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귀에는 물 넣지 말라고...” 아파트 관리실 방화로 사망한 아내, 남편과의 '마지막 대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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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CTV 이상 확인하려던 아내, 70대 노인의 방화에 전신화상
아파트 관리사무소 방화 사건으로 50대 아내를 잃은 남편이 마지막 순간을 떠올리며 가슴을 쳤다.
26일 연합뉴스 보도에 따르면 경북 경산의 한 아파트 관리사무소 방화 사건으로 아내를 잃은 남편은 평범했던 일상이 한순간에 무너졌고, 대학생 외동딸을 둔 한 가정은 돌이킬 수 없는 상실을 겪게 됐다.
방화로 숨진 A씨는 활달한 성격으로 이웃들과 두루 친하게 지내던 주민이었다. 아파트에 입주한 지 6년여 만에 주민 대부분이 이름 대신 "언니", "동생"이라고 부를 정도로 친밀한 관계를 맺으며 생활해 왔다.
사건 당일에도 A씨는 평소처럼 집을 나섰다. 전날 아파트 CCTV 일부가 꺼져 있는 모습을 보고 이상함을 느꼈고, 남편으로부터 관리사무소에서 관련 문제를 논의 중이라는 이야기를 듣고 직접 확인하기 위해 관리사무소를 찾았다. 그러나 그 선택은 가족과의 마지막 이별이 됐다.

"살려달라"는 마지막 외침…남편은 끝내 아내를 잃었다
남편 B씨는 당시 상황을 떠올리며 말을 잇지 못했다.
그는 "아내가 관리사무소에 간 뒤 30분이 지나도록 돌아오지 않아 직접 나가봤다"며 "관리사무소 앞에 거의 다 도착했을 때 큰 폭발음과 함께 불길이 치솟았다"고 회상했다.
현장에서는 방화 피의자가 먼저 뛰쳐나왔고, 다른 피해자들은 몸에 붙은 불을 끄기 위해 필사적으로 움직이고 있었다. B씨는 불길 속에서 "살려달라"고 외치는 아내를 발견해 밖으로 끌어냈지만, 이미 전신에 심각한 화상을 입은 상태였다.
A씨는 곧바로 화상 전문병원으로 이송돼 집중 치료를 받았지만 끝내 하루 만에 숨졌다.
남편은 "숨을 거둔 아내 눈가에 눈물이 맺혀 있었는데 차마 닦아주지 못했다"며 "그 모습이 마지막이었다"고 오열했다.
또 "불을 끄기 위해 물을 뿌려주니 귀에는 물이 들어가지 않게 해달라고 말했던 것이 마지막 대화였다"고 전해 듣는 이들의 마음을 먹먹하게 했다.
B씨는 결혼생활을 회상하며 아내와의 시간을 떠올렸다.
그는 "결혼하고 단 한 번도 부부싸움을 한 적이 없었다"며 "내 말이라면 죽는 시늉까지 할 정도로 착하고 배려심 많은 사람이었다"고 말했다.
이어 "이사 온 지 6~7년밖에 되지 않았지만 동네 사람들이 모두 아내를 좋아했다"며 "한 사람 때문에 이렇게 많은 사람들이 피해를 입은 현실이 도저히 이해되지 않는다"고 분통을 터뜨렸다.

