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달러 1,470원에 원화 가치 떨어지자… 1,000만 방한 외국인이 싹쓸이한 '이곳'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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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화 약세와 환율, 한국 백화점을 명품 쇼핑 천국으로
백화점 명품 매출을 밀어올리는 손은 이제 한국인만이 아니다.

25일 산업통상부 주요 유통업체 매출 동향에 따르면, 지난 5월 국내 백화점 매출에서 해외 유명 브랜드가 차지한 비중은 40.0%로, 1년 전(36.1%)보다 3.9%포인트 늘었다. 백화점 전체 매출이 전년보다 24.5% 늘어난 사이, 명품 매출은 37.3% 뛰며 성장을 이끌었다. 이 성장의 절반 이상을 떠받치는 힘은 환율과 외국인 손님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방한 외국인 관광객 수부터 이례적이다. 문화체육관광부에 따르면 올해 1~5월 방한 외국인은 872만 명으로 1년 전보다 21.0% 늘었고, 6월 셋째 주에는 누적 1000만 명을 돌파했다. 지난해보다 한 달가량 빠른 속도다. 씀씀이도 커졌다. 5월 한 달 외국인 관광객의 국내 카드 지출액은 약 2조1000억 원으로, 2018년 집계를 시작한 이후 처음으로 월 2조 원을 넘어섰다. 5월 방한객 국적별로는 중국이 56만 명으로 가장 많았고 일본이 36만 명으로 뒤를 이었다.
외국인이 유독 백화점 명품 매장으로 몰리는 이유는 가격 구조에 있다. 면세점은 원·달러 환율을 실시간으로 반영하지만, 백화점은 브랜드사가 정한 원화 가격을 일정 기간 그대로 유지한다. 최근 원·달러 환율이 1470원대까지 오르고 100엔당 원화 환율도 890원대에 이르는 등 원화 약세가 이어지면서, 중국·일본 소비자 입장에서는 자국 통화로 환산한 한국 백화점 명품 가격이 상대적으로 싸게 느껴진다. 명품 소비가 거리 상권과 개별 매장으로 흩어지는 일본·유럽과 달리, 한국은 소비가 백화점 한곳에 몰리는 구조라 이 효과가 한층 두드러진다. 업계에서는 이런 흐름이 이어지면 한국 백화점의 외국인 매출 비중이 일본을 넘어설 수 있다는 전망까지 나온다.
이런 가격 역전 현상은 단가가 높은 카테고리일수록 두드러진다는 게 업계 시각이다. 환율에 따른 체감 가격 차이가 저가 상품보다 고가 상품에서 훨씬 크게 벌어지기 때문에, 시계나 주얼리처럼 단가가 높은 부문에서 외국인 매출 증가폭이 유독 가파르게 나타난다는 것이다. 실제로 앞서 살펴본 럭셔리 주얼리, 하이주얼리 카테고리의 매출 증가율이 백화점 명품 부문 전체 평균보다 두 배 가까이 높게 나타난 것도 이런 흐름과 무관하지 않다는 분석이다.

실적에서도 확인된다. 롯데와 신세계, 현대백화점 3사가 올해 상반기 거둔 외국인 매출 합계는 1조7200억 원으로, 세 회사 모두 역대 최대치를 새로 썼다. 국적 구성도 달라졌다. 신세계백화점의 경우 2019년 77.5%에 달했던 중국인 매출 비중이 올해 상반기 48.5%로 줄어든 대신, 미국인 비중은 1.1%에서 19.1%로, 기타 아시아권은 4.4%에서 14.9%로 뛰었다. 중국인 소비가 줄었다기보다 미국과 동남아 관광객의 지출이 더 빠르게 늘어난 결과라는 게 업계 설명이다.
명품 매출 자체도 가파르다. 신세계백화점은 상반기 명품 매출이 1년 전보다 35.0% 늘었고 럭셔리 주얼리는 68.8% 급증했다. 롯데백화점 상반기 명품 매출도 35% 늘었으며 럭셔리 주얼리 증가율은 65%에 달했다. 현대백화점 역시 명품 매출이 35.2% 늘었고, 그중 시계·주얼리 매출 증가율이 60.2%로 가장 두드러졌다. 앞선 1분기에도 롯데(30%)와 신세계(28%), 현대(30%) 모두 두 자릿수 성장을 기록했고, 현대백화점의 쇼메·롤렉스 등 하이주얼리 매출은 50.2%나 뛰었다.
하반기 전망도 나쁘지 않다. 여행업계 조사기관인 야놀자리서치는 올해 방한 외래관광객 수를 2100만 명 안팎으로 내다봤는데, 이는 역대 최고치였던 2019년 1750만 명을 훌쩍 넘어서는 규모다. K-콘텐츠 확산과 원화 약세, 주변국 정세 변화 등 여러 요인이 겹치며 방한 수요를 더 끌어올릴 여지가 크다는 게 업계 시각이다. 방한객 자체가 늘어나는 데다 원화 약세 기조까지 당분간 이어질 것으로 예상되는 만큼, 백화점 명품 매출을 밀어올리는 두 축이 하반기에도 함께 힘을 낼 가능성이 크다는 관측이다.
반면 다른 유통채널의 온도는 다르다.
백화점과 편의점 매출은 지난해 7월부터 올해 5월까지 11개월 연속 늘었지만, 준대규모점포(SSM) 매출은 지난해 12월 이후 6개월째 전년보다 줄었다. 대형마트 이마트의 잠정 매출 증가율도 5월 3.6%, 6월 2.7%에 그쳐 백화점과 큰 차이를 보였다. 원화 약세와 외국인 특수를 등에 업은 명품 소비는 치솟고, 내국인 중심의 생필품 소비는 제자리걸음을 하는 이른바 'K자형 소비' 양극화가 유통업계 전반에서 점점 뚜렷해지고 있다. 같은 유통업이라도 명품과 외국인 관광객이라는 두 변수를 얼마나 확보했는지에 따라 성적표가 극명하게 갈리는 모습이다. 유통업계 안팎에서는 이런 흐름이 당분간 이어질 경우, 백화점과 대형마트·SSM 사이의 매출 격차가 더 벌어지면서 유통 채널 간 재편이 가속화될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