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배근 폭로 “이재명 정부서 검열은 상상조차 하지 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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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무 담당자 판단이라 믿고 싶지만 이 대통령에게 결코 도움 안 돼”
최배근 건국대학교 경제학과 명예교수가 정부 정책 홍보 사이트인 정책브리핑에 실릴 예정이던 자신의 칼럼이 게재를 거부당했다며 검열 의혹을 제기했다.
최 교수는 자신의 유튜브 채널 '최배근TV' 게시물 코너에 ‘내부 검열(?)로 게재 거부된 (마지막?) 칼럼’이라는 제목의 글을 22일 올렸다.

최 교수는 글에서 "이재명 정부 출범 후 문화체육관광부 국민소통실로부터 정책포털(정책브리핑)에 고정 칼럼 집필을 부탁받았다"며 "집필 조건으로 본인의 글을 일체 건드리거나 수정하지 않는다는 조건으로 2025년 7월부터 약 한 달에 한 번씩 집필해왔다"고 밝혔다.
최 교수는 "이번 달 칼럼 집필을 월요일인 20일까지 요청받았고, 그날 오후에 보냈다"며 "그런데 화요일인 21일에 칼럼 관리 담당자로부터 글을 수정해주는 것이 가능하냐고 문의가 왔고, 당연히 수정을 거부했다"고 했다. 그러면서 "방금 전 게재 불가하다는 통보를 받았다"고 적었다.
최 교수는 "국민주권의 시대에 국민주권 정부에서 검열은 상상조차 하지 못했다"며 "실무 담당자의 판단이라 믿고 싶지만 이런 판단은 이재명 정부나 이재명 대통령에게 결코 도움 되지 않는다"고 했다. 최 교수는 "어떤 글이기에 게재를 거부했는지 국민과 독자에게 알릴 필요가 있다고 생각했다"며 게재가 거부됐다는 칼럼의 핵심 내용을 함께 공개했다.
공개된 칼럼에서 최 교수는 이재명 정부의 국정 목표인 '대체 불가 대한민국'과 그 구체적 비전인 '3·4·5 비전'을 언급하며 논의를 시작했다. 3·4·5 비전은 잠재성장률 3%, 무역 4대 강국, 국민소득 5만 달러 달성을 뜻한다. 최 교수는 "올해와 같은 반도체 호황만 지속한다면 이재명 정부 임기 마지막 해인 2030년까지 3·4·5 비전이 달성되는 것도 어렵지 않을 것"이라고 했다.
다만 최 교수는 반도체 의존도가 지나치게 높은 데서 비롯하는 '반도체 리스크'를 경고했다. 그는 이를 '한국형 노키아 리스크'로 규정하며 "반도체가 만드는 새로운 세상은 밝은 면과 더불어 어두운 면을 내포할 수밖에 없다"고 했다. 최 교수는 "소득 양극화는 더욱 심해졌고, 여기에 코스피 붐으로 자산 양극화는 새로운 국면에 진입하고 있다"고 진단했다.
최 교수는 최근 주식시장의 변동성도 반도체 리스크에서 비롯한다고 봤다. 그는 "반도체 실적이 미국이 주도하는 인공지능(AI) 기반 산업생태계 재편의 '반사체'였지 '발광체'가 아니라는 점이 문제"라고 지적했다. 이어 "천문학적 규모의 지속적인 투자 지출에 기반한 인공지능 하이퍼스케일러 기업들의 사업모델에 대한 경제성 우려가 반도체 수요의 불확실성으로 이어지면서 한국 주식시장이 패닉 상태에 빠졌다"고 했다.
최 교수는 구체적 수치도 제시했다. 그는 "미국의 필라델피아 반도체 지수가 고점을 찍었던 6월 22일 이후 7월 17일까지 20.2% 하락하자 코스피 지수는 그보다 큰 25.2%나 하락했다"고 했다. 반면 같은 기간 "미국의 S&P500과 나스닥 지수들은 각각 0.2%와 2.5% 하락에 불과했고, 대만의 TWSE조차 1.0% 하락에 그쳤다"고 했다.
최 교수는 유독 한국 시장이 큰 충격을 받은 원인으로 단일종목 레버리지 상품 도입을 지목했다. 그는 "과도한 반도체 의존 리스크를 외면하고, 그 위에 단일종목 레버리지 상품을 도입한 결과"라며 "비유하자면 불에다 기름을 부은 결과"라고 했다.
