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자친구 자취방 모습 보고 결혼할 생각이 싹 사라졌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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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친 카톡만 봐도 구더기 떠다니던 마라탕 떠올라"
여자친구 집에 발을 들인 남성이 결혼 결심을 접었다. 한 남성이 이런 사연을 담은 글을 24일 직장인 익명 커뮤니티 블라인드 예신예랑 결혼준비 채널에 올렸다.

사연은 이렇다. 여자친구가 요즘 향수를 하도 뿌려대 곁에 가기 싫을 정도였다고 한다. 그러다 자신의 집으로 온 주문 물건을 전해주러 여자친구 집에 갔다가 충격을 받았다. 방송에 나오는 이른바 ‘쓰레기집’ 수준까지는 아니어도 바닥에 발 디딜 곳이 없었다는 것이다. 결국 돈을 들여 정리를 도운 뒤 결혼은커녕 그냥 헤어지고 싶은 마음이 들었다고 했다. 그는 "여자친구가 보낸 카카오톡 메시지만 봐도 구더기가 떠다니던 마라탕이 생각나 비위가 상한다"고 했다.
댓글은 대체로 한 방향으로 쏠렸다. "안 고쳐진다"는 단언이 가장 많은 공감을 받았다. "결혼하면 그 집에서 평생 살아야 한다", "결혼하면 네 집이 그렇게 된다", "신혼집이 그렇게 된다"는 경고가 이어졌다. "조상님이 신호를 주셨다", "전생에 나라를 구했다. 뒤도 돌아보지 말고 끝내라"는 반응도 나왔다.
경험담을 꺼낸 이들도 있었다. 한 이용자는 "‘쓰레기집’은 절대 못 고친다. 우리 어머니가 그런 사람이라 고향에 갈 때마다 청소해주고 오는데 나도 지쳐서 포기했다"고 적었다. "큰어머니가 아이 셋을 낳고 그 아이들이 또 결혼해 손주를 볼 때까지도 안 고쳐졌다. 손주가 오려 하지 않는다"는 사연도 달렸다. "설거지거리와 분리수거거리가 가득 차 있고 상에는 컵 자국, 화장실엔 물때가 그대로였다"며 집들이 때 목격담을 전한 이용자도 있었다.
정리를 못 하는 상태를 심리적 문제로 보는 시각도 적지 않았다. "집 정리를 안 한다는 건 정신 상태가 온전하지 못하다는 것", "원래 그러지 않았다면 우울증 등 정신적으로 문제가 생긴 것" 등의 반응이 나왔다. "정신질환이라 죽어도 못 고친다", "당장 데리고 정신과에 가라"는 격한 표현도 있었다.
물건을 버리지 못하고 쌓아두는 행동은 심리학에서 저장강박(호딩)이라는 개념으로 다뤄진다. 이는 물건에 과도한 의미를 부여하거나 버리는 데 극심한 불안을 느끼는 상태다. 정신의학적으로는 강박 관련 장애의 하나로 분류된다. 우울, 불안, 번아웃이 겹치면 집안일을 감당할 에너지 자체가 바닥나 공간이 방치되기도 한다.
글쓴이는 댓글에서 사귄 지 2년 됐다면서 첫해엔 그러지 않았다고 했다. 어느 시점부터 심리 상태가 나빠졌을 가능성을 시사하는 부분이다. 한 이용자가 "원래 안 그랬다면 우울증 등이 생긴 것"이라고 본 것도 이런 맥락에 가깝다.
다만 이 관점을 과하게 밀어붙이는 건 경계할 필요가 있다. 그저 정리 습관이 몸에 배지 않았거나, 우선순위에서 청소가 계속 밀리거나, 오래 방치하다 손대기 어려운 상태가 됐을 뿐인 경우도 흔하다. 한 이용자는 "제발 우울증 얘기 좀 그만하라. 그냥 게으른 것이고 나태한 것"이라고 반박했다. 이를 두고 "우울증이 부지런히 사는 것만으로 자가 치료가 되는 거라면 정신질환으로 분류해 약을 주지도 않을 것"이라는 재반박이 오가며 논쟁이 붙기도 했다.
반대편 경험담도 있었다. 한 이용자는 "결혼 전 처가가 난장판 직전이었다. 아내가 일찍 취직해 살림에 관여를 못 했던 것 같다"며 "막상 결혼하니 아내가 지저분한 걸 절대 방치하지 않고 욕조도 뽀득 소리가 날 때까지 청소한다. 상황에 따라 바뀌는 것 같다"고 적었다.
다른 이용자는 "상대방 자취방이 너무 더러워 충격받았는데 본가에 가보니 방이 엄청 깨끗했다"며 공간이 좁거나 상황이 특수해 일시적으로 그럴 수 있다는 의견을 냈다. 이 의견엔 "혼자 사는데도 그런 것 아니냐", "좁으면 더 깔끔해야 하지 않느냐"는 반론이 붙었다.
현실적 조언도 오갔다. "네가 매일 청소해줄 각오가 아니면 헤어지라", "직접 청소할 각오를 하면 결혼해도 된다"는 식이었다. 한 이용자는 "결혼하면 형이 다 정리해야 하는데 형도 못 한다. 그래서 그 중간 어디쯤에서 타협점이 생긴다. 형이 내려놔야 한다"고 적어 공감을 얻었다. 또 다른 이용자는 "비슷한 경험자로서 처음엔 ‘내가 좀 더 하면 되지’라고 생각했는데 나중엔 도저히 안 되겠다 싶어 헤어졌다"고 털어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