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샷 AI, 앤트로픽 “페이블” 베꼈다는 백악관 주장에 전문가들 “2주로는 불가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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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악관·재무부, 문샷 AI 앤트로픽 도용 의혹 제기
전문가는 반박, 엔비디아 GB300 수출통제 논란도 확산

미국 백악관과 재무부가 중국 AI 기업 문샷 AI(Moonshot AI)를 겨냥해 지식재산권 도용 의혹을 제기했다. 마이클 크라시오스(Michael Kratsios) 백악관 과학기술정책실장은 문샷이 대표 모델 Kimi K3를 만들면서 앤트로픽(Anthropic)의 페이블(Fable) 모델을 몰래 베꼈다고 주장했다. 스콧 베센트(Scott Bessent) 재무장관도 중국산 모델에서 미국 대형언어모델(LLM)의 흔적이 발견됐다며 제재 가능성을 거론했다. 다만 여러 AI 전문가는 페이블이 공개된 지 얼마 되지 않아 이 정도 성능의 모델이 나온 것을 단순 증류(모델의 출력을 학습해 능력을 복제하는 기법)로 설명하기는 어렵다며 의혹에 의문을 던졌다. 이번 논란은 중국산 오픈웨이트(가중치 공개형) AI 모델을 둘러싼 워싱턴 내 규제 논쟁으로도 번지고 있다.
백악관·재무부, “도용” 의혹 잇달아 제기
크라시오스는 자신의 소셜미디어에 “미국의 독점 기술을 훔치고 미국 연구를 훼손하려는 대규모 은밀한 산업적 증류는 용납할 수 없다”고 썼다. 그는 문샷이 수출 승인을 받지 않은 칩까지 사용해 페이블을 베꼈다고 주장했지만, 이 같은 의혹을 뒷받침하는 구체적 근거는 공개하지 않았다. 문샷 역시 자사 모델의 훈련 과정에 대한 질문에 아직 답하지 않고 있다.
베센트 장관도 크라시오스의 주장에 힘을 실었다. 그는 앞서 “우리는 미국 대형언어모델들의 워터마크(고유 흔적)를 여러 중국산 모델에서 발견하고 있으며, 이는 용납할 수 없는 일”이라고 밝혔다. 다만 이 워터마크가 정확히 무엇을 의미하는지는 분명하지 않고, 재무부는 관련 질의에 답하지 않았다. 베센트는 수요일(현지시각)에도 경고를 재차 강조하며 “오픈소스가 미국 지식재산권에 대한 사냥철 개방을 의미하는 것은 아니다”라고 말했다. 그는 “중국 기업들이 은밀하고 산업적 규모의 증류 공격을 벌여 지식재산권 도용의 선을 넘으면 제재와 거래제한명단(Entity List) 지정이 논의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보다 앞서 이번주 초에도 그는 미국 정부가 중국산 오픈소스 모델을 지식재산권 도용 징후가 있는지 조사하고, 발견되면 제재를 부과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엔비디아 GB300 수출통제 위반 의혹까지
크라시오스는 지식재산권 도용 의혹에 더해 수출통제 위반 가능성도 제기했다. 그는 문샷이 엔비디아의 GB300 탑재 서버를 확보했고, 태국에서도 GB300에 접근한 것으로 보인다며 이를 AI 모델 훈련에 활용했을 가능성이 있다고 주장했다. GB300은 엔비디아 블랙웰(Blackwell) 세대 제품군으로 중국 기업에 대한 판매가 금지된 사양이다. 이 주장이 사실로 확인되면 지식재산권 도용을 넘어 미국의 수출통제 규정 위반 여부까지 쟁점이 될 수 있다.
중국 정부는 이번에 제기된 구체적 의혹에 대해서는 아직 공개 입장을 내지 않았다. 다만 이전에는 자국의 AI 개발이 “자체적인 헌신과 노력, 그리고 국제 협력의 결과”라고 밝힌 바 있다.
전문가들 “2주 만에 증류로는 불가능”
모델 증류는 더 작은 모델이 더 큰 모델의 출력을 학습해 유사한 능력을 갖추도록 하는 흔히 쓰이는 AI 훈련 기법이다. 이 과정이 지식재산권을 침해할 수도 있지만 동시에 널리 쓰이는 합법적 최적화 방법이기도 하다. 증류는 대상 모델에 체계적으로 질문을 던져 후속 훈련에 쓸 데이터를 뽑아내는 방식으로 이뤄진다. 때로는 모델에게 문제 해결 과정을 스스로 설명하게 해 사고 흐름을 파악하기도 하고, 질문과 답변 데이터로 새 모델을 훈련하는 감독 미세조정(SFT) 방식이 쓰이기도 한다.
그러나 여러 전문가는 Kimi K3가 이런 방식만으로 나오기엔 시간이 너무 짧았다고 지적한다. 라우드 인스티튜트(Laude Institute) 연구자이자 스노클 AI(Snorkel AI) 공동창업자인 브레이든 핸콕(Braden Hancock)은 테크크런치(TechCrunch)에 “페이블이 나온 지 얼마 안 돼 이렇게 강력한 모델이 나왔다는 것을 단순 증류만으로 설명할 수는 없다고 본다”고 말했다. 그는 “페이블은 7월 1일(현지시각)부터 공개됐을 뿐인데, 그 많은 데이터를 증류해 모델을 훈련하고 2주 안에 출시하는 것은 시간상 불가능하다”고 설명했다.
앨런AI연구소(Allen Institute for AI) 연구자 네이선 램버트(Nathan Lambert)도 최근 공개된 팟캐스트에서 비슷한 견해를 밝혔다. 그는 “중국 모델들이 최전선 수준에 가까워지고 훈련 방식이 강화학습으로 옮겨가면서 증류의 영향력은 점점 줄고 있다고 본다”고 말했다. 이어 “증류가 정말 효과적이라면 누구든 GLM이나 K3의 데이터를 가져다 감독 미세조정만으로 쉽게 따라잡을 수 있어야 하는데, 실제로는 그런 일이 일어나지 않고 있다”고 덧붙였다.
오픈소스 AI 논쟁, 워싱턴 규제 논의로 확산
Kimi K3는 현재 이용 가능한 오픈웨이트(가중치 공개형) LLM 중 가장 규모가 큰 모델로 꼽힌다. 문샷은 지난주 K3를 오픈웨이트 모델로 공개했다. K3의 뛰어난 성능은 막대한 자본을 투입하는 미국 주요 AI 연구소들의 사업 모델에 대한 의문으로도 이어지고 있다. K3 같은 모델이 상대적으로 적은 자원으로도 등장할 수 있다면 프런티어(최전선) AI 경쟁을 뒷받침하는 거대한 자본 투입을 계속 정당화할 수 있느냐는 지적이 나오는 것이다.
이번 사태는 중국산 오픈웨이트 모델을 둘러싼 워싱턴의 규제 논쟁도 다시 불붙였다. 전직 백악관 AI 자문이자 현재 오픈AI(OpenAI) 전략미래총괄을 맡고 있는 딘 볼(Dean Ball)은 미국이 기술 우위를 지키고 국가안보 위험을 줄이기 위해 중국산 오픈웨이트 모델의 사용을 제한하거나 사실상 금지해야 한다고 주장해왔다. 문샷과 재무부 모두 이번 의혹에 대한 테크크런치의 논평 요청에는 아직 응답하지 않은 상태다. 증류 의혹의 진위와 별개로 미국 정부의 제재·수출통제 검토가 실제 실행 단계로 이어질지가 앞으로의 관전 포인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