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관위, 100명을 1000명으로 입력해 '통계 조작' 일파만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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투표자 수 오입력 뒤 다른 투표소에 숫자 분산한 정황
합수본, 중앙선관위 등 압수수색…과거 선거까지 들여다본다
6·3 지방선거 투표용지 부족 사태를 수사하는 검경 합동수사본부가 선거관리위원회 직원들의 투표율 통계 조작 정황을 포착해 강제수사에 나섰다.

연합뉴스는 국민참정권 침해 진상규명을 위한 검경 합동수사본부가 중앙선거관리위원회와 서울 송파구·강남구·서초구 선거관리위원회 등에 대한 압수수색에 착수했다고 23일 보도했다.
보도에 따르면 합수본은 이날 오전 경기 과천시 중앙선관위 청사와 각 지역 선관위 사무실에 검사와 수사관을 보내 내부 서버와 전산 자료 등을 확보했다. 중앙선관위에 대한 압수수색은 지난달 11일에 이어 두 번째인 것으로 전해졌다.
이번 압수수색 영장에는 공전자기록위작과 위계에 의한 공무집행방해 등의 혐의가 기재됐다. 합수본은 이번 지방선거 당시 중앙선관위와 경기도선관위 관계자들이 투표자 수를 허위로 입력하거나 전산상 통계를 임의로 수정한 정황을 발견했다고 설명했다.
수사는 투표용지 부족 사태의 원인을 규명하는 과정에서 확대됐다. 합수본은 일부 선관위 실무자급 직원들이 투표자 수를 잘못 입력한 뒤 정상적인 수정 절차를 따르지 않고 다른 투표소의 수치를 조정하는 방식으로 오류를 감춘 것으로 의심하고 있다.
100명을 1000명으로 오입력하자 다른 투표소에 분산

중앙선관위는 사전투표일과 본투표일에 전국 투표소의 투표자 수를 일정한 시간 간격으로 집계해 투표율을 공개한다.
각 투표소의 투표관리관이 투표자 수를 전화 등으로 보고하면 읍·면·동 선관위가 누적 투표자 수를 선거 관리 시스템에 입력한다. 입력된 자료는 구·시·군 선관위를 거쳐 시도 선관위와 중앙선관위에 전달된다.
특정 투표소의 투표자 수가 잘못 입력됐을 때는 오류 발생 사실을 상부에 보고해야 한다. 이후 수정 지시와 결재를 거쳐 재승인을 받은 뒤 수치를 바로잡는 것이 정상적인 절차다.
그러나 일부 직원은 오입력 사실을 공식적으로 보고하지 않은 채 전산상 숫자를 임의로 바꾼 것으로 조사됐다. 잘못 입력된 투표자 수를 다른 지역 투표소에 나눠 반영한 뒤 시간이 지나 실제 투표자가 늘어나면 오차를 차례로 줄이는 방식이다.
예를 들어 한 투표소의 누적 투표자 수 100명을 1000명으로 잘못 입력했다면 초과 입력된 900명을 다른 투표소 9곳에 100명씩 분산하는 식이다. 이후 각 투표소의 실제 투표자 수가 늘어날 때마다 임의로 넣은 수치를 조정해 전체 숫자를 맞춘 것으로 전해졌다.
합수본은 직원들이 입력 오류를 즉시 바로잡는 대신 시간이 지나면 투표자 수가 증가해 수치가 자연스럽게 맞춰질 것으로 보고 주먹구구식으로 통계를 조정한 것으로 보고 있다.
선관위 직원들이 내부 메신저를 통해 투표자 수 오입력 사실을 상부에 보고하지 말고 실무자 선에서 임의 조정하자는 취지의 대화를 나눈 정황도 파악된 것으로 알려졌다.
합수본은 단순한 입력 실수를 바로잡은 행위가 아니라 오류 발생 사실을 감추기 위해 여러 직원이 전산 기록 변경에 관여했을 가능성을 들여다보고 있다.
공전자기록위작은 사무 처리를 그르치게 할 목적으로 공무원이나 공공기관이 관리하는 전자기록을 허위로 작성하거나 변경했을 때 적용될 수 있는 혐의다. 합수본은 투표자 수를 임의로 고친 행위가 선거 통계 업무를 방해했는지도 함께 조사할 방침이다.
투표용지 부족에서 통계 시스템 전반으로 수사 확대