최 교수는 상품 도입 경위를 김용범 정책실장의 발언을 인용해 설명했다. 그는 "김용범 정책실장은 올해 1월 14일 한겨레 인터뷰에서 원·달러 환율이 1470원대를 넘나들자, 정부가 원화 약세의 주요 요인으로 서학개미를 지목하고 이들의 국내 복귀를 유도하는 차원에서 고배율·단일종목 레버리지 상품 도입을 금융위에 지시했다고 밝혔다"고 적었다. 그러면서 단일종목 레버리지 ETF를 "몰빵 빚투 상품"이라고 표현하고, "결과는 참혹했다"고 했다.
최 교수는 "도입 이후 7월 17일까지 코스피 하락률이 5%를 넘은 것이 8회였다"며 "반면 대만 TWSE는 (코스피가 휴장한) 7월 17일 하루만 5% 넘게 하락했다"고 했다. 이어 "같은 기간에 삼성전자와 SK 하이닉스가 각각 11회와 10회였으나, 대만의 반도체 상징인 TSMC는 1회에 불과했다"고 했다.
최 교수는 이 같은 정책 실패의 배경으로 이른바 '식민지적 의식구조'를 들었다. 그는 "미국인보다 더 미국적으로 사고하는 자칭 전문가들의 식민지적 의식구조가 '재앙'을 초래했다"고 했다. 최 교수는 손실을 본 투자자들의 반발이 커지자 나온 금융 당국의 해명도 비판했다. 그는 당국이 "국내 투자자들이 이미 별도의 투자자 보호 장치 없이 해외상장 레버리지 상품에 투자하고 있었기에, 선택권 다양화와 국내·해외 간 비대칭 규제 해소 차원에서 도입했다"는 취지로 설명했다고 전하며, 이를 "시장 구조와 환경의 차이를 외면하거나 이해하지 못한 것"이라고 했다.
최 교수는 시장 집중도 차이도 근거로 들었다. 그는 "미국의 주도주인 엔비디아 기업가치는 S&P500에서 7.2%를 차지하고, '매그니피센트 7'의 기업가치를 합해도 7월 17일 기준 33.4%에 불과하다"며 "그런데 삼성전자와 SK 하이닉스 두 기업가치가 코스피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7월 16일 기준 53.3%가 넘는다"고 했다. 이어 반도체주가 급락하는 날 두 종목을 마감 시간대에 대량 매도해야 하는 레버리지 상품 구조가 "폭락으로 이어지고, 시장 전체가 붕괴할 수밖에 없다"고 했다.
최 교수는 대만을 반면교사로 제시했다. 그는 "반도체 의존이 높은 대만의 경우 개별 상품 레버리지 ETF를 도입하지 않았다"며 "우리보다 경제 규모는 작으면서도 반도체 호황 속에서 환율 안정과 세계 5위 규모의 자본 시장 육성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모두 잡았다"고 했다. 최 교수는 김 실장이 최근 단일종목 레버리지 ETF 상장 폐지가 불가능하다는 견해를 밝힌 데 대해 "시장의 불신은 해소하기 어렵다"고 했다. 그러면서 "국민은 정책실험의 대상이 아니기에 지금이라도 모든 것이 망가지기 전에 첫 단추부터 바로 잡아야만 한다"고 했다.
최 교수는 3·4·5 비전의 핵심 전략인 3대 메가 프로젝트에 대해서도 우려를 나타냈다. 그는 "호남 반도체 클러스터 조성이 반도체 생태계의 구축 없이 단지 반도체 팹의 추가 증설에 머물 경우 '반사체'의 한계를 드러낸 한국 반도체의 모습은 바뀔 수 없다"고 했다.
최 교수는 일자리 문제도 짚었다. 그는 "정부조차 올해 취업자 수 증가를 당초 전망 16만 개보다 1만 개 축소한 15만 개로 잡았다"며 "20대와 핵심연령층(25~54세)의 일자리 감소 속도가 너무 빠르다"고 했다. 이어 "중소기업 상용직 일자리 증가 속도가 가장 빠르게 줄어들고, 임시·일용직 일자리가 그 자리를 빠른 속도로 채우고 있다"며 일자리의 질도 악화하고 있다고 했다.
최 교수는 임금 침체도 지적했다. 그는 "2070만 명이 넘는 사업체에 고용된 임금노동자의 4월 평균 실질임금(2020년 물가 기준) 총액이 337만7000원인데, 이는 10년 전인 2016년 4월의 338만4000원에도 미치지 못한다"고 했다. 그러면서 "3·4·5 비전과 일자리 감소는 정부와 국민 사이의 거리감을 보여준다"며 "'대체 불가 대한민국'이 '모두의 대한민국'이 될 수 있을지 의문"이라고 했다.
최 교수는 강기룡 재정경제부 차관보가 "반도체 분야는 취업유발계수가 높지 않아 올해 취업자 수를 종전보다 1만 명 낮췄다"고 한 발언을 두고 "사회 소득 강화에 대한 정부 책임을 외면하는 변명에 불과하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