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표절' 논란 휩싸였던 1691만 대작, 결국 법원 판단으로 완전히 뒤집힌 한국 영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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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원 “독자적 창작물 인정”… 1691만 흥행 신화 올가미 벗고 글로벌 진출 날개
장항준 감독의 첫 천만 돌파 영화 ‘왕과 사는 남자’가 법원의 결정으로 표절 및 저작권 침해 논란을 완전히 털어내며 향후 2차 창작물 유통과 해외 진출에 날개를 달게 됐다.

드라마 ‘엄흥도’ 시나리오 작가 유족 측이 제기한 상영금지 가처분 신청을 법원이 받아들이지 않으면서 영화의 독자적 창작성이 공식적으로 인정받았다.
'왕과 사는 남자', 상영금지 가처분 기각으로 표절 논란 완전 해소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서부지법 민사21부는 드라마 ‘엄흥도’ 시나리오 작가 유족 측이 영화 ‘왕과 사는 남자’의 공동 제작사인 온다웍스 및 비에이엔터테인먼트, 배급사인 쇼박스 등을 상대로 낸 상영금지 가처분 신청을 기각했다.

이번 기각 결정으로 제작사와 배급사는 아무런 법적 제약 없이 영화를 항공기와 선박 등에서 상영하거나 OTT 플랫폼, DVD 등으로 제공할 수 있게 됐다. 또한 해외 시장으로의 수출과 판권 판매 등 향후 예정된 모든 글로벌 사업 역시 차질 없이 진행될 전망이다.
유족 측은 영화 ‘왕과 사는 남자’가 2000년대 방영된 드라마 ‘엄흥도’의 각본을 표절했다고 주장하며 법원에 상영금지 가처분을 신청한 바 있다. 유족 측은 실존 인물인 단종과 엄흥도를 다룬 설정과 일부 줄거리가 기존 시나리오와 유사하다고 주장해 왔다.
재판부는 유족 측이 제출한 시나리오와 영화 ‘왕과 사는 남자’ 사이에 실질적인 유사성이 인정되지 않는다고 판단했다. 두 작품 모두 역사적 사실을 기반으로 하고 있으나 창작의 핵심인 주제와 서사 구조, 인물 관계 설정 등에서 본질적인 차이가 존재한다는 것이 법원의 설명이다.
재판부는 판결문에서 유족 측 시나리오는 유교적 충의 서사를 핵심 정서적 주제로 삼고 있으며 시나리오 속 엄흥도는 처음부터 끝까지 단종에 대한 충성과 헌신적인 태도로 일관한다고 지적했다. 반면 영화 ‘왕과 사는 남자’는 단종과 엄흥도, 마을 사람들이 교류하는 과정에서 함께 변화하고 성장해 나간다는 점이 핵심 주제라며 각 작품의 주제와 서사 구조, 인물 설정이 전혀 다르다고 명시했다.
이어 두 작품은 실존 인물을 주인공으로 한 역사적 사실과 배경을 전제로 한 것이어서 일부 유사한 점이 발견되기는 한다면서도 단종과 엄흥도의 관계, 전체적인 줄거리, 주요 주제 등의 내용이 전혀 다르고 유족 측 시나리오만의 독특하고 고유한 특성에 있어 유사성이 인정된다고 보기 어렵다고 덧붙였다.
아울러 재판부는 ‘왕과 사는 남자’의 시나리오를 각색하고 수정한 장 감독이 작업 과정에서 유족 측 시나리오를 미리 접했거나 참조했을 가능성을 입증할 만한 자료 역시 전혀 없다고 판단했다.
제작사 측 대리인인 법무법인 평정의 신일수 대표 변호사는 이번 법원 판결에 대해 재판부가 영화의 독자적 창작 경위와 두 작품의 본질적 차이를 명확히 확인해 준 당연한 결정이라고 평가하며 역사적 사실에 기반한 창작 활동이 위축되지 않는 계기가 되길 바란다고 밝혔다.
한편 작품은 역사 속 계유정난 이후 조선을 뒤흔든 비극적 사건 뒤에 숨겨진 이야기를 감동적으로 그려내며 대중과 평단의 뜨거운 호평을 받았다.
배우들의 신들린 열연과 완성도 높은 연출 시너지
영화는 1457년 강원도 영월 청령포를 배경으로 시작된다. 계유정난으로 조선이 흔들리고 어린 왕 이홍위는 숙부인 수양대군에게 왕위를 빼앗긴 채 상왕에서 노산군으로 강등돼 유배길에 오른다. 단종을 따르던 충신들이 잇달아 목숨을 잃고 복위를 꾀하던 움직임마저 실패로 돌아가면서 어린 임금은 모든 희망을 잃고 깊은 절망 속에서 하루하루를 보낸다.

