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사상 첫 이틀 연속 서킷브레이커…개미들의 재산은 누가 책임지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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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대한민국 증시를 덮친 공포…계좌는 무너지고 투자자는 절망했다
- 고위험 투자 확산 속 손실 눈덩이…시장 안정 대책은 뒤늦었다
- 지금 필요한 것은 낙관론이 아니라 원인 규명과 책임 있는 대응이다

위키트리 최학봉 부산경남취재본부장. / 사진=위키트리 DB
위키트리 최학봉 부산경남취재본부장. / 사진=위키트리 DB
[전국=위키트리 최학봉 선임기자] 주식시장이 이틀 연속 멈췄다.

사이드카가 발동되고 서킷브레이커가 이어졌다. 거래소 전광판은 종목을 가리지 않고 파란불로 뒤덮였고, 개인투자자들의 계좌에서는 수년간 모은 자산이 불과 이틀 만에 크게 줄어들었다.

사상 첫 이틀 연속 서킷브레이커라는 기록은 그 자체만으로도 한국 자본시장의 비상 상황을 보여준다. 그러나 시장에서 직접 손실을 감당한 투자자들에게 기록은 의미가 없다. 남은 것은 반 토막 난 계좌와 '도대체 어디까지 떨어질 것인가'라는 불안뿐이다.

코스피는 이틀 동안 16% 넘게 추락했다. 월간 낙폭은 외환위기 당시와 비교될 정도로 커졌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등 반도체 대형주에서 시작된 매도세는 자동차와 조선, 금융, 2차전지, 바이오 등 시장 전체로 번졌다.

반도체 주식을 보유하지 않은 투자자들까지 피해를 피하지 못했다. 우량주와 실적주, 중소형주를 가리지 않고 매물이 쏟아졌고, 기업의 실적과 가치도 공포 앞에서는 힘을 잃었다.

더 우려스러운 것은 폭락장에서도 개인투자자들의 레버리지 ETF 매수가 이어졌다는 사실이다.

개인들은 지난달 이후 KODEX 레버리지를 1조원 이상 순매수했다. 코스피가 10% 이상 급락한 날에도, 장중 낙폭이 12%까지 확대된 날에도 반등을 기대하며 레버리지 상품을 사들였다.

결국 많은 투자자들이 떨어지는 칼날을 맨손으로 붙잡은 셈이 됐다.

물론 투자의 최종 책임은 투자자 자신에게 있다. 그러나 정부와 금융당국 역시 책임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를 기초자산으로 하는 단일종목 레버리지 ETF는 정부가 제도를 정비한 뒤 시장에 도입됐다.

고위험 금융상품을 허용했다면 그에 상응하는 위험 경고와 투자자 보호장치도 충분했어야 한다. 그러나 시장이 급락하고 손실이 커진 뒤에야 투자 한도 제한과 신규 상장 중단 등 보완책이 나왔다.

불은 이미 번진 뒤였다.

이번 폭락의 원인을 단일종목 레버리지 ETF 하나로 단정할 수는 없다. 반도체 업황 변화, 글로벌 투자심리 악화, 외국인 매도, 고평가 부담, 신용거래 확대 등 여러 요인이 복합적으로 작용했다.

그러나 그렇다고 정책의 책임까지 사라지는 것은 아니다. 정책은 시장에 신호를 보낸다. 정부가 새로운 고위험 상품을 허용하고 시장 활성화를 강조했다면, 그 과정에서 발생할 수 있는 위험까지 함께 관리할 의무가 있다.

국민의힘은 "국민 재산을 카지노판에 밀어 넣었다", "국민이 거대한 리딩방의 피해자가 됐다"고 정부를 강하게 비판했다. 정치적 표현의 수위에 대한 평가는 엇갈릴 수 있다.

하지만 시장에서 막대한 손실을 입은 투자자들이 정책 결정 과정과 위험 관리에 의문을 제기하는 것까지 외면해서는 안 된다.

특히 신용융자와 주식담보대출을 이용한 투자자들은 평가손실에서 끝나지 않는다. 주가가 추가로 하락하면 반대매매가 발생하고, 원금을 대부분 잃은 뒤에도 빚을 떠안을 수 있다.

이들에게 이번 폭락은 단순한 숫자가 아니다. 노후자금이고, 자녀 교육비이며, 가족의 미래를 위해 모아온 삶의 자산이다.

이제 정부는 시장 안정 대책만 내놓을 것이 아니라 국민 앞에 답해야 한다.

왜 하필 그 시점에 고위험 단일종목 레버리지 ETF를 허용했는지, 위험성 평가는 충분했는지, 투자자 보호장치는 적절했는지, 시장 충격을 예상하고도 대비하지 못한 이유는 무엇인지 분명하게 설명해야 한다.

사상 첫 이틀 연속 서킷브레이커는 단순한 시장 변동이 아니라 정책 결정과 위험 관리 체계 전반을 다시 점검해야 한다는 경고다.

만약 정책 결정 과정에서 판단 착오나 위험 관리의 실패가 확인된다면 책임은 분명히 물어야 한다. 정책 입안자와 의사결정권자에 대한 문책과 인사 조치는 정치적 보복이 아니라 공직사회의 책임 원칙을 세우는 과정이다.

국민의 재산은 정책 실험의 대상이 될 수 없다.

무너진 주가는 시간이 지나 회복될 수도 있다. 그러나 한 번 잃어버린 정부 정책에 대한 신뢰는 쉽게 돌아오지 않는다.

지금 국민이 원하는 것은 장밋빛 전망이 아니다. 철저한 원인 규명, 책임 있는 설명, 그리고 책임질 사람이 책임지는 정부다. 그것이 무너진 시장의 신뢰를 되살리는 첫걸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