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산 삼겹살 값 뛰자 대박 났다… 미국산 밀어내고 1위 차지한 '뜻밖의 주인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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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개월 만에 물량·금액 싹 다 1위 앞질러
스페인산 돼지고기가 국내 수입 돼지고기 시장에서 미국산을 처음으로 앞섰다. 금액은 물론 물량 기준으로도 역전이 확인됐다. 국내산 삼겹살 가격이 크게 오른 사이, 상대적으로 저렴해진 스페인산 삼겹살로 수요가 옮겨간 결과로 풀이된다.

지난 6월 국내에 수입된 스페인산 돼지고기는 1만8175t으로 전체 수입 물량의 35.8%를 차지했다. 1만3877t에 그친 미국산을 밀어내고, 스페인산이 국내 돼지고기 수입 시장에서 물량 기준 처음으로 1위에 올라선 것이다.
금액으로 봐도 마찬가지다. 29일 식품의약품안전처에 따르면 올해 3~7월 스페인산 돼지고기 수입액은 2억9749만달러로 미국산(2억8680만달러)을 넘어섰다. 아프리카돼지열병(ASF)으로 독일산 수입이 막히며 스페인산이 일시적으로 늘었던 2022년을 제외하면, 스페인산이 미국산을 제친 건 이번이 처음이다.
두 나라의 수입 비중 그래프를 그려보면 추세가 뚜렷하다. 돼지고기 수입액 중 미국산 비중은 2023년 29.5%, 2024년 32.7%, 지난해 30.1%로 30%대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았다. 반면 스페인산은 같은 기간 16.4%, 20.8%, 25.8%로 매년 몇 %포인트씩 격차를 좁혀오다 올해 3월 처음 미국산을 넘어섰다. 지난해까지만 해도 연간 수입량(8만4701t·전년 대비 +34%)이 늘긴 했어도 미국산에는 미치지 못했던 걸 감안하면, 올해 들어 상황이 완전히 뒤집힌 셈이다.
국산 돼지고기가 구이용 삼겹살로 주로 소비되는 것처럼, 수입 돼지고기도 나라마다 용도가 갈린다. 미국산은 전지와 목살 위주로 들어와 단체급식이나 찌개용, 햄·소시지 같은 가공육 원료로 많이 쓰인다. 미국 현지에서 베이컨용으로 삼겹살 수요가 높다 보니, 상대적으로 남는 목살과 앞다리살을 한국에 저렴하게 파는 구조 때문이다.
반면 스페인산은 애초에 구이용 삼겹살로 수입된다. 그래서 국산 삼겹살 가격이 쌀 때는 굳이 스페인산을 찾을 이유가 없었지만, 국산 값이 뛰자 곧바로 대체재로 떠올랐다.
스페인산이 미국산과 비슷한 값을 유지할 수 있는 데는 제도적 배경도 있다. 한-EU 자유무역협정(FTA)에 따라 유럽산 돼지고기는 이미 무관세로 수입된다. 관세 부담이 없다 보니 프리미엄 이미지의 이베리코 돈육도 저렴한 가격표를 달 수 있는 구조다.

이베리코 돈육은 원래 스페인 대표 생햄인 하몽을 만들고 남는 부위를 수출하는 상품이다. 2013년 6445t에 불과했던 국내 수입량이 2014년 2만4687t, 2015년 4만4626t으로 급증하며 처음 존재감을 드러낸 뒤, 10년 만에 미국산 자리를 넘보는 수준까지 커진 것이다.
지난해 11월 말에는 스페인 바르셀로나 인근 멧돼지에서 ASF가 확인되며 30년 만에 재발했다. 일본을 포함한 전 세계 40여개국이 곧바로 스페인산 돼지고기 수입을 중단했지만, 한국은 예외였다. 2023년 유럽연합과 맺은 지역화 협정에 따라 발병 지역 이외 스페인산 돼지고기 수입을 계속 허용했기 때문이다. 다른 나라들이 수입 문을 닫는 사이 한국 시장으로의 공급이 상대적으로 몰릴 수 있었던 배경이다.
특히 일본이 스페인산 수입을 전면 중단하면서, 원래 일본으로 향하던 물량 상당수가 한국행으로 방향을 튼 것으로 업계는 보고 있다. 아시아 주요 수입국이던 일본 시장이 막히자 한국이 대체 판로로 떠오른 셈이다.
반대로 국내산 삼겹살 값이 오른 이유는 공급 쪽에 있다. 국내 돼지 사육 마릿수와 도축 물량이 줄면서 축산물 가격이 전반적으로 오름세를 보였고, 여기에 고유가로 인한 물류비 부담까지 겹쳤다는 게 업계 분석이다. 정부는 돼지고기 출하장려금을 확대해 도매시장 출하량을 늘리는 방식으로 가격 안정을 유도하고 있다.
수입 돼지고기 시장 판도는 여기서 끝나지 않을 전망이다. 2020년 ASF로 4년 넘게 한국 수출길이 막혔던 독일산 돼지고기는 2023년 9월 수출을 재개하며 2024년 미국·스페인·칠레에 이은 4위 수출국으로 빠르게 자리 잡았다. 그런데 지난해 1월 독일 브란덴부르크주의 한 물소 농장에서 37년 만에 구제역(FMD)이 발생하면서 수입이 다시 전면 중단됐다.
이후 독일은 재발 없이 방역에 성공해 지난해 4월 세계동물보건기구(WOAH)로부터 청정국 지위를 되찾았고, 우리 정부도 지난해 10월 독일을 수입허용국으로 재지정하는 절차를 밟았다. 독일산이 다시 시장에 풀리면 스페인산과 경쟁 구도가 형성되면서 수입 돼지고기 가격이 오히려 하락 압력을 받을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스페인산 공급 급증과 독일산 복귀가 겹치는 올해 상반기, 수입 돼지고기 시장이 공급 과잉 국면에 접어들 수 있다는 전망도 업계 일각에서 제기된다.
여기에 고환율 기조도 변수다. 2024년 말 이후 이어진 원화 약세로 수입 물가 자체가 불안정한 상황이어서, 스페인산의 가격 경쟁력이 언제까지 이어질지는 좀 더 지켜봐야 한다는 게 업계 시각이다.
축산업계 관계자는 "현재 스페인산 돈육 비축을 전략적으로 확대해 국내 돼지고기 가격 급등에 대응하고 있다"며 "통상 2~3개월 정도 비축하는 것이 일반적이나, 장바구니 물가 부담 완화를 위해 스페인산 돼지고기 비축량을 6~7개월 분량까지 늘렸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