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여름, 뭔가 이상하다”…기상청이 확인한 뜻밖의 변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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폭염 시작 최대 30일 빨라지고 종료 시점은 약 10일 늦어져
최근 10년 열대야일수 3배 증가…남해안·제주는 9월까지 지속

폭염은 더 일찍 시작하고 열대야는 더 늦게 끝나는 흐름이 뚜렷해지면서 6월부터 9월까지 이어지는 긴 더위가 일상으로 자리 잡고 있다.

한 시민이 양산을 쓰고 산책을 하고 있다. / 뉴스1
한 시민이 양산을 쓰고 산책을 하고 있다. / 뉴스1

기상청이 1973년부터 2025년까지 53년간 관측자료를 분석한 결과 최근 10년 사이 폭염과 열대야는 발생 횟수뿐 아니라 시작하고 끝나는 시점까지 크게 달라진 것으로 나타났다. 폭염은 전국 대부분 지역에서 과거보다 10∼30일 빨리 시작하고 약 10일 늦게 끝났다. 열대야도 시작일은 5∼15일 앞당겨지고 종료일은 10∼20일 뒤로 밀렸다. 한여름에 집중되던 무더위가 이제는 초여름부터 시작해 초가을까지 이어지는 형태로 바뀐 것이다.

7월에 시작하던 폭염, 이제는 6월부터

연도별 전국 평균 폭염일수와 열대야일수의 변화 추이. 최근 들어 폭염과 열대야가 발생하는 날이 전반적으로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 기상청 제공
연도별 전국 평균 폭염일수와 열대야일수의 변화 추이. 최근 들어 폭염과 열대야가 발생하는 날이 전반적으로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 기상청 제공

기상청에 따르면 최근 10년 전국 평균 폭염일수는 18.3일로 과거 10년의 8.3일보다 2.2배 늘었다. 열대야일수는 같은 기간 4.1일에서 12.2일로 증가해 3배 수준이 됐다. 낮 기온이 33도를 넘는 날이 크게 늘어난 데다 해가 진 뒤에도 기온이 25도 아래로 떨어지지 않는 밤이 훨씬 잦아졌다는 의미다.

더위가 찾아오는 시점도 앞당겨졌다. 과거에는 강릉과 대구 등 일부 지역을 제외하면 대체로 7월부터 폭염이 시작됐다. 최근에는 동쪽 지역에서 6월 상·중순부터 폭염이 나타나고 6월 하순이면 내륙 대부분으로 확대되는 흐름을 보인다.

서울과 이천, 춘천, 청주 등 중부 내륙과 광주, 구미, 의성, 울진에서는 폭염 시작일이 거의 한 달 빨라졌다. 서울은 과거 평균 7월 19일에 시작하던 폭염이 최근에는 6월 24일부터 나타났다. 예전에는 장마가 끝나야 본격적인 더위가 찾아왔다면 이제는 장마철에도 비가 잠시 그친 틈을 타 폭염이 나타날 수 있게 된 셈이다.

과거 10년과 최근 10년의 전국 평균 폭염 종료일을 비교한 자료. 최근에는 폭염이 전국 대부분 지역에서 더 늦게 끝나는 경향을 보였다. / 기상청 제공
과거 10년과 최근 10년의 전국 평균 폭염 종료일을 비교한 자료. 최근에는 폭염이 전국 대부분 지역에서 더 늦게 끝나는 경향을 보였다. / 기상청 제공

폭염이 끝나는 시점은 반대로 늦어졌다. 과거에는 전국 대부분 지역에서 8월 중순이면 폭염이 잦아들었지만 최근에는 8월 중·하순까지 이어지는 경우가 많아졌다. 대구는 최근 10년 평균 폭염 종료일이 9월 2일로 밀렸고 서울도 과거 8월 15일에서 최근 8월 21일로 늦어졌다. 달력상 가을이 가까워져도 한낮에는 여전히 한여름 같은 더위가 이어지는 날이 많아졌다.

낮 더위 물러나도 밤더위는 9월까지

열대야의 변화 폭은 더 컸다. 과거에는 주로 7월 중·하순에 시작했지만 최근에는 7월 상·중순부터 나타나는 지역이 많아졌다. 끝나는 시점도 과거 8월 무렵에서 최근에는 8월 중순부터 9월 상순까지로 늦어졌다.

특히 남해안과 제주에서는 폭염이 끝난 뒤에도 열대야가 9월 초까지 이어지는 경향이 나타났다. 낮 최고기온이 33도 아래로 내려가 폭염에서 벗어나더라도, 밤에는 공기가 충분히 식지 않아 잠들기 어려운 날이 계속될 수 있다는 뜻이다.

과거 10년과 최근 10년의 전국 평균 열대야 시작일과 종료일을 비교한 자료. 최근에는 열대야가 더 일찍 시작하고 더 늦게 끝나는 경향을 보였다. / 기상청 제공
과거 10년과 최근 10년의 전국 평균 열대야 시작일과 종료일을 비교한 자료. 최근에는 열대야가 더 일찍 시작하고 더 늦게 끝나는 경향을 보였다. / 기상청 제공

변화가 가장 두드러진 곳은 강릉이다. 평균 열대야 시작일은 과거 7월 17일에서 최근 6월 21일로 26일 빨라졌다. 종료일은 8월 12일에서 8월 28일로 16일 늦어졌다. 첫 열대야부터 마지막 열대야까지의 기간이 약 40일 길어지면서 두 달 넘게 밤더위를 걱정해야 하는 환경으로 바뀌었다.

기상청은 이런 변화의 원인으로 북태평양고기압이 예전보다 일찍 확장하고 늦여름까지 오래 머무는 현상을 꼽았다. 북태평양고기압을 따라 덥고 습한 공기가 한반도로 들어온 상태에서 강한 햇볕이 더해지면 기온이 빠르게 오른다. 이 고기압이 6월부터 우리나라 남쪽에 자리하면서 폭염 시작이 빨라지고, 8월 하순까지 물러나지 않으면서 더위가 늦게 끝나는 것이다.

열대야가 이어지고 있는 여름. 서울 중구 청계천을 찾은 시민들이 더위를 식히고 있다. / 뉴스1
열대야가 이어지고 있는 여름. 서울 중구 청계천을 찾은 시민들이 더위를 식히고 있다. / 뉴스1

주변 바다의 수온 상승도 밤더위를 길게 만드는 요인이다. 따뜻해진 바다에서 습한 공기가 계속 유입되면 해가 진 뒤에도 지면과 공기의 열이 쉽게 빠져나가지 못한다. 남해안과 제주에서 9월까지 열대야가 이어지는 것도 높아진 해수면 온도의 영향이 크다는 분석이다.

더위가 일찍 찾아와 늦게 끝나면 온열질환에 노출되는 기간도 길어진다. 낮 동안 쌓인 열이 밤에도 식지 않으면 노인과 어린이, 야외 노동자 등의 몸이 회복할 시간도 줄어든다. 냉방 사용 기간이 길어지면서 가정과 사업장의 전력 부담 역시 커질 수 있다.

기상청은 길어진 더위에 맞춰 폭염 대응 시점도 앞당길 필요가 있다고 봤다. 기존보다 위험한 폭염 상황을 알리는 ‘폭염중대경보’를 신설하고 밤더위 위험을 별도로 알리는 ‘열대야주의보’도 도입할 계획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