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쁜 사람이 사장님 옆자리" 발언한 직장 상사, 성희롱 인정됐다

작성일

상사의 '예쁜 사람' 발언, 감봉 1개월 정당하다는 판결 나와

“예쁜 사람이 사장님 옆자리에 앉아야 할 텐데”

점심 식사 자리에서 부하 직원에게 이 같은 말을 건넨 직장 상사가 감봉 처분을 취소해 달라며 소송을 냈지만 법원은 받아들이지 않았다. 농담이나 분위기를 풀기 위한 표현이었다는 상사의 주장과 달리 법원은 해당 발언이 직원의 외모를 평가하고 사장 옆에 앉도록 요구한 직장 내 성희롱에 해당한다고 판단했다.

기사 이해를 돕기 위해 AI가 생성한 자료사진. (실제 사건과 직접적인 연관은 없음을 밝힙니다.)
기사 이해를 돕기 위해 AI가 생성한 자료사진. (실제 사건과 직접적인 연관은 없음을 밝힙니다.)

29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행정법원 행정12부(강재원 부장판사)는 모 예술단 무용단 기획실장 A 씨가 중앙노동위원장을 상대로 낸 부당징계 구제 재심판정 취소 소송에서 지난 16일 원고 패소로 판결했다.

A 씨는 점심 식사 자리에서 기획팀 직원에게 "예쁜 사람이 사장님 옆자리에 앉아야 할 텐데"라고 말해 직장 내 성희롱으로 신고됐다. 아울러 육아기 단축근무를 쓰는 직원에게 과도한 업무를 지시하고 고성을 지르는 등 직장 내 괴롭힘 행위를 했다는 이유로 감봉 1개월의 징계를 받았다.

지방노동위원회는 직장 내 괴롭힘 사유는 인정하지 않고 성희롱 발언만 인정했으나 해당 발언만으로도 감봉 1개월 처분이 타당하다고 봐 A 씨의 구제 신청을 기각했다. 중앙노동위원회 역시 재심 신청을 받아들이지 않자 A 씨는 행정소송을 제기했다.

"농담 아닌 외모 평가이자 직접적 지시"…법원, 원고 패소 판결

소송에서 A 씨는 '예쁘다'는 표현이 성희롱에 해당하지 않으며 어색한 분위기를 누그러뜨리기 위해 한 자기비하적 표현이었을 뿐 성적 의도나 외모를 평가하려는 맥락은 아니었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재판부는 A 씨의 주장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재판부는 피해 직원이 직속상관인 A 씨의 발언을 단순한 농담이 아니라 외모를 이유로 사장 옆에 앉으라는 직접적인 지시로 받아들일 수 있었다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해당 발언이 피해자의 외모를 평가하고 대상화해 평균적인 사람 기준으로 성적 굴욕감이나 혐오감을 유발할 수 있는 행위에 해당한다고 판시했다. 또한 '사장 옆에 예쁜 사람이 앉으라'는 말은 일종의 접대 요소를 담은 뜻으로 해석될 수 있으며 성희롱 성립에 반드시 행위자의 성적 동기나 의도가 있어야 하는 것은 아니라고 지적했다.

이어 A 씨가 자신의 발언에 대해 반성하는 태도를 보이지 않는 점 등을 함께 고려해, 상벌 규정상 가장 가벼운 기간에 해당하는 감봉 1개월 처분이 가혹하다고 보기 어렵다고 덧붙였다.

성적 의도만으로 결정되지 않는 직장 내 성희롱 판단 기준

기사 이해를 돕기 위해 AI툴로 생성한 자료사진. (실제 사건과 직접적 연관은 없음을 밝힙니다.)
기사 이해를 돕기 위해 AI툴로 생성한 자료사진. (실제 사건과 직접적 연관은 없음을 밝힙니다.)

남녀고용평등과 일·가정 양립 지원에 관한 법률은 사업주나 상급자, 근로자가 직장 내 지위를 이용하거나 업무와 관련해 다른 근로자에게 성적 언동 등을 함으로써 성적 굴욕감 또는 혐오감을 느끼게 하는 행위를 직장 내 성희롱으로 규정한다. 성적 언동이나 그 밖의 요구에 따르지 않았다는 이유로 근로조건이나 고용에서 불이익을 주는 행위도 이에 포함된다.

직장 내 성희롱에 해당하는지는 행위자가 성적인 의도나 동기를 가지고 있었는지만으로 결정되지 않는다. 농담이나 칭찬, 친밀감의 표현이었다는 행위자의 설명 역시 판단 요소가 될 수 있지만, 그러한 주장만으로 성희롱 성립 여부가 정해지는 것은 아니다. 법원은 발언이나 행동의 내용과 경위, 당사자의 관계, 직장 내 지위, 발생 장소와 상황, 상대방의 반응 등을 종합적으로 살핀다.

판단 기준도 피해자의 주관적인 감정에만 한정되지 않는다. 해당 언동을 경험한 피해자와 같은 처지에 있는 평균적인 사람이 성적 굴욕감이나 혐오감을 느낄 수 있었는지를 객관적으로 검토한다. 같은 표현이라도 당사자의 관계와 업무상 지위, 발언이 나온 맥락 등에 따라 판단이 달라질 수 있으며, 한 차례의 언동도 내용과 정도에 따라 성희롱으로 인정될 수 있다.

남녀고용평등법 시행규칙은 직장 내 성희롱 판단을 위한 구체적인 사례를 예시하고 있다. 외모에 대한 성적인 비유나 평가, 음란한 농담, 성적인 사실관계를 묻거나 퍼뜨리는 행위, 회식 자리에서 옆에 앉혀 술을 따르도록 강요하는 행위 등이 대표적인 언어적 성희롱 사례로 제시된다.

다만 시행규칙에 열거된 행위라고 해서 모든 경우에 일률적으로 성희롱이 성립하거나 예시에 없는 행위라고 해서 성희롱에서 제외되는 것은 아니다. 최종 판단은 각각의 구체적인 상황을 바탕으로 이뤄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