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부 1도 안 하고 9급공무원 필기 합격…"나도 얼떨떨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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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험장 맛보기' 갔다가 덜컥…낮아진 합격선이 '깜짝 합격' 배경

예년보다 대폭 낮아진 합격선 덕에 책 한 자 안 보고도 9급 공무원 필기시험에 덜컥 합격한 대학생의 사연이 온라인을 달구고 있다. 이 수험생은 '시험장 맛보기' 삼아 응시했다가 뜻밖의 합격 소식을 받았다.
27일 한 공무원 시험 관련 온라인 커뮤니티에는 '55 75 90 50 60…과천 붙었다'는 제목의 글이 올라왔다.

대학교 4학년이라고 밝힌 글쓴이 A 씨는 "행정법, 행정학 다 찍고 국어 50분, 영어 30분, 한국사 10분 걸렸는데 합격했다"며 "2027년 공부 시작하기 전에 그냥 시험장 맛보려고 간 건데, 아직 교재 1권도 안 샀는데 합격했다"고 적었다. 이어 "얼떨떨해서 무슨 말을 해야 할지 모르겠다"고 소감을 밝혔다.
제목의 숫자는 국어, 영어, 한국사, 행정법, 행정학 순서로 매긴 과목별 점수로 추정된다. 이를 순서대로 적용하면 A 씨의 점수는 국어 55점, 영어 75점, 한국사 90점, 행정법총론 50점, 행정학개론 60점이다. 총점은 330점이며 5개 과목 평균은 66점이다.
행정법·행정학은 답을 모두 찍었다고 밝혔음에도, 평소 실력이나 기출 감각으로 다진 국어·영어·한국사에서 고루 득점하며 과락(과목당 40점 미만)을 면한 것으로 풀이된다.
A 씨는 올해 실시된 경기도 9급 지방직 공무원(과천시) 필기시험에 응시해 합격한 것으로 보인다. 필기시험 합격자는 이날 발표됐으며, 응시 과목이 국어·영어·한국사·행정법·행정학인 점을 볼 때 '일반행정직' 지원자로 추정된다.

해당 게시글에는 무수한 댓글이 달리며 관심이 폭발했다. 한 누리꾼이 "몇 달 공부했냐"고 묻자, A 씨는 "1일도 공부 안 함, 심지어 대학 4년생임. 내년 합격하려고 올해는 시험만 본 건데 합격했다"고 답했다. 이에 다른 누리꾼은 "지렸네"라는 반응을 남기는 등 놀랍다는 반응이 잇따랐다.
A 씨가 응시한 것으로 추정되는 과천시는 이번 9급 일반행정직 채용에서 29명 모집에 78명이 응시해 2.69대 1의 경쟁률을 기록했다. 필기시험 합격 인원은 37명으로, 면접 전형에서 8명이 추가로 탈락하는 구조다.
필기시험 합격선은 5과목 평균 62점으로, 경기도 내 시·군 가운데 가장 낮았다. 합격선이 60점대에 머문 곳은 경기도 내에서 과천시가 유일했다. A 씨가 공개한 평균 점수 66점이 사실이라면 합격선보다 4점 높은 셈이다.
지난해 과천시 9급 일반행정직 필기시험 합격선은 86점이었는데, 올해는 62점으로 1년 새 24점이나 떨어졌다. 공무원 시험에서 합격선이 한 해 만에 20점 넘게 하락하는 것은 유례를 찾기 어려운 수준으로, A 씨와 같은 '깜짝 합격' 사례가 나온 배경으로 꼽힌다.
큰 폭으로 낮아진 합격선을 두고 수험생들 사이에서는 다양한 분석이 나온다. 한 공시 수험생은 "올해 경기도 9급 일반행정직 합격컷이 이례적으로 낮다"며 "서울시 9급 일반행정직은 작년보다 선발 인원(TO)이 200명 넘게 늘었는데도 합격컷은 오히려 작년보다 1점 높아졌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경기도에 거주하는 실력파 수험생들이 올해 서울시 공무원 시험에 대거 지원하면서 상대적으로 경기도 합격컷이 낮아진 것으로 보인다"고 주장했다.
다만 이는 수험생들의 추정으로, 합격선 하락의 구체적인 원인이 공식적으로 확인된 것은 아니다.
이번 필기시험 합격자 발표를 계기로 공무원 시험 준비생들 사이에서는 지역별·직렬별 합격선 편차와 이에 따른 '전략적 지원'에 대한 관심도 커지고 있다. 매년 지방직 공무원 시험은 지역에 따라 응시 인원과 합격선 편차가 크게 나타나는 만큼, 수험생들의 지역 간 이동이 합격선에 미치는 영향은 앞으로도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특히 올해는 서울시가 9급 일반행정직 선발 인원을 대폭 늘렸음에도 합격선이 오히려 상승하면서, 경기도 내 일부 시·군의 경쟁률과 합격선이 예년보다 낮아지는 '풍선 효과'가 나타났다는 분석에 무게가 실린다.
다만 A 씨가 면접 전형까지 통과해 최종 합격할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공무원 면접시험은 공직관이나 기본 지식이 전혀 없는 상태에서 면접관의 질문에 제대로 대응하지 못해 '미흡' 등급을 받을 경우, 필기 성적과 상관없이 즉시 탈락하게 된다. 최종 합격자는 면접시험을 거쳐 추후 결정될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