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주행 제대로 터졌다…결국 넷플릭스 3위까지 오른 77만 '한국 영화' 정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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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봉 15년 만에 역주행 중인 한국 영화, 넷플릭스 3위 기록
송강호·신세경 주연작, 뒤늦은 흥행의 비결은?
2011년 여름 극장가에서 조용히 퇴장했던 영화가 15년 만에 안방극장에서 존재감을 드러내고 있다. 송강호와 신세경이 주연을 맡은 영화 '푸른소금'이 30일 기준 넷플릭스 '오늘 대한민국의 TOP 10 영화' 3위에 이름을 올렸다. 전날까지 4위권에 머물던 이 영화는 하루 만에 순위를 한 계단 더 끌어올리며 뒤늦은 흥행 곡선을 그리고 있다.

■ 조직 떠난 보스와 그를 감시하는 여자
'푸른소금'은 조직 생활을 정리하고 평범하게 살고 싶어하는 전직 보스 두헌(송강호 분)의 이야기에서 출발한다. 두헌은 어머니의 고향인 부산으로 내려가 요리사가 되겠다는 꿈을 품고 요리학원에 등록한다. 그곳에서 만난 짝꿍 세빈(신세경 분)은 사실 두헌을 감시하라는 임무를 받고 접근한 전직 사격 선수다. 두헌과 세빈은 요리를 배우며 조금씩 가까워지고, 두헌은 식당을 함께 차리자는 농담 섞인 제안까지 건넨다. 하지만 세빈은 어느 날 두헌을 죽이라는 새로운 명령을 받게 되고, 친구 은정(이솜 분)이 사고를 당했다는 소식까지 겹치며 갈등은 걷잡을 수 없이 커진다.
작품은 조직폭력배 소재를 다루면서도 총격전이나 액션보다 두 사람 사이에 흐르는 긴장과 감정선에 무게를 실었다. 이 때문에 개봉 당시부터 지금까지 뤽 베송 감독의 '레옹'과 종종 비교선상에 오르내린다.

■ 화려한 출연진, 15년 만에 다시 보는 얼굴들
연출은 '시월애', '그대 안의 블루'로 감각적인 영상미를 인정받은 이현승 감독이 맡았다. 캐스팅 라인업도 눈에 띈다. 송강호, 신세경을 필두로 두헌의 오른팔 애꾸 역의 천정명, 조직 2인자이자 두헌의 친구 경민 역의 이종혁, 베테랑 킬러 K 역의 김민준이 이름을 올렸다. 여기에 윤여정, 이경영, 김뢰하, 오달수, 장영남까지 힘을 보탰다.
특히 지금 시점에서 다시 보면 캐스팅 자체가 하나의 관전 포인트가 된다. 극 중 냉혹한 킬러 조직의 수장으로 등장하는 윤여정은 이후 영화 '미나리'로 한국인 최초 미국 아카데미 여우조연상을 수상하며 세계적인 배우 반열에 올랐다. 세빈의 친구 은정 역을 맡은 이솜은 당시만 해도 신인이었지만, 현재는 확고한 개성의 배우로 자리 잡았다. 주연 신세경 역시 개봉 당시에는 시트콤 '거침없이 하이킥'의 청순한 이미지가 강했던 21살 배우였는데, 이 작품에서는 짧은 울프컷과 스모키 메이크업을 하고 냉정한 사격수로 완전히 다른 얼굴을 보여줬다.

■ 흥행은 실패, 평단 반응도 냉담했다
정작 극장 성적표는 좋지 않았다. '푸른소금'은 2011년 8월 31일 개봉해 전국 77만 1699명의 관객을 모으는 데 그쳤다. 평론가들의 반응도 후하지 않았다. 네이버 영화 평론가 평점을 보면 박평식 평론가는 10점 만점에 5.0점을 주며 "맛을 삼킨 멋"이라는 짧은 한 줄 평을 남겼고, 씨네21 주성철 평론가는 6.0점을 매기며 "감각적 요소들보다 내러티브의 빈틈이 더 큰 아쉬움"이라고 지적했다. 김성훈 평론가는 4.0점을 주며 "예쁜 그림이 아름다운 건 아니다"라고 꼬집었고, 이동진 평론가 역시 5.0점과 함께 "만든 이의 손끝만 느껴진다"는 평을 남겼다. 네티즌 평점은 7.06점으로, 평론가들보다는 후한 편이다.
당시 평단의 지적은 대체로 한 방향을 가리켰다. 화면과 색감, 배우들의 연기는 인정하면서도 이야기 자체의 개연성과 몰입도가 부족하다는 것이었다. 푸른빛과 에메랄드 계열의 색감, 여백을 살린 화면 구성, 절제된 음악이 어우러져 몽환적이고 쓸쓸한 분위기를 만들어냈다는 평가는 지금도 유효하다.

■ 유독 많은 '역주행' 한국 영화들
'푸른소금'의 뒤늦은 흥행은 최근 한국 영화계에서 낯선 현상이 아니다. 실제로 30일 넷플릭스 톱10에는 비슷한 사례가 여럿 포함돼 있다. 5위에 오른 '비키퍼'는 국내 극장에서는 10만 명 남짓에 그쳤지만 넷플릭스 공개와 동시에 국내 1위까지 올랐던 작품이고, 9위 '파묘'는 극장에서 1191만 관객을 모은 흥행작임에도 개봉 2년여 만에 다시 순위권에 재진입했다. 두 작품 모두 흥행 성적의 결이 다르지만, 극장 개봉 이후 시간이 지나 다시 소비되고 있다는 공통점이 있다.
'푸른소금'의 주연 송강호 역시 역주행 이력이 있다. 2013년 개봉해 913만 관객을 모은 '관상'은 극장 흥행작이었음에도 13년이 지난 올해 넷플릭스 톱10에 재진입한 바 있다. 2019년 개봉 당시 16만 관객에 그쳤던 스릴러 '진범'도 6년 만에 넷플릭스 국내 영화 부문 1위를 기록하며 뒤늦게 주목받았다. 극장에서의 흥행 여부와 무관하게, 시간이 흐른 뒤 OTT에서 다시 발굴되는 흐름이 이어지고 있는 셈이다.

이런 흐름의 배경으로는 티켓값이나 VOD 결제 없이 무료로 접근할 수 있다는 진입 장벽 완화, 그리고 스토리 전개보다 화면의 분위기나 배우들의 과거 모습을 찾아보려는 시청 습관의 변화가 함께 꼽힌다.
30일 넷플릭스 '오늘 대한민국의 TOP 10 영화' 1위는 '극장판 귀멸의 칼날: 무한성편 제1장'이 차지했고, 2위는 '채권추심원', 3위는 '푸른소금'이 올랐다. 이어 '엘리지의 그림자'(4위), '비키퍼'(5위), '루프맨'(6위), '믿는 자들'(7위), '남편들'(8위), '파묘'(9위), '스파이더맨: 홈커밍'(10위) 순으로 나타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