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포] 위스키부터 K증류주까지… 코엑스서 열린 '술의 축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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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스키·그라파·모스카토… 세계 술 문화 한자리에 모였다
국내 최대 규모 주류 박람회 '2026 서울바앤스피릿쇼'가 24일 서울 강남구 코엑스에서 개막했다.

올해 6회째를 맞은 이 행사는 위스키와 브랜디, 럼, 진, 보드카, 데킬라 등 증류주를 중심으로 바 문화와 페어링 푸드까지 아우르며, 26일까지 사흘간 이어진다. 산업통상자원부와 서울시를 비롯해 국제바텐더협회(IBA), 세계 주류 시장 조사기관 IWSR 등이 후원에 이름을 올렸다. 본지는 개막 첫날 현장을 다녀왔다.
행사장을 채운 부스들을 둘러보니, 올해는 유독 '가양주'와 '전통'을 앞세운 브랜드가 많았다. 직접 만난 브랜드 관계자들의 설명을 통해 몇몇 제품을 짚어봤다.
가장 먼저 발길이 멈춘 곳은 마오타이주 부스였다. 중국 구이저우성 마오타이진에서 생산되는 이 백주는 국내 시장에서도 꾸준히 판매량 상위권을 지키고 있는 브랜드다. 부스 관계자에 따르면 마오타이주는 수수를 원료로 아홉 번 찌고, 여덟 번 누룩을 넣어 발효시킨 뒤, 일곱 번에 걸쳐 술을 받아내는 과정을 거친다. 이렇게 만들어진 원주는 항아리에서 3~4년 숙성을 거친 뒤 서로 다른 저장 기간과 향, 도수를 가진 술을 블렌딩해 최종적으로 총 5년의 시간을 채운 뒤에야 시장에 나온다. 물이나 향료 등 별도 첨가물 없이 오직 시간으로만 맛을 완성한다는 점이 특징이며, 묵직하게 오래 남는 잔향이 마니아층을 끌어모으는 이유로 꼽힌다.

이탈리아 증류주를 소개하는 부스 '맥웰(MACWELL)'에서는 그라파(Grappa)라는 낯선 술을 만날 수 있었다. 그라파는 와인을 만들고 남은 포도 껍질과 씨를 증류해 만드는 이탈리아 전통 술로, 알코올 도수가 50도에 달할 만큼 독하지만 포도 특유의 은은한 단맛이 배어 있는 게 특징이다. 이탈리아 가정에서는 저녁 식사 뒤 소화를 돕는 용도로 즐겨 마셔, 집집마다 한 병쯤은 갖추고 있을 정도로 대중적인 술이라고 한다.

맥웰이 소개하는 제품은 '나르디니 그라파 비앙카'다. 1779년 이탈리아 바사노 델 그라파에서 보르톨로 나르디니가 문을 연 이 증류소는 이탈리아 최초의 증류소로 알려져 있다. 그 이전까지 이탈리아에는 정해진 증류소 없이 증류업자가 각 가정을 돌며 술을 만들어 파는 방식이 일반적이었는데, 나르디니가 한 곳에 증류소를 세우고 손님이 직접 찾아오게 만들면서 이탈리아 증류 문화가 비로소 체계를 갖췄다는 평가를 받는다. 창립 이후 200년 넘게 대를 이어 가족 경영으로 운영되고 있다.
'비앙카'라는 이름처럼 이 제품은 투명한 빛깔이 특징이다. 일반적인 그라파가 오크통 숙성을 거쳐 금빛을 띠는 것과 달리, 그라파 비앙카는 스틸 탱크에서 숙성해 오크 향 없이 드라이한 마무리와 포도박 특유의 풍미를 그대로 살렸다. 시음객들의 반응은 저마다 달랐다. 초콜릿 향이 난다는 이도, 꽃향기가 난다는 이도 있었지만, "50도인데도 향이 부드러워 독한 술처럼 느껴지지 않는다"는 평은 공통적이었다.
와인 부스 중에서는 '젬마 디 루나 모스카토'가 관람객들의 발길을 붙잡았다. 이탈리아 피에몬테 지역에서 생산되는 이 모스카토는 복숭아와 오렌지 블로섬을 연상시키는 달콤한 향이 특징으로, 타닌이 거의 없고 산뜻한 바디감을 지녀 와인 입문자에게도 부담이 적은 편이다. 도수가 낮고 향이 화사해 브라이덜 샤워 등 축하 자리에서 자주 찾는 술이라는 게 관계자의 설명이었다.

