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구 만나기도 부담… 물가가 만든 신조어 '프렌드플레이션' 무슨 뜻이길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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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계 유지 비용 급증, 소비 방식의 변화

친구(Friend)와 인플레이션(Inflation)을 합친 신조어 '프렌드플레이션(Friendflation)'이 최근 소비 트렌드를 설명하는 용어로 쓰이고 있다.

기사 이해를 돕기 위한 자료사진. / mujijoa79-shutterstock.com
기사 이해를 돕기 위한 자료사진. / mujijoa79-shutterstock.com

외식비와 카페 이용료, 교통비, 문화생활 비용 등이 크게 오르면서 친구를 만나고 관계를 유지하는 데 드는 경제적 부담이 커지는 사회 현상을 가리키는 말이다.

과거에는 친구와 만나 식사 한 끼를 하고 커피를 마시는 것이 일상적인 만남이었지만, 최근에는 점심 한 끼 가격이 1만5000원을 넘고 커피 한 잔도 6000~8000원에 이르는 경우가 많아졌다. 여기에 주차비와 교통비, 디저트 비용까지 더하면 한 번의 만남에 5만원 이상이 드는 경우도 흔하다. 이런 상황이 반복되면서 약속 횟수를 줄이거나 만남 자체를 미루는 사람이 늘고 있다는 게 이 신조어가 나온 배경이다.

프렌드플레이션이라는 말이 등장한 데는 실제 물가 지표도 뒷받침된다. 국가데이터처가 발표한 '2026년 6월 소비자물가 동향'에 따르면 지난달 소비자물가지수는 119.99(2020년=100)로 전년 동월보다 3.2% 올라, 전월(3.1%)보다 상승 폭이 확대됐다. 특히 소비자가 체감하는 생활물가지수는 전년 동월보다 3.4% 상승해 전체 소비자물가 상승률을 웃돌았다. 식품 이외 생활물가도 높은 상승세를 지속하며 가계 부담을 키운 것으로 나타났다. 식료품과 에너지를 제외한 근원물가 역시 전년 동월 대비 2.5% 오르며 기조적인 물가 상승세가 이어지고 있다.

프렌드플레이션은 이처럼 특정 품목이 아닌 '관계 유지 비용' 전반이 오르는 상황을 겨냥한 신조어라는 점에서 기존의 물가 관련 조어들과 구별된다. 그동안에는 특정 원인이 특정 품목 가격을 밀어 올리는 현상을 설명하는 신조어가 주로 쓰였다. 폭염 등 이상기후로 농산물과 수산물 가격이 급등하는 현상은 '히트플레이션(Heatflation)', 사과값 급등이 배·귤 등 대체 과일 가격까지 끌어올리는 현상은 '애플레이션(Applation)', 코코아 가격 상승이 초콜릿 함유 식품 가격을 밀어 올리는 현상은 '초코플레이션'이라 불렸다. 기업이 가격은 그대로 두고 용량만 줄이는 '슈링크플레이션(Shrinkflation)'도 비슷한 시기에 자리 잡은 신조어다. 프렌드플레이션은 이런 개별 품목 중심의 조어들과 달리, 물가 상승이 사람과 사람 사이의 만남과 관계 자체에 영향을 미치는 단계까지 이르렀다는 점에서 나온 표현이라 할 수 있다.

전문가들은 이 현상이 반드시 부정적인 것만은 아니라고 분석한다. 이택호 한국열린사이버대학교 스마트AI경영학과 교수는 프렌드플레이션에 대해 인간관계의 가치가 줄어든 것이 아니라 관계를 유지하는 방식이 경제 환경에 맞게 변화하는 과정이라고 설명했다. 이 교수는 앞으로는 비용보다 함께하는 시간과 공감의 가치가 더 중요해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실제로 최근에는 비용 부담이 적은 산책이나 공원 나들이, 집에서 직접 음식을 만들어 나누는 모임처럼 지출을 줄이면서도 관계를 유지할 수 있는 방식을 찾는 사람이 늘고 있다는 게 업계 관계자들의 전언이다.

이러한 현상은 개인의 소비 습관뿐 아니라 외식업계와 카페업계의 전략에도 영향을 미치고 있다. 앞서 대형마트와 편의점 업계가 1000원 미만 초저가 자체브랜드(PB) 상품을 잇달아 내놓은 것도 이런 물가 부담을 낮추려는 소비자 수요를 겨냥한 결과로 풀이된다. 외식·카페업계에서도 가격을 낮춘 소용량 메뉴나 세트 구성을 늘리는 방식으로 대응에 나서고 있다.

결국 프렌드플레이션이라는 신조어는 고물가가 개인의 지갑을 넘어 사람들의 만남과 사회적 관계 방식까지 바꾸고 있다는 사실을 압축적으로 보여준다. 물가 상승세가 쉽게 꺾이지 않는 상황에서, 비용을 줄이면서도 관계의 만족도를 유지하는 방법을 찾는 것이 당분간 소비자들의 새로운 과제로 남을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