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호르무즈 해협으로 '한국 해군 군함' 파견 요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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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의 '호르무즈 지원' 재요청…중동 안보는 다시 시험대로

미국과 이란의 군사적 긴장이 다시 고조되면서 한국 정부를 향한 미국의 호르무즈 해협 기여 요구가 다시 현실적인 외교·안보 과제로 떠오르고 있다.

다시 격화된 중동 정세…호르무즈 해협이 왜 중요한가

미국과 이란은 한동안 종전 협상 가능성이 거론됐지만 최근 양측의 군사 행동이 이어지면서 긴장이 재차 높아지고 있다. 이러한 가운데 22일 동아일보 단독보도에 따르면 미국이 한국을 비롯한 동맹국에 호르무즈 해협의 안전 확보를 위한 협력을 다시 요청한 것으로 알려졌다. 군함을 파견해달라는 것이다.

정부와 외교가에 따르면 미국은 최근 한국 측에 호르무즈 해협에서의 군사적 기여 방안을 다시 검토해 달라는 취지의 의견을 전달한 것으로 전해졌다. 구체적으로는 군함 파견을 포함한 다양한 방식의 참여 가능성을 타진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호르무즈 해협은 세계에서 가장 중요한 해상 운송로 가운데 하나다. 페르시아만과 오만만을 연결하는 폭이 가장 좁은 곳은 약 40㎞에 불과하지만, 사우디아라비아·이라크·쿠웨이트·카타르·아랍에미리트(UAE) 등 주요 산유국의 원유와 액화천연가스(LNG)가 대부분 이곳을 지나간다.

국제에너지기구(IEA)와 미국 에너지정보청(EIA) 등에 따르면 세계 해상 원유 물동량의 약 20%가량이 호르무즈 해협을 통과한다. 하루 수천만 배럴의 원유가 이동하는 만큼 이 해협의 통행이 막히면 국제 유가와 해상 운임은 즉각 영향을 받을 가능성이 크다.

한국 역시 예외가 아니다. 국내로 수입되는 중동산 원유 상당수가 호르무즈 해협을 거쳐 들어온다. 석유뿐 아니라 석유화학 원료와 LNG 공급에도 영향을 줄 수 있어 한국 경제와 산업 전반에 직접적인 변수로 작용한다.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정상회의에 참석 중인 이재명 대통령이 7일(현지시간) 튀르키예 앙카라 대통령궁에서 열린 튀르키예 대통령 내외 주최 공식 환영만찬에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대화하고 있다. 2026.7.8/뉴스1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정상회의에 참석 중인 이재명 대통령이 7일(현지시간) 튀르키예 앙카라 대통령궁에서 열린 튀르키예 대통령 내외 주최 공식 환영만찬에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대화하고 있다. 2026.7.8/뉴스1

미국의 요구는 군함만이 아니다…'안보 비용 분담' 압박

미국이 이번에 강조하는 것은 단순한 군함 파견만이 아니다.

미국은 호르무즈 해협의 안전을 유지하는 데 드는 부담을 동맹국들도 함께 져야 한다는 입장을 공개적으로 밝히고 있다. 마코 루비오 미국 국무장관은 최근 "호르무즈 해협의 혜택을 누리는 국가들도 적어도 재정적인 지원은 해야 한다"고 언급하며 비용 분담 필요성을 강조했다.

이는 미국이 추진해 온 해양 안보 협력 구상의 연장선으로 해석된다. 미국은 그동안 동맹국들과 함께 국제 해상교통로를 보호하는 다국적 협력체 구성을 추진해 왔으며, 최근 중동 긴장이 다시 커지면서 이러한 논의를 재가동하는 분위기다.

우리 정부는 국제법과 한미동맹, 한반도 안보 상황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신중히 검토한다는 기존 입장을 유지하고 있다.

실제로 군함 파견은 단순한 외교 문제가 아니다. 우리 해군 전력 운용은 물론 국내 정치적 논의와 국회의 절차, 중동 지역에서 활동 중인 우리 국민과 기업의 안전 문제까지 함께 고려해야 한다.

특히 한국은 이란과도 일정 수준의 외교 관계를 유지하고 있는 만큼 어느 한쪽으로 치우친 결정은 또 다른 외교 부담을 가져올 가능성이 있다.

유튜브 'MBC PD수첩'
유튜브 'MBC PD수첩'

한미 안보 협상에도 변수…핵잠수함 논의도 영향 받을까

중동 정세 악화는 한미 간 진행 중인 안보 협상에도 적지 않은 영향을 줄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한국과 미국은 지난해 안보 분야 협력 확대를 위한 공동 문서를 마련한 이후 핵추진 잠수함 건조 협력 가능성과 우라늄 농축, 사용후핵연료 재처리 문제 등을 포함한 후속 협의를 이어갈 계획이었다.

하지만 최근 미국의 외교·안보 우선순위가 다시 중동으로 이동하면서 협의 일정이 다소 늦어질 수 있다는 관측도 제기된다.

미국은 현재 우크라이나 전쟁과 중국 견제, 중동 군사 충돌이라는 세 가지 안보 현안을 동시에 관리해야 하는 상황이다. 외교 역량이 분산될 경우 동맹국과의 개별 협상 일정도 자연스럽게 영향을 받을 수 있다.

전문가들은 향후 한미 협상이 단순히 군사 협력만이 아니라 공급망과 에너지 안보, 첨단산업 협력까지 함께 논의하는 방향으로 확대될 가능성도 있다고 보고 있다.

기사의 이해를 돕기 위한 AI 생성 이미지
기사의 이해를 돕기 위한 AI 생성 이미지

한국 경제도 긴장…유가·물류·환율까지 연쇄 영향

호르무즈 해협의 불안은 군사 문제를 넘어 경제에도 즉각적인 영향을 준다.

가장 먼저 국제 유가가 반응한다. 실제로 과거 호르무즈 해협 봉쇄 가능성이 거론될 때마다 국제 유가는 단기간 급등하는 모습을 반복해 왔다. 공급 차질 우려만으로도 원유 선물가격이 오르기 때문이다.

국제 유가 상승은 국내 휘발유와 경유 가격 인상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있다. 발전용 연료비가 오르면 전기 생산 비용도 증가할 수 있으며 항공유와 선박 연료 가격 상승은 항공권과 물류비 부담을 키우는 요인이 된다.

기업들도 긴장하고 있다. 석유화학과 정유업계는 원료 수급 안정성을 지속적으로 점검하고 있으며 해운업계 역시 선박 운항 경로와 보험료 변동 가능성을 예의주시하고 있다.

환율 역시 변수다. 국제 분쟁이 심화되면 안전자산 선호 현상이 커지면서 달러 가치가 상승하는 경우가 많다. 원·달러 환율이 오르면 수입 물가 부담은 더욱 커질 수 있다.

유튜브 'MBC PD수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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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의 선택은 '신중한 균형'

한국은 미국의 핵심 동맹국이면서도 중동 국가들과 오랜 경제 협력 관계를 유지해 왔다. 에너지 수입 의존도가 높은 만큼 어느 한쪽의 이해만 고려하기 어려운 구조다.

또한 군사적 기여 방식 역시 반드시 군함 파견만 있는 것은 아니다. 정보 공유, 해상 감시 협력, 물자 지원, 국제 해양안보 기금 참여 등 다양한 형태의 기여 방안도 검토 대상이 될 수 있다.

결국 정부는 한미동맹의 신뢰를 유지하면서도 국내 경제와 에너지 안보, 중동 외교, 국제법적 책임까지 함께 고려해야 하는 복합적인 과제를 안게 됐다.