국내 기업 부스 중에서는 CJ제일제당이 존재감을 드러냈다. K증류주 브랜드 'jari(자리)'로 이번 행사에 처음 참가한 CJ제일제당은 'Moment(순간)'를 콘셉트로 옹기를 형상화한 부스를 꾸렸다. 대표 제품은 '자리 가무치 24'와 '자리 문배술 24'. 가무치는 은은한 배 향과 잔잔한 단맛이 특징이고, 문배술은 조와 수수, 쌀을 함께 써 부드럽고 깊은 맛을 낸다. CJ제일제당은 두 제품 모두 원료를 매입한 뒤 직접 숙성을 거쳐 완성하고 있으며, 한식과의 페어링을 강점으로 내세운다. 이번 행사에서는 특별관 '인피니티 바'에 골드 스폰서로 참여해, 현장의 약 30여 개 바에서 자리 제품을 활용한 시그니처 칵테일도 함께 선보이고 있다.

미국 버번 위스키 브랜드 우드포드 리저브도 부스를 열었다. 200가지가 넘는 복합적인 풍미를 강점으로 내세우는 이 브랜드는 전 제품을 소개하는 디스플레이존과 시그니처 칵테일 바, 구매가 가능한 판매존을 함께 운영하며 무료 시음과 평소 접하기 힘든 한정판 에디션을 선보였다. 한국브라운포맨 측은 이번 참가를 통해 국내 위스키 애호가들에게 브랜드 경험을 넓히는 데 주력하겠다고 밝혔다.
테킬라 브랜드 클라세아줄 부스는 한정판 라인업으로 이색적인 분위기를 냈다. 멕시코 전통 축제 '디아 데 무에르토스(망자의 날)'를 테마로 한 에디션 3종과, 2026 북중미 월드컵을 기념한 '스피릿 오브 챔피언스' 에디션이 함께 전시됐다. 24일 비즈니스 데이에는 업계 관계자를, 25~26일 퍼블릭 데이에는 일반 관람객을 대상으로 브랜드와 제품을 소개하는 교육 세션도 마련됐다.
도수 높은 술이 많은 행사인 만큼, 이를 받쳐줄 안주 부스도 곳곳에 자리했다. 에그타르트, 케밥, 치킨, 타코야끼 등 다양한 나라의 길거리 음식이 판매대에 올라, 관람객들은 시음 사이사이 가볍게 요기를 하며 행사장을 둘러볼 수 있었다.

부스 관람 외에도 다양한 프로그램이 마련됐다. 국내 정상급 바들의 시그니처 칵테일을 한자리에서 맛볼 수 있는 특별관 '더 인피니티바', 주류 업계 리더와 인플루언서가 나서 산업 트렌드와 인사이트를 전하는 지식 세션 '더 하이라이트', 사전 신청자에 한해 전문가에게 직접 주류별 제조법과 시음 팁, 믹싱 기법을 배울 수 있는 '마스터 클래스'가 대표적이다. 이 밖에도 편하게 쉬어가며 술을 즐길 수 있는 '더 라운지', 바텐더들이 실력을 겨루는 '월드 칵테일 배틀'도 함께 운영된다.
이번 '2026 서울바앤스프릿쇼'는 전통 방식으로 시간을 들여 완성하는 술과, 그 시간을 다시 새롭게 해석하려는 국내·외 브랜드의 도전이 한 공간에서 만난 자리였다. 서울바앤스피릿쇼는 오늘 26일까지 코엑스 D홀에서 계속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