축구협회장·감독 가능성 질문받은 박지성…망설임 없이 '이렇게' 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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팬의 신뢰 회복이 먼저…박지성이 꼽은 축구협회 최우선 과제
전 축구 국가대표 박지성이 자신을 둘러싼 축구협회장·감독 가능성에 직접 입을 열었다. 당장 두 자리에 도전할 뜻은 없다고 분명히 선을 그으면서도, 협회장에 대해서는 먼 미래의 가능성까지 완전히 닫지는 않았다.

박지성은 전날 방송된 tvN 예능 프로그램 ‘유 퀴즈 온 더 블럭’ 353회에 출연했다. 최근 ‘K-축구 혁신위원회’ 위원장을 맡은 그는 한국 축구가 처한 상황부터 혁신위의 역할, 자신이 생각하는 축구 행정가와 지도자의 자질에 이르기까지 솔직한 생각을 밝혔다.
앞에 나서지 않던 박지성, 혁신위원장 맡은 이유
유재석은 박지성이 혁신위원장에 선임됐다는 소식을 듣고 놀랐다고 말했다. 평소 전면에 나서는 것을 즐기지 않는 성격으로 알려진 만큼 예상 밖의 선택이었다는 것이다.
박지성 역시 “저도 이런 상황이 오게 될 줄 몰랐다”고 운을 뗐다. 그럼에도 쉽지 않은 자리를 받아들인 배경에는 한국 축구를 향한 책임감이 있었다.
그는 한국 축구가 가장 인기 있는 스포츠 가운데 하나로 큰 기대를 받아왔지만, 그만큼 팬들에게 많은 실망도 안겼다고 진단했다. 이 과정에는 축구계에 몸담은 이들의 책임도 있다며 자신이 도움을 줄 수 있는 부분이 있다면 역할을 맡아야 한다고 판단했다고 설명했다.
박지성이 꼽은 가장 시급한 과제는 잃어버린 신뢰를 되찾는 일이다. 그는 월드컵으로 향하는 과정과 결과를 거치며 팬들의 신뢰가 무너졌고, 이제는 협회의 모든 결정이 우려 섞인 시선 속에서 받아들여지는 상황이라고 짚었다.
현재 축구협회장과 국가대표팀 감독이 모두 공석인 가운데, 혁신위는 협회가 다시 출발할 수 있는 가장 기초적인 작업을 맡고 있다. 앞으로 한국 축구가 어느 방향으로 나아가야 할지 논의해 구체적인 방안을 마련하고 발표하는 것이 주된 목적이다.
쏟아지는 기대는 박지성에게 적지 않은 부담이다. 그는 사람들을 만날 때마다 “한국 축구를 살려달라”는 부탁을 듣는다며 “제가 한국 축구를 살릴 수 있는 사람인가 고민한다”고 털어놨다. 이어 결과는 지켜봐야 한다면서도, 적어도 팬들에게 “이 정도면 협회가 잘할 것”이라는 기대감만큼은 다시 심어주고 싶다는 목표를 밝혔다.
축구협회장 후보론에는 선 그었지만…미래는 열어뒀다

자연스럽게 박지성의 축구협회장 도전 가능성에도 관심이 쏠렸다. 선수 시절 한국 축구의 상징으로 활약했고 국제무대 경험까지 갖춘 만큼, 그는 차기 협회장 후보로 꾸준히 거론돼 왔다.
하지만 박지성의 평가는 냉정했다. 그는 현재 자신이 협회장에게 필요한 자질을 갖췄다고 생각하지 않는다고 밝혔다.
축구협회장은 단순히 축구를 잘 알고 대중적인 인기가 높다는 이유만으로 맡을 수 있는 자리가 아니라는 게 그의 판단이다. 1000억 원이 넘는 예산을 집행해야 하고, 축구뿐만 아니라 비즈니스와 정책까지 폭넓게 이해해야 하기 때문이다.
박지성은 자신이 이 같은 업무를 잘해낼 수 있다는 확신이 없다며 “인기만으로 할 수 있는 역할이 아니다”라고 단호하게 말했다. 선수 박지성의 명성과 행정가에게 요구되는 전문성은 별개의 문제라는 뜻이다.
다만 언젠가 축구협회장을 맡을 생각이 있느냐는 질문에는 가능성을 완전히 닫지 않았다. 그는 AFC와 FIFA 등 국제 축구 단체에서 활동하며 협회장이 담당해야 할 일을 자세히 알수록 오히려 버겁게 느껴진다고 고백했다. 그러면서 “솔직히 모르겠다”며 먼 미래를 미리 정하기보다 현재 주어진 일을 최선을 다해 수행하겠다는 뜻을 전했다.
지금 당장 협회장을 목표로 움직이지는 않겠지만, 혁신위원장으로 경험을 쌓아가다 보면 자연스럽게 새로운 길에 도달할 수도 있다는 여지는 남긴 셈이다.
감독직에는 “이미 늦었다”…박지성이 밝힌 결정적 이유
축구 지도자의 길에 대해서는 협회장보다 더욱 분명하게 선을 그었다.
박지성은 선수 시절 여러 유명 감독을 경험하며 좋은 감독의 중요한 자질이 선수들과의 소통, 그리고 적절한 동기 부여에 있다는 점을 깨달았다고 말했다. 동시에 자신은 그 부분을 잘하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그가 든 사례는 흥미로웠다. 때로는 한 선수가 크게 잘못하지 않았더라도 선수단 전체에 자극을 주기 위해 일부러 강하게 질책해야 할 순간이 있다는 것이다. 질책 받은 선수는 오기로 더 뛰고, 이를 지켜본 동료들도 긴장하면서 팀 전체의 경기력이 살아날 수 있다.
하지만 박지성은 “잘했는데 왜 혼내”라고 생각하는 스타일이라고 했다. 선수마다 다른 성향을 파악해 감정을 조절하고, 때로는 의도적으로 압박을 가해야 하는 선수단 장악 능력이 자신에게는 부족하다고 판단했다는 설명이다.
유재석은 “자리가 사람을 만든다”며 지도자가 되면 달라질 수 있다고 설득했지만, 박지성은 “이미 늦었다”고 웃으며 답했다.
현실적인 문제도 있다. 현재 박지성이 보유한 지도자 자격은 B급이다. 프로팀이나 국가대표팀 감독을 맡으려면 A급을 거쳐 P급 자격증까지 취득해야 한다. A급 취득 후 코치로 실무 경험을 쌓아야 P급 과정에 도전할 수 있어 최소 5~6년이 필요하다는 게 그의 설명이다.
대신 박지성은 한국 국가대표팀에 어떤 감독이 필요한지에 대해서는 명확한 기준을 제시했다. 전술적인 능력을 기본으로 갖추되 한국 축구 특유의 강점을 기반으로 자신만의 색깔을 더할 수 있는 감독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협회장도, 감독도 당장의 목표는 아니었다. 박지성이 선택한 답은 이름값에 기대어 자리를 차지하는 것이 아니라, 현재 맡은 혁신위원장 역할부터 제대로 해내겠다는 것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