가 어떻게 꾸려질지는 모르겠지만 '고대 카르텔'이라는 말은 앞으로 반드시 삭제돼야 한다"고 강조한 뒤 최휘영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에게 "K-축구혁신위원회에서도 이 점을 염두에 둬야 한다"고 당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