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권위 “한국 군대 급식에도 '채식' 도입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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군대에서도 채식·종교식 보장해야…인권위 “급식소수자 건강권 보호 필요”

국가인권위원회가 군 복무 중인 채식주의자와 종교식 섭취자, 식품 알레르기 보유자 등 이른바 '급식소수자' 장병을 위한 대체 급식 제도를 마련해야 한다고 국방부에 권고했다.

군이 장병들의 식사를 사실상 전적으로 책임지는 만큼 개인의 건강권과 종교·양심의 자유를 보다 실질적으로 보장해야 한다는 취지다.

22일 인권위에 따르면 국방부 장관과 병무청장 등에 군 급식 제도 개선을 권고했다. 현재 상당수 급식소수자 장병이 자신에게 맞는 식사를 제공받지 못하고 있으며, 이에 따라 건강권은 물론 종교와 양심의 자유도 충분히 보장되지 않고 있다는 판단이다.

실제 인권위가 지난 2023년 실시한 '군 장병 급식환경 실태조사' 결과는 이러한 현실을 보여준다. 조사 대상 병사 989명 가운데 채식주의자는 5명이었지만 실제 채식 급식을 제공받은 장병은 3명에 불과했다. 종교적 이유로 별도 식단이 필요한 병사 20명 가운데서도 실제 종교식을 제공받은 인원은 3명뿐이었다.

기사의 이해를 돕기 위한 AI 생성 이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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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권위는 병역판정검사 단계에서 파악되는 채식주의자 규모와 실제 군이 관리하는 인원 사이에도 큰 차이가 있다고 지적했다. 최근 3년간 병역판정검사 기준 채식주의자는 2023년 407명, 2024년 405명, 2025년 298명으로 추정됐지만 각 군이 실제 관리한 채식주의 장병은 각각 49명, 97명, 172명에 그쳤다. 병역판정 과정에서 확인된 정보가 실제 급식 지원으로 제대로 연결되지 못하고 있다는 의미다.

인권위는 국가가 영내 생활을 하는 장병들의 식사를 사실상 책임지는 만큼 단순히 끼니를 제공하는 수준을 넘어 건강권과 신체의 안전을 보장해야 할 의무가 있다고 판단했다. 또한 종교나 신념에 따른 식생활을 가능한 범위에서 존중하는 것 역시 국가의 책임이라고 강조했다.

특히 장병들이 자신의 식생활 특성이나 알레르기, 종교적 이유 등을 부담 없이 알릴 수 있는 환경이 마련돼야 한다고 밝혔다. 현재는 주변 시선을 의식하거나 별도 요청 자체를 꺼리는 경우도 적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인권위는 제도가 마련되더라도 실제 이용하기 어려운 분위기라면 실효성이 떨어질 수 있다고 봤다.

이에 따라 인권위는 국방부에 '군급식기본법' 또는 관련 하위 법령을 개정해 급식소수자의 개념과 범위, 국가의 보호 의무를 명확히 규정할 것을 권고했다. 또한 국방부와 육·해·공군 참모총장, 해병대사령관에게는 대체 급식을 실제 제공할 수 있도록 구체적인 운영 지침을 마련할 것을 요구했다.

아울러 병무청과 군이 식생활 관련 정보를 보다 체계적으로 연계해 병역판정 단계에서 확인된 채식주의자나 식품 알레르기 보유자 등의 정보가 입대 이후 실제 급식 지원으로 이어질 수 있도록 개선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급식소수자'는 누구를 말할까

급식소수자는 특정 식생활을 선택하거나 반드시 지켜야 하는 이유가 있지만 일반 급식 체계에서는 충분한 배려를 받기 어려운 사람들을 의미한다. 대표적으로 채식주의자와 종교적 이유로 특정 식품을 먹지 않는 사람, 식품 알레르기가 있는 사람, 당뇨병이나 신장질환 등으로 치료식이 필요한 사람이 여기에 포함될 수 있다.

채식주의자도 모두 같은 식단을 먹는 것은 아니다. 육류만 먹지 않는 사람도 있고, 생선은 먹지만 고기는 먹지 않는 사람, 유제품과 달걀까지 모두 제한하는 비건도 있다. 종교 역시 이슬람교의 할랄, 유대교의 코셔, 힌두교의 쇠고기 금기 등 교리에 따라 제한되는 음식이 서로 다르다.

식품 알레르기는 더욱 주의가 필요하다. 우유나 달걀, 밀, 땅콩, 갑각류 등 특정 식품은 소량만 섭취해도 두드러기부터 호흡곤란, 아나필락시스까지 이어질 수 있어 단순한 기호 문제가 아니라 안전과 직결되는 의료 문제로 분류된다.

기사의 이해를 돕기 위한 AI 생성 이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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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외 군대는 어떻게 운영할까

이미 여러 나라 군대에서는 다양한 식생활을 고려한 급식 체계를 운영하고 있다. 미국 국방부는 채식 메뉴와 종교식을 제공하고 있으며, 훈련이나 해외 파병 시 지급하는 전투식량(MRE)도 채식용과 코셔, 할랄 등 다양한 형태로 제작된다.

영국군 역시 종교와 의료적 사유를 고려한 식단을 제공하고 있으며, 캐나다군과 호주군도 알레르기와 종교, 문화적 배경을 고려한 급식 지침을 운영한다. 물론 모든 메뉴를 선택할 수 있는 것은 아니지만, 복무에 지장을 줄 정도로 식사를 제한받지 않도록 최소한의 선택권을 보장하는 방향으로 제도를 발전시켜 왔다.

군 급식은 개인의 선호를 모두 충족시키는 것이 목적이 아니라 건강을 유지하고 안전하게 복무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핵심이라고 설명한다. 특히 식품 알레르기나 치료식이 필요한 장병의 경우 적절한 급식이 의료 안전과 직결될 수 있는 만큼, 개인별 특성을 고려한 체계적인 관리가 중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