그동안 수사의 초점은 지방선거 당일 일부 투표소에서 투표용지가 부족해 투표가 중단되거나 유권자들이 장시간 대기한 경위에 맞춰져 있었다.
선관위가 지역별 투표 수요를 제대로 예측하지 못했거나 현장 관리와 투표용지 공급 업무를 소홀히 했는지가 주요 조사 대상이었다. 관련자들의 고의성이 확인되지 않을 경우 직무 태만에 따른 징계나 직무유기 혐의 적용 여부가 쟁점이 될 수 있는 상황이었다.
그러나 투표율 통계 오류를 의도적으로 감추기 위해 전산 수치를 조작한 정황이 포착되면서 사건은 새로운 국면을 맞게 됐다. 단순한 착오나 관리 부실을 넘어 허위 기록 작성과 조직적인 은폐가 있었는지가 핵심 수사 대상으로 떠올랐다.
시간대별 투표자 수는 전국 투표 진행 상황과 지역별 투표율을 보여주는 기초 자료다. 이 수치가 정확하지 않으면 투표용지 추가 공급과 인력 배치 등 선거 당일 현장 대응에도 혼선이 생길 수 있다.
실시간 투표율은 각 정당이 지역별 선거 상황과 지지층 결집 정도를 판단하는 자료로도 활용된다. 실제 투표자 수와 다른 통계가 장시간 공개됐다면 선거 대응과 유권자 판단에 영향을 줬다는 지적이 나올 가능성도 있다.
다만 임의로 수정된 시간대별 통계가 최종 투표 결과나 투표용지 부족 사태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쳤는지는 아직 확인되지 않았다. 합수본은 압수물 분석과 관련자 조사를 통해 구체적인 인과관계를 살펴볼 것으로 보인다.
합수본은 압수수색에서 확보한 내부 서버 기록과 보고 문서, 메신저 대화 내용 등을 분석해 수치가 변경된 시점과 접속자를 확인할 예정이다. 통계 수정이 이뤄진 지역과 횟수, 관련 직원의 범위도 조사한다.
실무자들이 독자적으로 수치를 변경했는지도 주요 확인 대상이다. 합수본은 관리자급 직원들이 통계 조정 사실을 사전에 알고 있었는지와 사후에 보고받았는지를 살펴볼 방침이다. 관련 관리자들이 관리·감독 의무를 제대로 이행했는지도 조사할 것으로 예상된다.
수사가 과거 선거로 확대될 가능성도 있다. 합수본은 이번 지방선거에서 확인된 방식과 유사한 통계 수정이 이전 선거에서도 이뤄졌는지 전산 기록을 들여다볼 계획이다.
합수본은 투표자 수 임의 조정이 이번 선거에서만 발생한 일회성 행위인지 선관위 내부에서 반복적으로 사용된 관행인지도 규명할 방침이다. 일부 실무자들이 선거 통계 시스템에 손쉽게 접근해 수치를 바꿀 수 있었는지와 내부 통제 장치가 정상적으로 작동했는지도 살펴본다.
압수물 분석이 끝나는 대로 관련 선관위 직원들에 대한 소환 조사도 이어질 전망이다. 합수본은 오입력 발생 경위와 수정 과정, 참여자 사이의 역할 분담과 지시·보고 여부를 집중적으로 확인할 것으로 보인다.
투표율 허위 입력 의혹이 사실로 확인될 경우 선관위의 선거 통계 관리 체계와 전산 시스템 전반에 대한 신뢰도 타격이 불가피할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