같은 시각, 강원도 영월의 깊은 산골 마을인 광천골에서는 가난과 배고픔에 시달리는 마을 사람들을 살리기 위해 촌장 엄흥도가 분주히 움직인다. 과거 다른 마을이 유배 온 양반 덕분에 번성했다는 이야기를 들은 엄흥도는 무슨 수를 쓰더라도 신분이 높은 유배인을 자신의 마을로 유치하려 애쓴다. 먹고살기 힘든 주민들을 구하겠다는 부푼 꿈을 품고 청령포를 유배지로 추천한 결과, 그가 맞이하게 된 인물은 다름 아닌 왕위에서 쫓겨난 어린 왕 이홍위였다.
유배지를 지키는 보수인으로서 어린 임금의 모든 일상을 밀착 감시해야만 하는 엄흥도는 삶의 의지를 완전히 잃어버린 이홍위의 모습이 자꾸만 신경 쓰이기 시작한다. 처음에는 경계심과 어색함이 흐르지만 예상치 못한 사건들을 함께 겪어나가며 두 사람은 조금씩 마음의 문을 열게 된다.
단종은 마을 사람들의 진심 어린 보살핌 속에서 조금씩 생기를 되찾는다. 엄흥도와 그의 아들 태산을 비롯한 광천골 주민들과 특별한 인연을 맺은 단종은 백성들의 고단한 삶을 가장 가까이에서 바라보며 그들에게 학문을 가르치고 고민을 나눈다. 왕이 아닌 한 사람의 인간으로서 사람들과 깊이 교감하는 법을 배워나간다. 동시에 엄흥도와 주민들 역시 어린 단종의 품성과 백성을 향한 희생 정신을 직접 확인하면서 그를 왕으로서 또 한 사람으로서 진심으로 따르고 존경하게 된다.

이런 평화도 잠시 한양에서 권력을 틀어쥔 한명회가 단종의 존재를 여전히 위협으로 여겨 감시의 끈을 조여 온다. 여기에 단종의 복위를 노리는 비밀 세력까지 움직이기 시작하면서 평화롭던 청령포는 거대한 정치적 소용돌이의 한복판에 휩싸이게 된다. 단종은 자신을 위해 목숨을 건 백성들과 따르는 이들을 위해 어떤 선택을 내려야 할지 깊은 갈등에 빠지고 엄흥도 역시 마을 전체의 안전과 단종을 향한 인간적 의리 사이에서 인생 최대의 결단을 마주하게 된다.
이처럼 ‘왕과 사는 남자’는 그동안 계유정난 자체에 집중했던 기존 사극들과 달리 사건 이후 벌어진 단종의 영월 유배 생활과 그곳에서 싹튼 백성들과의 유대를 핵심 소재로 삼아 차별화된 재미를 선사했다.
영화가 개봉한 이후 평론가와 관객들의 평점은 별 3개 초반을 기록했으며 CGV 에그지수는 97퍼센트에 달하는 등 전반적으로 대중적 완성도가 높은 작품이라는 평가를 받았다. 클리셰를 충실히 따르면서도 낭비되는 장면 없이 깔끔하고 무난한 연출 구성을 갖춰 장 감독의 연출작 가운데 가장 뛰어난 평가를 받았다.
한국 영화 흥행 역사를 새로 쓴 역대급 신기록 행진
배우들의 압도적인 열연 역시 흥행의 일등 공신으로 꼽힌다. 주연을 맡은 유해진은 신들린 듯한 연기력으로 자칫 어색할 수 있는 장면들까지 생동감 있게 살려내며 희극과 비극을 넘나드는 열연을 펼쳤다. 어린 임금 단종을 연기한 박지훈 역시 중견 배우들에 밀리지 않는 뛰어난 연기력을 선보였다. 초반부 유약하고 슬픔에 잠긴 눈빛부터 후반부 의지를 다잡는 단단한 기합까지 완벽하게 소화해 내며 드라마 ‘약한영웅’에 이어 아이돌 출신이라는 꼬리표를 확실히 떼어 내고 주연급 배우로 자리매김했다는 호평을 받았다. 조연과 단역 배우들의 구멍 없는 연기 합 역시 영화의 몰입도를 끌어올렸다.

‘왕과 사는 남자’는 영화사에 남을 경이로운 대기록들을 잇따라 세웠다. 현재 누적 관객 수 1691만 명을 기록 중인 작품은 역대 한국 개봉 영화 매출액 1위, 역대 한국 박스오피스 관객 수 2위, 2020년대 한국 개봉 영화 흥행 1위를 동시에 달성했다. 역대 3번째로 1500만 관객을 돌파한 영화이자 역대 2월 개봉 영화 흥행 1위, 역대 7번째 월드와이드 1억 달러 돌파 한국 영화라는 금자탑을 쌓았으며, 극장 최다 상영 횟수 기록도 새로 썼다.
일일 및 주말 흥행 관련 기록도 압도적이다. 역대 최다 일일 박스오피스 1위, 역대 최장 일일 박스오피스 연속 1위, 역대 최장 1만 명 이상 일일 관객 수 연속 동원 기록을 연이어 갈아치웠다. 역대 최다 주말 박스오피스 1위는 물론 개봉 4주 차부터 7주 차에 이르기까지 일일 및 주말 관객 수 1위 자리를 굳건히 지켰다.
천만 관객 돌파 기록 역시 눈부시다. 역대 34번째 1000만 영화이자 사극 장르로는 역대 4번째 돌파 기록이다. 장 감독 개인에게는 첫 번째 1000만 관객 돌파 영화라는 영예를 안겼으며 개봉일 대비 역대 최소 기간 만에 1000만 관객을 돌파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