방화 피의자는 70대 노인
경찰은 이번 사건의 피의자로 같은 아파트 입주민인 71세 류 모 씨를 입건했다.
류 씨는 평소 아파트 관리비 집행 등을 둘러싸고 입주자대표회의 측과 갈등을 겪어온 것으로 알려졌다.
그는 지난 23일 오전 경산의 한 아파트 관리사무소에 불을 질러 A씨를 숨지게 하고 자신을 포함한 8명의 사상자를 낸 혐의를 받고 있다.
경찰은 현재 치료 중인 류씨의 상태를 지켜본 뒤 체포영장을 집행해 정확한 범행 동기와 사건 경위를 조사할 방침이다.
'방화' 생명과 재산을 앗아가는 중범죄
우리 형법은 방화 범죄를 살인죄에 버금가는 수준으로 엄격하게 처벌하고 있다. 방화 대상에 따라 적용되는 죄명이 달라진다. 가장 무겁게 처벌되는 것은 사람이 실제 거주하거나 사용하는 건물에 불을 지른 경우다. 형법 제164조는 사람이 주거로 사용하는 건조물이나 현재 사람이 있는 건조물, 기차·전동차·자동차·선박·항공기 등에 불을 지른 경우를 현주건조물방화죄로 규정하고 있다. 이 죄가 인정되면 무기징역 또는 3년 이상의 징역형에 처해질 수 있다. 법정형의 상한이 무기징역인 만큼 법원이 매우 엄중하게 판단하는 범죄다.
반대로 사람이 거주하지 않는 빈 건물이나 사용하지 않는 건조물에 불을 지른 경우에는 형법 제165조의 일반건조물방화죄 등이 적용될 수 있다. 이 역시 결코 가벼운 범죄가 아니다. 사람이 없는 건물이라고 하더라도 화재가 주변으로 번질 위험이 크기 때문에 중형이 선고될 가능성이 있다.
특히 방화로 인해 사람이 다치거나 사망하면 처벌 수위는 더욱 높아진다. 형법 제164조 제2항은 현주건조물방화로 사람을 상해에 이르게 한 경우 무기 또는 5년 이상의 징역에 처하도록 규정한다. 피해자가 사망한 경우에는 무기징역 또는 7년 이상의 징역형이 가능하다. 사망자가 여러 명이거나 피해 규모가 매우 큰 경우에는 법원이 범행의 위험성과 결과를 종합적으로 고려해 더욱 무거운 형을 선고할 수 있다.
이번 사건처럼 사람이 있는 관리사무소에 불을 질러 사망자가 발생한 경우 경찰이 적용한 혐의인 '현주건조물방화치사상'도 이러한 규정에 근거한다. 수사기관은 방화의 고의성, 범행 준비 과정, 피해 규모, 인명 피해 발생 경위 등을 종합적으로 조사해 최종 적용 혐의를 결정하게 된다.
방화는 민사상 책임도 피하기 어렵다. 형사처벌과 별도로 피해자와 유족은 치료비, 장례비, 일실수입, 위자료 등 각종 손해배상을 청구할 수 있다. 화재로 건물이나 차량, 가재도구 등이 소실됐다면 그 재산상 손해 역시 배상 대상이 될 수 있다. 피해 규모가 클수록 배상 책임도 커질 가능성이 높다.
만약 방화 당시 술에 취했거나 정신질환이 있었다고 주장하더라도 자동으로 책임이 면제되는 것은 아니다. 형법은 심신상실 또는 심신미약 여부를 엄격한 감정과 법원의 판단을 거쳐 결정하도록 하고 있으며, 단순한 음주 상태만으로 형사책임이 사라지는 것은 아니다. 실제 판례에서도 범행 전후 행동과 계획성, 상황 인식 능력 등을 종합적으로 검토해 책임능력을 판단하고 있다.
화재는 몇 초 만에 생사를 가른다…가장 먼저 해야 할 행동
이번 사고는 건물 내부에서 발생한 화재가 얼마나 짧은 시간 안에 대형 인명 피해로 이어질 수 있는지를 보여준다.
소방청은 실내 화재가 발생하면 가장 먼저 불길보다 연기를 경계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화재 사망자의 상당수는 화상보다 연기 흡입으로 인해 발생한다. 연기에는 일산화탄소와 시안화수소 같은 유독가스가 포함돼 있으며, 몇 차례만 흡입해도 의식을 잃을 수 있다.
건물 안에서 화재를 발견하면 우선 큰 소리로 주변에 알리고 즉시 119에 신고해야 한다. 이후 대피할 때는 엘리베이터를 이용하지 말고 계단을 이용하는 것이 원칙이다. 엘리베이터는 정전이나 화재로 중간에 멈추거나 연기가 유입될 위험이 있기 때문이다.
연기가 이미 퍼졌다면 자세를 최대한 낮춰 이동해야 한다. 뜨거운 연기와 유독가스는 위로 올라가기 때문에 바닥 가까운 곳이 상대적으로 안전하다. 젖은 수건이 있다면 코와 입을 가리는 것이 도움이 될 수 있지만, 이것만으로 유독가스를 완전히 차단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무엇보다 신속히 건물 밖으로 나오는 것이 중요하다.
문을 열기 전에는 반드시 손등으로 문손잡이를 만져 뜨거운지 확인해야 한다. 문이 뜨겁다면 반대편에 화재가 진행 중일 가능성이 높아 다른 대피로를 찾아야 한다.

전신 화상은 생명을 위협하는 응급상황
전신에 광범위한 화상을 입으면 피부가 수행하는 체온 유지와 감염 방어 기능이 급격히 무너진다. 이로 인해 체액이 빠르게 손실되고 쇼크가 발생할 수 있으며, 세균 감염 위험도 크게 증가한다.
특히 얼굴이나 목 부위 화상은 기도가 붓기 시작하면서 호흡이 어려워질 수 있어 더욱 위험하다. 화재 현장에서 뜨거운 연기를 많이 마신 경우에는 외상이 크지 않아 보여도 기도 손상이 진행될 수 있어 반드시 전문 치료를 받아야 한다.
화상 환자를 발견했을 때는 먼저 안전한 장소로 옮긴 뒤 깨끗한 흐르는 물로 약 20분 정도 화상 부위를 식히는 것이 권장된다. 다만 얼음을 직접 대거나 치약, 된장, 연고 등을 바르는 민간요법은 조직 손상을 악화시킬 수 있어 피해야 한다.
화상 부위에 붙은 옷을 억지로 벗기지 말고 깨끗한 천이나 거즈로 가볍게 덮은 뒤 가능한 한 빨리 응급의료기관으로 이송해야 한다. 전신 화상이나 얼굴·손·발·생식기 화상, 또는 넓은 면적의 화상은 생명을 위협할 수 있는 중증 응급환자로 분류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